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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빠르다, 제네시스 GV70

윤지수 입력 2021. 05. 03. 16:30 수정 2021. 05. 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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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제네시스이자, 두 번째 제네시스 SUV.. 다양한 문구가 따라붙지만, 진짜는 따로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빠른 SUV'


참 애매하단 말이지…. 값비싼 GV80의 대안으로 보기엔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물론 그만큼 모든 장비를 그대로 품긴 했지만 말이다. 크기만 줄인 ‘베이비 GV80’ 이랄까. 더 크고 화려한 선택지를 두고 이 차를 사야 할 이유가 대체 뭘까? 흠… 달리기 성능?

맞다. 제네시스 관계자의 설명에 답이 있다. “70 라인업은 역동성을, 80 라인업은 역동성과 우아함 사이 균형을, 90 라인업은 우아함을 강조한다” 고 말한다. 그러니까 GV70은 ‘역동적인 스포츠 SUV’다. 시승 장소로 헤어핀 코스가 연달아 이어지는 굽잇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320만원짜리 스포츠 패키지를 더한 시승차는 곳곳에 과격한 그래픽이 들어갔다

저 멀리 GV70 시승차가 내 앞으로 다가온다. 넓적하다. 높이가 1630mm, 어깨너비가 1910mm에 달해 풍채가 아주 좋다. 크레스트 그릴과 쿼드램프까지 가로로 널찍이 펴져, 옆에 서 있는 기아 쏘렌토 R이 가냘파 보일 지경. 시꺼멓게 칠한 그릴과 범퍼, 거대한 21인치 휠은 고성능 아우라를 물씬 풍긴다. 어우 야…. 머리통도 들어갈 듯한 배기구 보여?


앞바퀴 쭉 내민 뒷바퀴굴림 플랫폼 비율에 ‘스포츠 패키지(320만원짜리 선택 사양이다)’까지 더했으니 강렬해 보일 수밖에 없다. 쿠페처럼 지붕도 엉덩이를 향해 높이를 낮춘다. 제발 겉만 번지르르한 허장성세가 아니기를.


곧장 충청도로 출발. 부드럽다. 6기통 가솔린 엔진이 나긋나긋하게 차체를 밀어주고, 낭창한 서스펜션은 흐르듯이 아스팔트 주름을 삼킨다. 역동성을 강조한다기에 BMW X3 부류인 줄 알았더니 되려 부드러운 벤츠 GLC과다. 아마도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로 노면을 읽고 서스펜션 댐퍼를 조율한다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부리나케 작동하고 있는 까닭일 테다. 그 기능이 빠진 GV70을 타보질 못해 효과를 장담할 순 없지만.

고속도로 위에서는 더 편하다. 노면 소음을 어찌나 꽉 틀어막았는지, 시속 100km 속도에서 실내는 고요하다. 바람 소리도 적다. 바람이 부딪힐 깃발 모양 사이드미러는 유리창과 멀찍이 떨어졌고, 앞유리와 측면 모든 창문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붙였다. 감히 단언컨대 정숙성만큼은 동급 프리미엄 D세그먼트 SUV를 통틀어 최고다. 토종 브랜드답게 소음에 민감한 우리나라 시장 취향을 철저히 따랐다.

점차 교통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루했던 주행모드 ‘컴포트’는 여기까지. 자, 지금부터는 ‘스포츠+’다. 변속기가 저속 기어를 바꿔 물며 rpm은 높이 뜨고, 서스펜션과 스티어링휠엔 무게를 더한다. 시트는 볼스터 (시트 좌우 쿠션)를 움직여 허리를 옥좼다. 스피커는 가상 엔진 사운드를 연주한다. 계기판엔 차체자세제어장치 해제 아이콘이 뜬다. 제법 긴장이 감도는데?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kg·m 성능을 내는 V6 3.5L 트윈터보 엔진

분위기가 다는 아니다. 맹렬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거침없이 시속 100km를 넘어 질주한다. 감각이 특히 좋다. V6 엔진이 약 6200rpm까지 회전할 때 울려 퍼지는 소리는 정신이 번쩍 들 만큼 호쾌하며, 8단 변속기 반응도 절도 있다. 제네시스가 공개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단 5.1초.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SUV다.

거짓말 같다. 좀 전까지 낭창낭창하던 그 GV70이 맞나? 든든한 서스펜션이 고속에서 딴딴하게 차체를 떠받든다. 너울을 넘은 후 자세를 추스르는 속도 역시 발군. 체감상 앞쪽보다 뒤쪽 서스펜션을 단단히 조율해 앞에서 충격을 거른 뒤 뒤쪽에서 붙드는 느낌이다. 덕분에 속도계 바늘이 높이 치솟아도 운전자 자신감은 그대로다. 전자제어 서스펜션 완성도가 무척 인상 깊다.


물론 본론은 지금부터다. 마침내 충청북도 고갯길에 도착했다. 주행모드는 당연히 스포츠+. 운전자세 고쳐 잡고, 숨 한번 크게 들이쉰 후 출발. 오르막은 거뜬하다. 3.5L 배기량에 두 개의 과급기를 연이어 붙인 엔진이 1300rpm부터 일찍이 54.0kg·m 최대토크를 4500rpm까지 줄기차게 뿜어낸다. 최고출력은 380마력. 2t 덩치가 무색하다.


