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생동감 넘치는 달리기 머신, 두카티 몬스터 821

조회수 2019. 2. 1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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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두카티는 몬스터로 하여금 대중의 스포츠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거듭났다. 미니멀리즘의 아이콘과 같았던 두카티 몬스터는 레이싱 기술을 물려받은 고성능과 일상에서의 라이딩을 접목해 스트리트 스포츠 바이크 시장을 개척해 왔다.

몬스터는 이탈리안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두카티에게 있어 큰 의미가 있는 모델이다. 슈퍼스포츠 모델에 의존해왔던 과거를 딛고 가장 시장성이 큰 스트리트 모델의 수요를 끌어 온 두카티의 대표적인 효자모델이었기 때문이다.

풀 페어링 스포츠 바이크가 주력이었던 90년대 근 현대기의 두카티에게 있어 몬스터라는 와일드 카드는 애초부터 예정된 것이 아니었다. 디자이너였던 미구엘 갈루치의 미니멀리즘 아이디어에서 떠오른 작은 스케치로 시작됐던 것이 당시 두카티 모터사이클을 취급하던 딜러들에게 예상외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말하자면 몬스터는 네이키드 스타일의 스포츠 바이크였다. 그 전까지의 두카티 풀 페어링 스포츠 모델은 고성능과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한편 불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레이싱 트랙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즐기기에 운전 자세가 불편하고 다루기 어려운 특성으로 하여금 라이더들의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혜성같이 등장한 몬스터는 그런 단점들을 크게 해소했다. 풀페어링 스포츠 바이크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되, 운전하기에 꼭 필요한 엔진, 프레임, 핸들바, 시트만 남기고 모든 것을 떼어버리자는 과감한 디자인. 훨씬 간편한 취급성을 갖추면서도 높은 성능은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두카티의 고성능을 만끽하고 싶었던 많은 이들이 몬스터를 선택했고, 1993년 첫 발매를 시작한 뒤 몬스터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미구엘 갈루치조차 예상하지 못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두카티의 주력 생산모델이 됐다. 매니악한 이미지만 있었던 두카티가 몬스터로 전 세계에 더욱 널리 이름을 알리면서 국내에도 매니아층이 꽤 생겼다. 

기본은 두카티의 풀페어링 스포츠 모델을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다양한 라인업으로 파생되어 왔다. 단순한 공랭 엔진과 풀 파이프 트러스 프레임으로 시작한 몬스터는 지금 크게 3개의 라인업과 하이브리드 섀시를 채용하고 수랭과 공랭 엔진을 모두 사용하는 카테고리를 갖추고 있다.

시승한 모델은 그 중에서도 중간쯤에 위치한 몬스터 821이다. 이 모델은 가장 엔트리급인 몬스터 797 공랭 엔진 모델과 고성능인 몬스터 1200 수랭 엔진 모델의 사이 포지션으로, 레저용 스포츠 모터사이클 세계의 입문 혹은 베테랑 라이더의 가볍고 재미난 스트리트 스포츠 바이크로서 넓은 층을 커버하고 있다.

두카티의 이탈리안 레드 컬러를 입은 몬스터는 언제봐도 다부진 인상이 멋지다. 울룩불룩 근육과 같은 연료탱크와 갸름한 시트라인, 짧게 잘린듯한 꼬리가 몬스터만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고 있다. 몬스터가 멋진 디자인으로 꼽히는 이유는 사실 매끄러운 사이드 라인이다. 옆에 보면 납작한 헤드라이트로부터 우람한 연료탱크로 물결치듯 이어지는 실루엣이 독특하고도 리드미컬하다. 

가운데 L자로 위치한 2기통 엔진은 두카티의 식구임을 증명한다. 테스타스트레타 11도 엔진은 두카티의 엔진들 중에서도 가장 사용자 친화적이다. 일반 도로에서 저속, 중속 영역대를 가장 즐겁고 스트레스 없이 달릴 수 있도록 고안됐다. 강제 개폐식 밸브인 데스모드로믹 시스템을 채용해 고회전에서의 짜릿함도 물론 간직했다.

821cc 수랭 엔진은 109마력, 토크는 89.4Nm을 내며 가볍게 도는 느낌이 역시 스포츠 바이크답다. 순정 배기 시스템으로도 충분한 맥동을 느낄 수 있는 L트윈 엔진은 스타트하는 순간부터 가슴을 울린다. 빅보어 엔진보다는 다소 빠른 맥박으로 스로틀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스로틀 밸브는 라이드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통해 전자식으로 개폐된다.

라이딩 모드는 3가지로, 어반, 투어링, 스포츠 모드가 있다. 충분한 힘이 나오는 투어링 모드는 스로틀 입력이 부드러운 장점이 있고,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좀 더 짱짱하고 민감한 스로틀 반응을 만끽할 수 있다. 어반모드는 안전한 시티 라이딩을 지향해 더딘 반응과 더불어 트랙션 컨트롤과 ABS 레벨이 올라간다.

과거의 거칠었던 몬스터를 즐겼던 기분을 내기 위해서 굳이 스포츠 모드를 쓸 필요는 없다. 투어링 모드로도 충분한 풀 파워를 즐길 수 있으며 반응이 아날로그느낌이라 오히려 친숙하게 마음편히 스로틀을 휘감기 좋다. 

1단부터 고르게 기어를 바꾸며 가속해 보면 여전히 스포츠 바이크의 피를 느낄 수 있다. 이는 바로 전 모델인 공랭 몬스터들이 가진 느낌보다도 수랭 엔진으로 바뀌면서 과거의 고성능 몬스터와 비견할 수 있는 날카로움을 많이 복원한 느낌이다. 6000rpm 부근에서 약간 주저하는 구간을 빼면 나머지 구간에서는 매끄럽게 가속해 나간다.

