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시승 돌아보기 : BMW / 인디언 / 할리데이비슨 / 야마하
BMW F 900 R/ F 900 XR (20년 4월호 시승)
윤연수 기자 : BMW의 미들급 네이키드와 스포츠 투어링 모델이 업데이트되었다. F 800 R과 F 800 GT는 F 850 엔진을 거치지 않고 F 900으로 한 번에 업데이트 되었는데 R과 GT에서 R과 XR로 변화되었다. 로드스터인 R 모델은 기존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받았는데 XR의 경우 과거 GT에 비해 업라이트 포지션의 투어링 바이크라는 점이 특징이다. 출력이 전체적으로 상승하여 다루는 맛이 좋아졌고 배기량이 리터급에 가까울 정도로 커졌지만 상위 모델을 넘나드는 느낌이 아니다. 만만한 출력과 경쾌한 움직임이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꽉찬 미들급이라는 생각이 든다. 4기통을 사용한 상위 모델과 다르게 2기통을 탑재한 것도 좋다.
양현용 편집장 : 기존 F 800 시리즈의 경우 브랜드 내에서 가장 기본적인 모델로 엔트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현재 310 쿼터급 모델과 스쿠터들이 그 역할을 해내게 되면서 F 900 시리즈는 엔트리가 아니게 되었다. 전체적인 구성과 디자인이 상위 모델과 비교해도 존재감이 크게 빠지지 않는다. 유로 5를 대응하기 위해 F 850을 거치지 않고 F 900 엔진을 탑재한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완성도의 차이가 크다. 게다가 출시 금액 자체가 이렇게 합리적일 수 있나?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윤연수 기자 : 엔진과 차체를 거의 똑같이 공유하면서 원가 상승을 막았으면서도 두 모델의 재미와 지향점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이 큰 장점 같다. 또한 상위 모델과 엔진 형식과 외관 디테일의 차이를 두어 나눠놓은 점도 좋다. 미들급은 뭔가 부족하게 만드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또 하나의 선택지, 또 다른 하나의 완전체로 보인다. S 900 XR과 S 1000 XR의 가격 차이가 천만 원 이상 난다는 점도 이들을 선택할 가치가 있다.
김태영 기자 : F 900 R과 F 900 XR은 짧은 테스트로도 강렬한 인상을 줬다. 제품이 가진 목표가 명확했고, 뛰어난 패키지로 가격대비 가치 면에서도 경쟁력이 뛰어났다. 두 제품의 존재 이유는 쿼터급과 리터급 양쪽의 장점을 최대로 구현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쉽게 말해 쿼터급 모터사이클을 가진 소비자가 고민 없이 다음 모터사이클로 구입할 구성이고, 동시에 리터급을 동경하는 누군가도 시선을 돌려 타협할만한 존재감을 가진다. 이건 제품마다 포트폴리오가 거의 겹치지 않는 기존 모토라드 라인업 기준에선 대단한 장점이다. 하지만 어쩌면 두 제품이 너무 강력해서 팀 킬까지도 나올 수 있다.
인디언 모터사이클 챌린저 (20년 4월호 시승)
양현용 편집장 : 챌린저라는 이름 자체가 이 모델의 성격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이 로드글라이드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는 모델이니까. 기존 자사의 플래그십 크루저에 쓰던 공랭 썬더스트로크 엔진이 아닌 새롭게 개발된 파워 플러스 수랭 엔진을 탑재되었다. 그 덕분에 엔진 출력과 필링 등 주행성능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서스펜션의 움직임도 인상적인데 특히 리어 의 세팅과 움직임이 운동성을 고려해서 스로틀 개방 시 마찰력이 더 잘 느껴지고 코너 탈출에서 가속할 때 안정감이 좋다. 승차감이 나쁘지 않으면서도 스포티한 주행을 잘 받아준다.
