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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포니의 기억

모터트렌드 입력 2021. 01. 2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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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포니로 과거를 회상한다. 그만큼 현대차도 헤리티지가 쌓였다는 방증이 아닐까?


지난달 참석한 현대자동차 헤리티지 행사에서 포니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어머니 차였는데 갓 면허를 딴 내가 타는 시간이 많았다. 포니를 연달아 산 이유는 당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서였다. 포니와 기아 브리사 2, 그리고 쉐보레 1700 중에서 고르는데, 이상한 모양의 일본차 브리사 2와 주지아로 디자인의 차를 비교할 수는 없었다.

어릴 적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던 나에게 주지아로는 우상이었다. 당시 젊은 나이에 그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였다. 그가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을 디자인한다는 소식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때 기뻐한 사람이 나 혼자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우리는 아직 자동차를 잘 알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현대가 주지아로를 찾아간 것부터 기적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그때 현대가 모셔온 영국인 기술고문 조지 턴불 때문이라 짐작한다. 그때 비디오를 보면 브리티시 레이랜드를 막 사임한 그가 영국 기술자들을 데려와 울산에서 포니를 개발했다.

포니의 각진 디자인은 완벽한 균형을 자랑했다. 그는 종이접기식의 디자인을 막 시작한 세계적인 천재였다. 포니는 1년쯤 앞서 발표한 주지아로의 히트작 폭스바겐 골프의 스포츠 버전 같았다. 현대는 포니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3~4년 후에 유행할 디자인이라 했는데, 내 눈에는 10년을 앞선 디자인이었다. 오늘 다시 보니 포니는 요즘 유행하는 4도어 쿠페 스타일을 45년 전에 시도한 것이다. 곧 나온다는 현대의 전기차 아이오닉 5(콘셉트 45)는 그 시절의 주지아로를 돌아보게 하는 데 의미가 있다. 콘셉트 45는 우리뿐 아니라 당시 주지아로의 영향이 컸던 유럽 사람들에게 향수 어린 차로 다가갈 것이다.

포니는 첫 고유 모델임에도 파생 차종이 많았다. 패스트백 디자인의 4도어 모델이 중심이었지만 스테이션 왜건 역시 완벽한 디자인을 자랑했다. 간단한 변형이었지만 각진 보디가 잘 어울렸다. 픽업도 인기가 있었다. 모노코크 보디였기에 실내와 적재공간이 한 몸인 차였다. 휘발유 엔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화물용보다는 경제적인 자가용 수요가 많았다. 포니와 함께 발표한 콘셉트카 ‘포니 쿠페’는 침을 질질 흘릴 만한 꿈의 자동차였다. 당시 그런 차의 생산은 상상할 수 없었다. 포니 쿠페에 대한 아쉬움은 포니 3도어로 달랠 수 있었다.

3도어는 4도어와 달리 뒤가 크게 열리는 해치백이었다. 또 3단 오토매틱 기어를 달 수 있었다.
포니가 너무 멋진 차인 것은 1978년 닛산이 포니를 그대로 카피한 차 펄사를 만들어 미국 시장에 진출한 데서 알 수 있다. 우리는 아직 미국 수출을 못 하던 시절이라 그 행태를 보는 나는 분을 삭일 수 없었다.

유럽에서 디자인한 포니를 한국에 들여오면서 바꾼 것이 있었다. 당시 유럽의 사이드미러는 A필러 아래 붙어 있는데, 한국은 일본식을 따라 보닛 앞에 달았다. 유럽식을 그대로 들여와도 문제가 없는데 말이다. 주지아로 디자인의 검은색 플라스틱 사이드미러는 스포티했는데, 현대가 붙인 크롬 미러는 좋게 말해서 클래식했다. 더 비싼 모양을 고른 것이지만 모던한 디자인의 포니와 어울리지 않았다.

현대는 포니를 치장하는 데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고급형을 만들면서 사이드 몰딩을 도어 패널의 돌출 부분에 붙여야 하는데, 낮은 면에 붙여 보기 민망했다. 자동차 회사조차도 상식이 모자란 시기였다.

당시 지붕에 검은색 비닐을 씌우는 것이 유행이었다. 코티나 같은 노치백에 어울리는 패션이었다. 이를 패스트백 디자인의 차 포니에 씌운 것도 아마 세계 최초가 아니었을까 싶다. 뒤창에 붙인 선셰이드와 번쩍이는 휠 캡은 애프터마켓 제품 같았다. 나는 주지아로가 이 차를 보고 얼마나 실망할지 안타까웠다.

포니를 산 사람들은 동네 카센터에서 또 무언가를 덧붙였다. 휠 아치를 따라 알루미늄 테를 붙이고, 사이드 가니시에도 알루미늄판을 덧댔다. 무광의 알루미늄판은 구겨진 것처럼 보여, 붙이는 순간 새 차가 중고차로 둔갑했다. 문을 열 때 모서리가 까지는 것을 방지하려고 플라스틱 몰딩을 댔는데, 내 눈에는 그것이 오히려 상처처럼 보였다. 폭스바겐 골프는 GTI 같은 멋진 차로 발전해 나가는데, 포니는 제3세계의 자동차로 변해갔다.

차라리 꾸밈없는 포니 택시가 오히려 세련돼 보였다. 예를 들어 택시의 검은색 플라스틱 백미러가 더 유럽형에 가까웠다. 노란색, 주황색, 연두색 등 밝은색의 택시가 서울 거리를 한순간에 밝게 만들었다. 1970년대 일본차가 이상한 디자인으로 흐르는 가운데, 세련된 유럽 디자인으로 가득한 서울 거리가 행복했다.

포니의 난센스 치장을 견딜 수 없어 두 번째 포니는 일부러 기본형을 샀다. 보닛 앞으로 달린 백미러를 떼어내고, A필러 아래 신진 레코드의 검은색 사이드미러를 갖다 붙였다. 그리고 코티나 마크 4의 사이드 몰딩을 차 옆의 튀어나온 부분에 붙였다. 노란색 보디에 두꺼운 검은색 몰딩이 가로지르는 포니는 내 눈에 완벽했다. 주지아로의 원래 콘셉트에 충실한 차는 한국에서 가장 세련된 포니였다. 그렇게 우리 집 차는 두 대의 포니1을 거쳐 포니2로 이어갔다.

글_박규철



CREDIT
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   PHOTO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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