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테슬라 모델 Y 롱 레인지, '511km'의 안정감

조회수 2021. 2. 23. 10: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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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Y가 드디어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지난 2019년 모델 3 이후 약 2년 만에 선보인 신차 모델 Y를 만나봤다.

시승차는 모델 Y 롱 레인지 모델이다. 딥 블루 색상의 차체가 테슬라 특유의 디자인과 어우러져 친환경차임을 어필한다. 가격은 기본 6999만원에 딥 블루 색상 128만6000원, 20인치 인덕션 휠 257만1000원 등 옵션이 추가되어 총 7385만원의 몸값을 자랑한다. 아쉽게도 풀 셀프 드라이빙(FSD) 기능은 포함되지 않았다. FSD를 포함한다면, 904만3000원이 추가된다. 테슬라의 FSD는 차량 출고 이후에도 구매할 수 있다.

멀리서 앞모습만 봐서는 모델 3와 한눈에 구분하기가 어렵다. 각지게 튀어나온 콧등(?)이나 라디에이터 그릴 없는 매끈한 입술, 그리고 헤드램프 디자인까지 모델 3와 똑같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모델 Y는 헤드램프 끝에서 시작된 라인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라인으로 이어져 차량 전체를 관통한다.

모델 Y의 풍만한 뒤태와 높은 차체는 옆에서 바로 실감할 수 있다. 창문 아래를 쭉 늘려놓은 모양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아랫부분만 살짝 높아진 줄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 훨씬 키가 크다. 뒤로 갈수록 부드럽게 흐르는 루프 라인과 비교해 수직으로 뚝 떨어진 뒷면이 어색하다. 모델 X와 모델 3를 섞어놓은 듯하다.

모델 Y의 휠베이스(2890mm)는 모델3보다 15mm 길지만, 위아래로 길어진 차체가 시선을 빼앗아 앞뒤로 길어진 것은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운전석에 앉으면 비로소 이 차가 SUV라고 실감난다. 대시보드가 낮고 스티어링 휠 뒤편에 계기판이 없기 때문에 생소하다. 앞서 시승한 모델 S가 일반 내연기관차량에 거대한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추가한 느낌이라면, 모델 Y는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됐다.

2열은 시트 포지션이 다소 높다. 넉넉한 앞유리와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덕분에 탁 트인 시야를 누릴 수 있다. 183cm인 기자가 앉았을 때 레그룸은 주먹 2개가 들어갈 만큼 넓다. 2열 시트는 리클라이닝까지 가능해 한결 편안한 자세로 앉아있을 수 있다. 패밀리카 시장을 겨냥한 만큼 2열 가운데 자리도 열선 기능을 포함하는 세심함까지 갖췄다.

트렁크 도어는 전동으로 여닫히며 깊숙한 공간을 갖췄다. 다만, 좌우 폭이 좁아 골프백 등 긴 짐을 가로로 넣는데 제한이 있다. 여느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보스턴백이 들어갈 만한 프렁크도 마련됐다.

브레이크 페달을 가볍게 밟으면 차량이 깨어난다. 시승한 모델 Y에는 카드키가 적용됐다. 센터 콘솔의 컵홀더 뒷편에 카드를 태그한 후 차량을 움직일 수 있다. 문을 열 때는 운전석 쪽 B필러에 교통카드 찍듯 태그하면 된다.

매끈한 가죽 시트 품질은 만족스럽다.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한 촉감을 가진 시트는 상체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엉덩이 부분은 마치 스프링 침대처럼 푹신하면서도 적당히 하체를 지지해 단단한 승차감을 상쇄시킨다.

계기판이 없어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 15인치 가로형 센터 터치스크린의 왼쪽에 속도나 주변 교통 상황이 그래픽으로 표시된다. 시선을 많이 이동하지 않아도 한눈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HUD를 제공한다면 더 좋겠다.

디스플레이는 공조 장치부터 실내ㆍ실외 조명, 서스펜션, 주행 모드, 오토파일럿, 회생 제동 강도, 사이드미러, 적산 거리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차량 내 대부분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공조 장치는 스티어링 휠 다이얼을 통해 온도를 설정할 수 있어 운전 중 집중력을 잃지 않게 배려했다.