윤연수 기자 : 일단 스마트키가 정말 스마트했다. 모터사이클은 키를 꼽고 돌리는 맛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스마트키를 소지만 하고 있어도 바이크가 라이더를 알아보듯 시동이 걸리고 움직이는 게 좋다. 챌린저는 스마트키로 사이드 케이스나 주유구까지 키 없이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로운 계기반은 가속하는 맛과 편리함을 두루 갖췄다. 터치가 지원되는 계기반은 휴대폰과 연동하여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아직 20대이기 때문에 보통 이런 대형 투어러를 타면 부모님 바이크 몰래 타고 온 것처럼 보이는데 인디언 챌린저는 젊은 디자인으로 제법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여기에 주행을 시작했을 때 금방 ‘역시 인디언은 박력을 아는구나!’라고 느꼈다. 거대한 외관에 비해 초반부터 튀어나가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또한 엔진 회전수를 높여도 바이크가 괴로워하지 않고 속도를 즐기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전동인 티를 내지 않지만 높이조절이 되는 윈드 스크린이 좋았다. 천천히 크루징만 한다면 고정식이라도 관계가 없겠지만 인디언은 바람을 맞으며 크루징을 하다가도 에어터널에 숨어 고속 주행을 즐길 수 있는 모델이다.
양현용 편집장 : 챌린저의 실루엣은 경쟁자를 의식한 듯 보이지만 그 안의 디테일을 개성 있게 채워 챌린저만의 이미지를 잘 구축했다.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봐도 챌린저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은은한 광택의 실버 컬러는 차량의 면과 각을 잘 표현해서 입체감을 더 강조하는 게 좋았다. 반면 한 가지 컬러로 출시해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쉬웠다. 2021년에는 더 다양한 컬러가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니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
할리데이비슨 소프테일 로우라이더 S (20년 4월호 시승)
양현용 편집장 : 할리데이비슨의 과거 다이나 패밀리에 있던 로우라이더. 그런데 다이나 패밀리가 소프테일에 통합되면서 소프테일 로우라이더라는 이름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S 모델은 배기량이 크고 강력한 출력을 발휘하는 모델이다. 다이나 시절부터 좋아했지만 소프테일 로우라이더 S의 경우 소프테일 라인업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모델이다. 우선 디자인과 컬러가 너무 멋지다. 질감이 다른 다양한 블랙이 만들어내는 카리스마와 포인트가 되는 브론즈 컬러의 조합이 고급스러워 소유욕을 자극한다. 그런 매력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포토 시승기 형식으로 진행했다. 서울의 밤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라고 생각이 든다.
윤연수 기자 : 모든 물건들은 일단 내 눈에 예뻐야 하는 것 같다. 주행 성능의 만족감만큼이나 스타일이 주는 기쁨도 상당하다. 우아하면서도 젊은 감각의 디자인이다.
양현용 편집장 : 상당히 즐거운 라이딩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저회전의 두꺼운 토크로 즐기기 좋고 포워드와 미드컨트롤 사이의 포지션이 굉장히 불량하게 느겨진다. 그래서 라이더 스스로가 조금은 우쭐한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이를 두고 헐렁한 듯 달리는 독특한 감각이라고 평가했었는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야마하 티맥스 560 테크맥스 (20년 5월호 시승)
양현용 편집장 : 티맥스의 경우 서킷과 공도 모두 시승했으며 구형 모델과 비교하며 다뤄볼 수 있었다. 사실 유로 5를 대응하기 위한 설정이 가장 우선으로 보인다. 티맥스는 경쟁자가 없다고 여겨질 만큼 맥시 스쿠터로써의 기본기와 밸런스가 뛰어난 모델인데 32cc 커진 엔진과 함께 토크와 출력 살짝 높아졌다. 과거 모델부터 차체를 거의 건드리지 않고 엔진을 키워오고 있는데 급격하게 엔진의 사이즈를 키우지 않는 이유는 갖춰놓은 밸런스를 깨뜨리지 않기 위함이라고 한다. 타도 티맥스를 목표로 나왔던 수 많은 경쟁자들에도 불구하고 티맥스는 홀로 전성기를 갱신하고 있는 것이 이 밸런스의 힘이 아닐까?