코너 진입 전 급제동. 역시 전자제어 댐퍼는 ‘물건’이다. 주행모드 컴포트에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앞쪽이 적잖이 눌렸는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갑작스러운 무게 중심 이동에 든든히 맞선다. 좌우 쏠림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네 바퀴에 무게를 균일하게 실으며 안정적인 자세로 코너를 공략한다. 격하게 달릴 때만큼은 이 차가 SUV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코너 중심을 지날 때 즈음 가속 페달을 조금 급하게 눌러주면 뒷바퀴가 바깥으로 흐른다. 스포츠+ 모드에서 차체자세제어장치 개입을 늦춰준 덕분이다. 그러나 완전히 꺼지진 않은 모양이다. 조금 미끄러지는 듯하다가 슬쩍 편제동이 걸린다. 엔진 힘을 확 억제하지 않고 짧고 옅게 개입하기 때문에 신경 안 쓰면 모를 만큼 자연스럽다.


이제 내리막을 달릴 차례다. 차가 내리막 방향으로 고꾸라져 달리기 때문에 앞쪽에 무게가 훨씬 더 실리는 상황. 앞 타이어가 노면을 붙드는 실력이 예상을 웃돈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진입했는데 불안한 기색 없이 안정적으로 돌아나갔다. ‘끽~ 끼기긱~’ 타이어(255/40R21 규격 미쉐린 프리머시 투어 A/S)가 그립 한계를 드러내는 소리만 들려올 뿐. 오르막에서 힘으로 미끄러뜨렸던 뒤쪽 타이어는 이번엔 관성으로 슬쩍 바깥으로 흐른다. 물론 그 정도가 크지 않고 자세제어장치가 남몰래 개입해 빠르게 자세를 다잡는다.

재미있다. 분명 무게중심 높은 SUV이지만, 본격적으로 달릴 때만큼은 G70 부럽지 않게 안정적이다. 치밀하게 조율한 무게배분 덕분이다. 평지에서 과한 속도로 코너에 진입했을 때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안 밟으면 네 바퀴가 균일하게 미끄러진다. 50:50에 가까운 무게 배분이 미끄러지는 상황에서조차 운전자에게 선택지를 남겨놨다. 이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오버스티어다. 내 선택은? 당연히 오버스티어와 함께 약간의 카운터 스티어가 아닌가!


GV70 운전 재미에 빠져 철없이 수차례 고갯길을 오르락내리락 달렸다. 그러다 문득 계기판을 봤는데…. 헉, 절반 이상 차 있던 연료탱크가 바닥에 닿을 듯했다. 역시 제네시스 V6 엔진 먹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현대 V6 자연흡기 대형 세단도 기름을 부어 먹는데, 여기에 과급기를 두 개나 더했으니 오죽할까. G70 3.3 트윈터보 엔진 역시 원체 먹성으로 유명했다.

연료 때문에 반강제로 고갯길을 벗어나 퇴근길에 올랐다. 다행히 GV70은 평소에 으르렁대는 고성능 차가 아니다. 주행모드를 컴포트로 바꾼 후 정속 주행하면 스티어링휠, 변속기, 댐퍼, 시트에 스민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달린다. 시속 100km에서 8단 기어가 들어갔을 때 태코미터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는 겨우 1500rpm. 엔진 소음이 주행 소음 뒤로 숨으면서 고요히 항속한다.


스포츠 패키지를 더하면 실내도 바뀐다. 올트라마린 블루 색깔 실내와 3 스포크 타입 스포츠 전용 스티어링휠에 주목!

GV70과 함께한 장거리 퇴근길은 휴식의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설정한 속도를 따라 앞차와 간격을 조율하며 달리는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수준을 넘어, 방향지시등을 켜면 알아서 차선을 바꾸고 갑작스레 앞으로 끼어드는 차까지 대응한다.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는 더할 나위 없다. 반자율주행 기능을 켠 후 운전석 시트의 공기주머니 안마를 받으며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이 15개 스피커로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미래 자율주행 시대를 미리 맛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충정북도를 떠나기 전 기름을 가득 넣었는데, 벌써 연료통이 절반이나 비었다. 연료통에 구멍이라도 났나? 트립컴퓨터 누적 평균 연비를 보니 1L에 8km가 찍혔다. 정말 기름은 아낌없이 먹는다. 더욱이 연료탱크 용량이 겨우 66L에 불과해 체감 효율이 더 떨어진다. 대배기량 V6 엔진을 달았다면 80L 탱크 정도는 넣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기분이라도 더 든든하니까.

이후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GV70과 함께 끊임없이 장거리를 달렸다. 오른발에 쥐 날 만큼 조심조심 가속 페달 밟아가며. 그렇게 22시간 26분 동안 1038.7km를 함께했다. 트립컴퓨터 상 누적 연비는 1L에 9.1km를 기록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도 10km/L의 벽은 너무 높았다. 마지막 날은 62km를 달리는 동안 1L에 13.8km까지 기록해 봤지만, 그뿐이다. 정체 구간에 한 번이라도 진입하면 효율이 팍 떨어져 버린다. GV70 3.5 트윈터보를 탈 생각이라면, 기름값은 마음 편히 포기하자.


제네시스 GV70. 시승차를 반납하기 싫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때때로 열정적으로 질주할 줄 알면서도 평소엔 고급 세단처럼 나긋나긋하다. 넘치는 편의장비와 고급 소재로 두른 실내는 호화롭기 그지없다. SUV다운 널찍한 공간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탐난다. 그러나 그 게걸스러운 연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어쩌겠는가. 그냥 '갖고 싶은 차' 목록에나 올려놔야지.


윤지수

사진 이영석, SUGAR P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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