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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전기차를 이끌어갈 유망주 RS 이트론 GT

모터트렌드 입력 2021. 06. 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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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가 작정하고 만든 고성능 일렉트릭 GT, RS e-트론 GT다


RS e-트론 GT는 아우디의 고성능 모델을 의미하는 RS 배지가 달린 첫 번째 양산 전기차다. 시동을 걸 때마다 적막을 찢어놔야 할 배기음이 없으니 더욱 고요하게 느껴진다. 첫인상은 단아하다. 싱글 프레임 형태를 유지하고 익숙한 아우디의 얼굴을 남겨두었으나 그릴의 상당 부분은 에어로다이내믹을 위해 막아두었다.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과시하기 위한 억지스러운 장식도 보이지 않는다. 다른 아우디 라인업처럼 긴 앞쪽 오버행도 그대로 유지한다. 포르쉐 타이칸과 J1 플랫폼을 공유하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사이드 윈도 형상 역시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유일한 차이는 C필러의 작은 쿼터글라스의 형상 정도다. 그만큼 늘씬한 쿠페 라인의 지붕선을 우아하게 뽑았다. 접이식 전동 스포일러가 트렁크 끝에 숨어 있고, RS의 배기파이프가 놓여야 할 범퍼 아래에는 수직 핀을 더한 디퓨저 가니시가 자리한다. 그리고 315mm짜리 초광폭 21인치 타이어는 RS의 출력과 무게를 감당한다.

실내로 들어와도 여전히 아우디의 익숙함이 이어진다. 버추얼 콕핏, 햅틱 반응을 주는 터치 모니터와 피아노 건반 타입의 스위치 등 미래에서 온 자동차 느낌은 없지만, 직관적으로 원하는 기능을 쉽게 실행할 수 있다. 유일하게 달라진 조작 체계는 슬라이드식으로 바뀐 기어 변경 스위치다. 여기까진 좋다. 문제는 따로 떨어진 주차 기어 스위치가 자동주차 시스템과 붙어 있다는 점이다. P 로고 둘이 위아래로 있어 헷갈리는 것은 물론, 주차 기어를 체결하면 동시에 주차 브레이크가 물린다(주차 브레이크 스위치가 따로 없다). 그래서 스포티한 주행으로 디스크가 달아올라 있을 때 주차 기어를 넣기가 조금 꺼려진다. 브레이크를 깊게 밟아 오토홀드를 작동시키거나 스티어링 칼럼을 조정하는 스위치는 타이칸이 사용하는 방식 그대로 물려받았다.

93kWh 배터리팩과 앞뒤 모터, 뒷바퀴 전용 2단 변속기는 포르쉐의 하드웨어 제원과 같다. 하지만 모터의 합산 출력은 소폭 차이가 난다. 앞바퀴를 담당하는 모터는 238마력, 뒷바퀴는 455마력의 출력을 낸다. 그런데 합산 출력은 둘의 합인 693마력이 아니다. 두 모터의 최대출력 분출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합산 출력은 646마력으로 타이칸 터보보다 약간 낮은 수치지만, 0→시속 100km에서 볼 수 있는 가속감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모터의 저회전대에서 RS e-트론 GT와 타이칸은 거의 비슷한 토크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주행 감각의 차이가 있다. 아우디의 RS 전기차는 ‘GT’를 붙였고 포르쉐는 전기 ‘스포츠카’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RS e-트론 GT는 날카로운 타이칸 터보와 다른 노선을 달린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도 1단에서 2단으로 갈아타는 변속이 꽤나 매끄럽다. 2단 기어가 들어가는 시점도 더 빠르고 다시 속도를 낮춰도 더 오랜 시간을 2단에서 버틴다. 덕분에 토크의 분출이 점진적으로 느껴지고 앞뒤 토크 배분 역시 보다 균등한 느낌이다. 장거리 고속 이동에 적합한 설정이다. 2.5초 동안 쓸 수 있는 부스트는 출력 게이지 위에 반짝이는 조그만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직접 보는 건 쉽지 않다. 목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가속력을 내뿜어 계기반 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패들시프트로 회생제동 에너지량을 조절할 수 있는데, 가장 강력한 설정에서 가속페달을 떼도 감속도가 큰 편은 아니다. 내연기관의 3단 엔진 브레이크 정도다. 바꿔 말하면 급작스레 덜컹거릴 일이 없다는 뜻이다. 원 페달 주행 대신 그란투리스모의 자질을 확고히 지켰다.

핸들링 특성도 GT스럽다. 스티어링 조작 반응이 부드럽게 시작해 묵직하게 끝난다. 칼 끝에 선 날렵한 감각은 아니다. 길게 이어지는 코너 구간에서 확인한 기본적인 한계 성향은 약한 언더스티어로 운전자를 긴장시키지 않는다. 뒷바퀴 접지력이 워낙 높아 비이성적인 속도로 달리지만 않는다면 노면을 움켜쥐고 절대 놓치지 않는다. 기본 사양인 에어서스펜션은 노면 포용력이 좋다. 다이내믹 모드에서 하중 이동이 여유롭고 높은 연석들을 타고 넘을 때마저 사뿐하게 착지한다. 부드러운 컴포트 모드로 서스펜션 설정을 바꿨지만 특별히 차체 기울기의 증가를 느끼기 어렵다. 주행 조건에 따라 어느 정도 감쇠력을 변화하며 적응하는 모습이다.

그럼 RS 배지와 콰트로 시스템으로 무장한 전기차로 화끈한 드리프트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하다. 자세제어장치를 완전히 해제하고 뒷바퀴 조향 시스템과 전자식 LSD의 작동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는 순간, 우아하고 날카로운 궤적이 완성된다. 하지만 넓은 타이어와 낮은 무게중심으로 만들어진 끈끈한 뒷바퀴 접지력을 쓰러뜨리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배기가스가 없는 전기차에서 하얀 타이어 연기가 피어오르자, 미래의 카라이프도 그리 무미건조한 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글_강병휘(카레이서 겸 자동차 칼럼니스트)


AUDI RS e-TRON GT QUATTRO

기본 가격 미정
레이아웃 앞뒤 모터, AWD, 5인승, 4도어 세단
모터 영구자석 전기모터, 646마력, 84.7kg·m
변속기 2단 자동
공차중량 2347kg
휠베이스 2900mm
길이×너비×높이 4989×1964×1396mm
배터리 용량 93.4kWh
주행가능거리 472km(WLTP 기준)



CREDIT
EDITOR :
김선관   PHOTO : 아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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