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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시승] 스타렉스는 잊어도 좋아, 현대 스타리아 라운지

조회수 2021. 4. 18. 16: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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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스타리아라는 이름을 처음 공개했을 때, 뜻밖의 시도에 모두가 의문을 던졌다. 오랫동안 써온 익숙한 이름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냐는 이유였다. 그러나 새 이름에는 새 출발에 대한 각오가 담겨 있다. 스타리아는 ‘많은 사람이 탈 수 있는 화물차’라는 스타렉스의 투박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당당한 ‘비즈니스·패밀리 밴’으로 거듭났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현대자동차, 서동현 기자

다방면으로 활약해온 스타렉스

‘스타렉스’는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외우고 다닐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어릴 적 다니던 학원이나 소방서, 병원 등에서 꾸준히 써왔기 때문. 대가족을 위한 패밀리카로도 손색없었던 1세대는 동네 골목마다 꼭 한 대씩은 있었다. 차체 바닥을 띄운 사륜구동 모델은 트렁크에 사다리를, 지붕에 적재함을 달고 여행을 떠났다.

첫 번째 풀 체인지는 정확히 10년 만에 이뤘다. 이름 앞에 ‘그랜드’를 붙이고 양쪽 모두 슬라이딩 도어를 넣어 승하차 편의성을 올렸다. 실내 공간도 늘어나 점차 앰뷸런스나 어린이 통학 버스, 휠체어를 탄 장애인용 특장차 등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편안함’에 초점을 둔 승합차로 스타렉스를 고르는 소비자는 없었다. 국내 승합차 시장은 이미 승차감 좋은 기아 카니발이 꽉 쥐고 있었다.

신형 스타리아의 특징에서는 카니발의 독주 체제를 막겠다는 목표가 드러난다. ‘DN8’ 쏘나타를 통해 처음 선보인 전륜구동 기반 3세대 플랫폼을 얹고, 뒷 서스펜션은 어엿한 멀티링크 구조로 바꿨다. 디자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독특하다. 호불호 심하기로 유명한 쏘나타나 그랜저를 옆에 둬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더 이상 길거리에 흔한 보급형 승합차로 남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눈에 띄는 승합차 본 적 있어?



현대차 디자인 팀의 속은 참 알 수가 없다. 아반떼와 투싼의 온몸에 선과 각을 잔뜩 집어넣더니, 정작 그림 그릴 도화지가 넓은 승합차에서는 힘을 쫙 뺐다. 매끈한 면 안에 담은 디테일들은 꽤 신선하다. 온갖 자동차 제조사가 리어램프를 한 줄로 잇는 요즘, 스타리아는 대담하게 주간주행등을 얇은 한 줄로 마무리했다. 입체적인 그릴과 반짝이는 헤드램프, 깨알 같은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심심함도 덜었다.

옆모습은 위장막을 두른 스타리아가 처음 인터넷에 돌아다닐 때 가장 주목받은 부분이다. 아래로 한껏 잡아당긴 듯한 벨트라인이 눈에 띈다. 굳이 실내에 타보지 않아도 엄청난 개방감을 보여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지붕에서 보닛 끝까지 둥근 곡선으로 떨어지는 라인도 인상적이다. 이날 시승한 트림은 라운지 7인승으로, 다이아몬드 패턴을 형상화한 18인치 휠을 끼웠다.


위아래로 길쭉한 리어램프는 아이오닉 5에서 선보인 ‘파라메트릭 픽셀’로 빼곡하다. 다만 아래쪽 약 3분의 2만 불이 들어온다. 리어램프의 최대 높이에 대한 국내 법규를 따른 탓이다. 방향지시등은 시퀀셜 타입인데, 램프 좌우 폭이 좁아 잘 보이진 않는다. 뒷유리 와이퍼는 스포일러 아래로 숨겨 트렁크 패널이 한결 깔끔하다. 여러모로 ‘미래지향적 디자인’이라는 말이 최근 등장한 신차 중에서 가장 잘 어울린다.

스타렉스의 흔적은 없다




보통 승합차의 핵심은 2열부터지만, 스타리아는 1열도 나름 극적으로 변했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중앙 모니터, 전자식 변속 버튼, 가지런한 피아노 블랙 터치 패널 등 최근 현대차의 실내 요소가 전부 들어있다. 온통 회색빛 플라스틱으로 가득했던 스타렉스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공통점이라고는 책상 앞 의자에 걸터앉은 듯한 운전 자세뿐이다.

수납공간은 차고 넘친다. 먼저 계기판과 운전대 사이, 중앙 모니터 뒤편에 뚜껑 달린 수납함을 마련했다. 센터페시아 아래는 비어있는 부분도 모두 파냈다. 센터콘솔 커버를 열면 약 250㎜ 깊이의 공간이 드러난다. 마구잡이로 물건을 넣었다가는 어디에 뒀는지 까먹을 수도 있다. 컵홀더는 센터콘솔에 두 개, 센터페시아에 한 개, 계기판 왼쪽에 한 개가 자리했다.



라운지 7인승의 2열에는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가 들어간다. 버튼 하나로 등받이와 쿠션을 기울여 잠에 빠지기 좋은 자세를 만든다. 종아리 받침은 따로 올려야 한다. 헤드레스트 쿠션은 양쪽으로 날개를 만들어, 누운 자세에서도 머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받친다. 앞뒤 슬라이드와 좌우 이동은 수동식 레버로 조절할 수 있다. 통풍 및 열선 기능은 9인승 인스퍼레이션부터 기본 사양이다.