윤연수 기자 : 티맥스의 원래부터 갖추고 있던 완벽한 이미지를 흐트리지 않으면서도 높아진 환경 규제를 대응한다는 게 똑똑하다. 트랙 테스트 당시 맥시스쿠터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움직임 그대로 바이크가 따르고 무게 중심을 잡기 편해서 주행 중 다리를 내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무게 중심 자체는 높아서 바이크를 기울이는 동작이 꽤나 경쾌한데 휠베이스가 긴 덕인지 기울어진 후의 선회력이 느긋하다. 이는 바이크를 다루는 느낌은 쉽게 주면서도 선회가 급격하지 않기 때문에 라이더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양현용 편집장 : 사실 지금까지 길에서 마주쳤던 티맥스들이 모두 성급하게 운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주행해보면 뛰어난 운동성능 때문에 그렇게 달리게 된다는 걸 느끼게 된다. 또한 국내 수입 모델은 일반 티맥스 560이 아닌 풀옵션 사양의 테크맥스 모델이다. 기본으로 적용된 열선 그립과 열선 시트가 주는 만족감이 매우 크다. 전동식 윈드 스크린의 높이 변화가 꽤나 크기 때문에 신장이 큰 라이더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시트의 쿠션이 다소 얕다는 느낌이다. 시트의 폭이 넓어서 엉덩이 대부분을 감싸지만 시트고가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쿠션감은 다소 포기한 세팅인 것 같다.
윤연수 기자 :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더하자면 과거 모델에 비해 훨씬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티맥스는 과거 오토매틱 스포츠라고 분류할 정도로 공격적인 분위기였는데 점점 부드러운 인상으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티맥스 560 테크 맥스는 다시 공격적인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내는 것 같아서 반갑다.
존테스 310X (20년 5월호 시승)
양현용 편집장 : 솔직히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모델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중국산 모델은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은 애매한 느낌이었다. 아주 좋은 평가가 “이 정도면 괜찮다 나쁘지 않네.”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존테스를 타고 너무 깜짝 놀랐고 좌절감이 들었다. 생각보다 뛰어난 움직임과 구성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제 국내브랜드는 중국을 따라갈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에는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중국산 제품들이 꽤나 많아졌다. 제품 품질이나 아이디어가 좋은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존테스 또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산의 한계는 나처럼 실제로 접하기 전까지 부정적인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라는 점이다.
가격대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옵션을 다수 탑재하고 있는데 전동 윈드 스크린, TFT 디스플레이, 스마트키 등 동급대비 호화로운 구성이 인상적이다. 스마트키의 경우 시동을 거는 것을 포함하여 시트를 열거나 주유구를 여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도 좋다. 물론 전면에서 보이는 커다란 라디에이터는 콤팩트한데 페어링의 크기를 키워 더욱 대형의 고성능 모델처럼 보이게 하는 등 중국제다운 눈속임 요소가 숨어 있다.
윤연수 기자 : 눈치가 참 빠른 것 같다. 중국산 전자제품 제조 브랜드인 샤오미만 봐도 일상적인 환경에서 ‘이런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샤오미는 이미 갖추고 있다. 게다가 합리적인 가격과 퀄리티가 더해져 있다.
양현용 편집장 : 단지 눈치만 빠른 것이 아닌 생산 대응이 빠른 점이 중국산의 강점이다. 다만 아직 디자인이 조금 서툴러서 여러 브랜드의 디자인요소가 조금씩 섞인 모습이 있다. 그래도 페어링이나 파츠 등의 품질이 우수하다. 여기저기서 파츠를 사다가 조립만 한 느낌이 아니라 설계부터 독자적으로 전용 파츠들로 개발한 점이 좋다. 이 모델을 타고 나서 앞으로 10년 후 존테스 브랜드의 입지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 있을 것인지 기대가 된다.
글 모터바이크 편집부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