모델 Y 롱 레인지 모델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511km다. 모델 3보다 크고 무겁지만 주행 거리는 더 길다. 약 80%만 충전된 상태에서 혹한 날씨에 히터까지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 가능 거리는 400km가 훌쩍 넘는다. 일단, 주행 가능 거리에서 오는 안정감은 합격이다.

모델 Y는 배터리에 히트 펌프를 탑재해 저온 주행 성능을 개선했다.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슈퍼차저로 설정할 경우 도착 전 배터리를 적합한 온도로 설정한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와 표준 단 두 개뿐이다. 주행거리에 초점을 맞춘 만큼 별도의 퍼포먼스 모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두 개의 모터는 2톤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를 거침없이 밀어낸다.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은 5.1초. 환경부 인증 자료에 따르면 앞 모터가 215마력(ps)을, 뒷 모터가 283마력을 각각 발휘한다.

아쉬운 점은 단계별로 설정할 수 없는 회생 제동 기능이다. 회생 제동은 시내도 고속도로에서도 강하게 작동해 '원 페달 드라이빙'에 억지로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처럼 장거리 항속 주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더 편하다.

모델 S와 달리 크루즈 컨트롤을 위한 레버는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이를 대신해 기어 레버를 아래로 두 번 당기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작동한다. FSD가 적용되지 않은 차량임에도 앞 차와의 간격이나 차로를 유지하는 등 자동 차선 변경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레벨2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충분히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민첩하다. 시내와 고속도로를 가리지 않고 출력에 대한 갈증은 느끼기가 어렵다. 극한의 성능을 즐기는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굳이 퍼포먼스 모델을 구입할 이유는 없다.

거친 야수같은 출력이 부담스럽다면, 에코 모드를 추천한다. 에코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얌전한 고양이처럼 한결같이 부드럽다. 스티어링 모드를 별도로 설정할 수 있어 취향에 맞춰 즐겁게 달릴 수도 있다.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무게 중심이 낮아 고속 주행에서 안정적이다. 요철을 지나거나 램프 구간을 지날 때도 잠시 흔들릴 뿐, 금세 평온함을 되찾는다. 서스펜션 세팅이 단단해 노면 상황이 그대로 전달되지만 불안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SUV 특유의 롤링 현상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중력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느낌이다.

송도 슈퍼차저

신나게 달리다 보니 어느덧 주행 가능 거리가 211km까지 내려왔다. 충전을 위해 송도 슈퍼차저에 들렀다. 이미 차량 스스로 도착 시간에 맞춰 배터리를 충전에 적합한 온도로 조절한 상태다. 이 때문에 충전기를 연결하면 차량과 통신한 후 바로 최적의 속도로 충전할 수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슈퍼차저의 충전 속도는 약 90kW이다. 송도 슈퍼차저는 최대 120kW까지 출력을 지원하지만, 충전 하는 차량이 많아 전력이 분배되어 속도가 소폭 감소했다. 인천ㆍ부천ㆍ시흥 등 인근 지역에 슈퍼차저가 없기 때문에 평일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충전하는 차량이 많았다.

기다리는 동안 15인치 가로형 디스플레이는 태블릿 PC처럼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시승한 모델 S의 17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보다 화면 크기는 작지만, 가로형이기 때문에 동영상 시청 시 이점은 더 크다. 트위치, 유튜브, 넷플릭스 등으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은 물론, 웹서핑까지 가능하다. 앱 실행 시 초기 로딩이 길다는 점은 최신 차량임에도 여느 테슬라와 같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라 15분 만에 충전을 멈췄다. '슈퍼'차저란 이름에 걸맞게 주행 가능 거리는 301km까지 늘었다. 단 15분 만에 90km나 늘어났다.

총 120km를 운전했고, 22kWh의 전기를 소모했다. 배터리 용량(82kWh)을 대입해 계산해본 결과 이러한 주행 패턴으로는 1회 충전 시 450km를 달릴 수 있다. 한겨울 영하의 날씨에도 만족할 만한 수치다. 이는 온전히 히트 펌프의 힘이다.

모델 Y는 5999만원의 스탠다드 레인지 모델로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 스탠다드 레인지 모델의 계약은 최근 중단됐지만, 5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롱 레인지 모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한발 더 나아가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스포티한 주행 감각과 SUV 특유의 실용성까지 매력적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모델 3는 무려 1만1003대나 판매되며 테슬라코리아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끌었다. 올해 모델 Y는 작년 모델 3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낼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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