창문을 여는 방식은 더 직관적으로 바꿨다. 손잡이 위아래를 꼬집듯 잡아야 잠금이 풀리는 스타렉스 창문과 달리, 레버를 당기기만 하면 힘들이지 않고 열 수 있다. 지붕과 필러, 선바이저는 부드러운 스웨이드로 감쌌다. 감히 기대조차 안 했던 고급스러운 면모다. 무려 64컬러로 빛나는 앰비언트 무드램프도 넣었다. 창문 전체를 덮는 선 블라인드는 수동식.

길이 5,255㎜의 차체에 시트 단 일곱 개만 넣은 결과, 3열 다리 공간도 2열 수준으로 널찍하다. 2열 시트를 뒤로 끝까지 밀어도 발을 편하게 뻗을 수 있다. 선 블라인드와 컵홀더, USB 포트 등도 빠짐없이 챙겼다. 3열 시트는 팁업 방식. 차체 바닥에 숨는 싱킹 시트보다 접기 불편하지만, 천장이 워낙 높아(1,379㎜) 공간에 대한 불만은 없다.

스타리아 라운지 7인승 리무진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고급스러운 건 아니다. 도어 트림은 별다른 소재를 덧대지 않고 플라스틱으로 덮었다. 드넓은 대시보드 윗면도 마찬가지다. 아래 트림인 투어러나 카고 모델과 부품을 공유해야 하는 한계가 보인다. 조만간 라운지 7인승 리무진 버전도 출시할 계획인데, 최상위 트림인 만큼 더 고급스러운 소재로 마감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뼛속까지 바꾼 스타리아, 승차감은?

안락한 승차감은 잘 만든 시트 하나만으로 완성할 수 없다. 엔진의 소음과 진동도 빈틈없이 잡아야 한다. 스타리아의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2L 디젤 터보와 V6 3.5L LPG 두 가지. 모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린다. 시승차는 2.2 디젤 엔진에 사륜구동 시스템을 엮었다. 최고출력 177마력과 최대토크 44.0㎏·m를 뿜는데, 주행 상황별로 장단점이 뚜렷했다.

정차 상태에서 출발할 때는 걸걸한 디젤 엔진음이 실내로 들어온다. 2열에서도 적잖게 들린다. 하지만 그 순간만 지나면 슬그머니 숨소리를 죽인다. 이어서 시속 90~100㎞로 일정하게 달리니 가솔린 엔진 못지않게 조용하다. 최대토크의 수치에 비해 치고 나가는 느낌은 무딘 편. 뒷자리에서 곤히 잠든 승객을 깨우지 않기 위한 배려일지도 모르나, 공차중량 2,390㎏을 끌기엔 다소 부족한 힘이다.

이날 시승은 2열에서 시작했다. 예상대로 바깥 시야가 기대 이상이다. 스타리아 광고 영상을 보면 비행기와 기차에 탄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나오는데, 정말 기차 창가 자리에 앉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사실 안에서 보이는 창문 면적은 밖으로 드러난 유리보다 작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다른 승합차들이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광활하다. 선루프 크기도 넉넉한 편.

스타리아는 두 가지 새로운 무기로 기존 스타렉스에 대한 편견을 깬다. 첫 번째는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시트. 잘 만든 소파를 1인분씩 떼다 얹어놓은 모양새다. 엉덩이 쿠션이 길어 허벅지가 뜨지 않고, 좌우 폭도 넓어 번듯한 리무진 시트가 부럽지 않다. 눕는 자세는 반듯한 일자보다는 각도를 벌린 V자에 가깝다. 한 번 기울이니 좀처럼 되돌리고 싶지가 않다.

두 번째는 서스펜션 구조다. 판스프링을 멀티링크로 바꾼 효과가 확실하다. 과속방지턱이나 거친 노면을 넘기는 실력이 흔한 승용차와 비슷할 정도. 스타렉스 특유의 텅텅거리는 느낌은 이제 없다. ‘그래봤자 신형 스타렉스인데 얼마나 편하겠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겐 시승을 권하고 싶다. 참고로 고급형인 라운지뿐만 아니라, 9·11인승 투어러에도 같은 서스펜션이 들어간다. 다만, 시트 포지션이 높아 좌우 기울임에 취약한 점은 멀티링크 서스펜션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다.

방음 실력은 어떨까. 둥근 앞머리 때문에 고속 주행 풍절음은 ‘0’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앞 유리 근처에서 바람 부딪히는 소리가 조금씩 들린다. 마감이 허술하다기보단 노면과 엔진 소음이 꽤 적은 탓이다. 스타리아의 높이와 너비는 각각 1,995㎜와 1,990㎜. 전면 투영 면적이 매우 넓어 세찬 바람에 비교적 약할 수밖에 없다.

카니발과의 정면대결

약 50㎞를 달리며 얻은 평균 연비는 11.2㎞/L. 정부공인 복합 연비인 10.8㎞/L(수동변속기 11.8㎞를/L) 살짝 웃돌았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함께 고속도로를 오래 달리면 15.0㎞/L도 가뿐히 넘긴다. 3.5 LPG는 아직 연비 인증을 진행 중이다. 게다가 스타리아는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차 버전도 나올 예정. 후발 주자답게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겠다는 전략이다.

만약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가 필요 없다면, 3,661만 원부터 시작하는 라운지 9인승도 좋은 선택지다. 2열에 180°로 돌아가는 ‘스위블링(Swiveling) 시트’가 들어가는데,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카시트를 얹을 때도 유용한 기능이다. 최대 경쟁자인 카니발의 9인승 디젤 모델은 3,710만 원부터니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 오랜 세월 아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카니발, 이제는 긴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장점
① 높은 시야와 개방감
② 널찍하고 편안한 2열 시트

*단점
① 빈약한 엔진 출력
② 여전히 많은 투박한 플라스틱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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