비행기에서 자동차로 넘어온 테크놀로지

조회수 2021. 3. 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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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하늘과 땅에서 활약하는 비행기와 자동차는 전혀 상관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100년 넘는 역사 동안
자동차는 비행기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으며 진화해 왔다.


1. 안전벨트

자동차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시작은 자동차가 아니라 비행기였다. 초기 비행기는 콕핏을 덮는 캐노피가 없었다. 비행기를 뒤집었을 때 파일럿은 그대로 추락할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1911년, 파일럿 벤자민 폴루이스가 최초로 비행기에 안전벨트를 사용했다. 이후 비행기에서 사용하던 2점식 안전벨트는 자동차로 넘어왔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3점식 안전벨트는 1950년에 볼보 엔지니어 닐스 볼린이 발명했다.


2. 블랙박스

정식 명칭은 비행기록장치다. 블랙박스는 물리학 용어로 ‘작동원리는 몰라도 결과를 알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를 의미한다. 항공기 블랙박스도 작동원리보다는 안에 담긴 기록과 대화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른다. 블랙박스에는 비행기의 상태, 조종석 음성, 교신 내용이 모두 담기기 때문에 사고 시 사고 원인 분석을 위해 제일 먼저 확보해야 하는 물건이다. ‘블랙박스’라는 이름과는 상관없이 어두운 사고 현장에서도 발견하기 쉽도록 밝은색(주로 주황색)을 사용한다. 비행기 블랙박스는 자동차로 넘어와 카메라를 통해 자동차 전후 상황을 기록하는 대시보드 카메라가 됐다. 이 카메라 외에 에어백 컨트롤 유닛 메모리에 사고가 발생하기 5초 전부터 ECU 데이터를 기록하는 EDR(Event Data Record)도 블랙박스의 한 종류다.


3. HUD

속도계, 고도계, 자세 지시계 등 비행기 조종사는 자동차 운전자보다 많은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긴박한 비행기 전투에서 계기판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내리는 건 자살 행위다. 고개를 내리지 않고 전방 유리창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고안한 기술이 HUD(Head Up Display)다. 2000년대 초반, 고급 수입차에 적용되기 시작한 HUD는 이제 소형차에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됐다. 내비게이션 방향, 속도, 인포테인먼트 기능 등 작은 창 안에 담는 정보 종류도 다양해졌다.


4. ABS

록업(Lock Up) 현상 이란, 급제동할 때 제동력이 타이어 접지 능력을 넘어서 컨트롤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접지력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잠갔다 풀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 과정을 자동으로 해주는 장비가 ABS(Anti-Lock Braking System)다. ABS와 같은 개념은 1900년대 초반, 철도용으로 먼저 등장했다. 1920년 프랑스 엔지니어 가브리엘 브와쟁이 비행기의 록업 현상을 막기 위해 항공기용 ABS를 개발했다. 1978년 벤츠는 보쉬가 개발한 자동차용 ABS를 S-클래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5. 터보차저

산소가 희박한 고도에서 장시간 날아야 하는 비행기는 터빈을 돌리기 위해 더 많은 산소가 필요했다. 1905년, 스위스 출신 엔지니어 알프레드 뷔히는 터빈에 컴프레서를 더한 장치를 개발했다. 터보차저의 시작이었다. 비행기에서 사용되던 터보차저는 자동차로 넘어와 작은 배기량으로 높은 출력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로 날개를 돌려 공기를 더 많이 엔진으로 밀어 넣는다. 유입되는 공기 양이 많아진 덕분에 더 효율적으로 연료를 태우게 만든다. 현재는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대다수 자동차에서 터보차저를 사용 중이다.


6. GPS

미국은 지구 주변을 도는 인공위성을 활용해 미사일을 유도하는 GPS (Global Positioning System)를 개발했다. 개발 목적이 군사적 이용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민간 사용을 금지했다. 민간 개방 초기에도 미국의 적대 국가가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오차범위가 발생하도록 제한했다. 현재는 위치를 파악하고 경로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의 핵심 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도 위치 정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GPS를 포함한다.


7. 모노코크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에 성공했을 때비행기는 삼각형 구조를 유지했다. 이를 트러스(Truss) 구조라고 한다. 하지만 내부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트러스 구조 대신 뼈대로 외형을 만들고 그 위에 외피를 덮는 모노코크 방식이 일반화됐다. 비행기에 처음 사용된 모노코크 방식은 현재 대부분 승용차에서 기본 차체를 구성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모노코크 방식은 공간을 확보하기 좋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는 특징도 있다.


8. 스포일러

비행기는 양력, 추진력, 중력, 항력을 조절해 이륙하거나 착륙할 수 있다. 날개를 지나가는 공기를 어떻게 조절하는지가 핵심이다. 공기를 뚫고 달려가는 자동차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스포일러는 차체를 타고 흐르는 공기에 저항을 발생 시켜 내리누르는 효과를 가져온다. 덕분에 접지력을 높일 수 있고 고속에서도 안정감 있게 달릴 수 있다. 반대로 저항 때문에 속도를 높이는 데 방해가 된다. 고민할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만 날개를 펼치는 가변 스포일러라는 해답이 있으니까.

김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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