특히 6000rpm 이상으로 풀 스로틀하면 가벼운 무게와 몬스터 특유의 긴장감 있는 라이딩 자세와 더불어 놀라운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100마력을 살짝 넘는 출력일 뿐 이지만 수치보다 체감되는 가속력이 더 화끈한 이유는 시야에 거슬리지 않는 네이키드 바이크 특유의 개방감과 상체를 슬쩍 수그리고 공격적으로 올려붙인 풋 스텝 등이 만드는 긴장감이 어우러진 결과다.

물론 실제로도 파워가 낮지는 않다. 5단이나 6단으로 달려도 가속이 충분히 되는 점을 보면 역시 1리터에 가까운 배기량의 트윈 엔진다운 토크를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확실히 고회전으로 돌려가며 달렸을 때 더욱 쾌감이 큰 엔진이다. 이 점은 수랭화 되면서 더욱 고회전의 포커스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 라이딩을 위해 라이딩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와인딩 로드를 달렸다. 대낮에도 영하 노면은 미끄럽기 그지없지만 몬스터는 그렇게 위험요소를 안고 깊이 눕혀 들어갈 필요가 없다. 휠베이스가 짧고 핸들링이 날카로워 깊은 뱅킹이 없어도 고속으로 코너를 씹어먹을 수 있다. 몬스터는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평범해 보이는 네이키드 바이크지만 막상 달리면 상당히 빠르다.

양쪽으로 넓게 퍼진 와이드 핸들바는 조향을 더욱 쉽게 만든다. 좁고 갸름한 시트는 엉덩이를 이쪽저쪽으로 내밀며 무게를 실을 필요없이 스텝만 잘 조여줘도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앞 타이어로 무게가 상당히 실리는 스포츠 바이크 설정답게 조향은 상당히 민감하고 다양한 상황에서도 가볍게 움직인다.

보통의 스트리트 와인딩 로드에서라면 ‘춤추듯 달린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바이크다. 거기에 머리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코너링을 요리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엔진은 짱짱하지만 기본적으로 작고 타이트한 차체라서 조종하는 재미가 매우 크다. 

고속 안정성도 나쁘지 않다. 넓은 핸들바를 쥐고 카울 하나 없는 바이크를 고속으로 내몰려면 근력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네이키드 바이크들의 숙명이다. 몬스터는 그나마 기본 라이딩 포지션이 앞으로 숙여진 터라 그렇게 불편하지만은 않다. 시속 200km까지도 문제없다. 다만 오랜 시간을 이렇게 달리려면 체력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몬스터는 애초에 단거리를 짧고 굵게 즐기다 오는 스프린터다.

프레임은 강철 격자 구조와 엔진 구조를 섀시로 활용한 하이브리드 타입이다. 과거에는 리어프레임까지 그대로 이어졌던 파이프 프레임은 이제 엔진을 사이에 두고 뚝 끊긴다. 미적으로는 아쉽지만 코너링 성능과 구조적 경량화 면에서 얻는 것이 많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앞의 경우 320mm 듀얼 디스크에 모노블럭 래디얼 마운트 브렘보 캘리퍼를 장착했다. 건조중량 180kg의 차체를 멈추기에 오버스펙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의외로 리어 브레이크도 쓸 만하고 전체적으로 파워대비 제동력은 모자랄 것이 없다. 마스터실린더와 브레이크 레버도 부드럽게 작동해 저속 조작성도 나쁘지 않다.

계기반은 넓고 선명하다. 생각외로 많은 정보는 없지만 과하게 비싼 파츠를 달아놓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컬러 TFT 화면으로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으며, 사실 주로 쓰는 기능은 라이딩 모드 변경이나 트립미터 변경 정도다. 기어 포지션도 큼직하게 표시되며, 연료게이지도 컬러로 나온다. 여러모로 미들급의 장비라고 보기에 상당히 고급스럽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단단한 편이지만 작동범위가 앞 130mm/ 뒤 140mm로 충분하다. 일반적인 노면에서라면 문제없이 쾌적하게 달릴 수 있다. 전반적으로 80~120km/h 정도의 스포츠 라이딩에 최적화 되어 있는 세팅이지만 저속으로 도심 주행을 해도 큰 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몬스터 821은 현행 몬스터 패밀리 중에서 중간에 위치해 있는 몬스터다. L트윈 수랭 엔진을 장착해 공랭 엔진 대비 매끄럽고 세련된 필링을 가졌고, 출력은 딱 적당하다.

하지만 몬스터를 한번이라도 타보면 수치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스릴과 가속감이 배로 느껴진다.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요소가 라이더를 더욱 흥분하게 만든다. ‘나는 지금 달리고 있다’는 감각이 또렷하다. 대를 이어 온 몬스터만의 매력 포인트다. 

과거 공랭 몬스터들보다 가격대가 다소 높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대신 몬스터를 더 이상 두카티의 대중적인 엔트리 패밀리로 볼 수 없을만큼 고급화됐다. 위로는 몬스터 1200이 있긴 하지만 파워의 부족을 느끼지 않는다면, 821로도 ‘몬스터다움’을 느끼기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래로는 공랭 엔진의 대를 잇는 몬스터 797이 있지만 그는 그만의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몬스터 821은 여전히 훌륭한 몬스터다. 선대들이 가진 기본적인 매력을 다 탑재했다. 아무 이유없이 그냥 달리는 것만으로도 짜릿하고 재미있다. 거기에 아이코닉한 외모에 남성성을 더한 듯 우락부락한 디테일들이 더욱 소유욕을 일깨운다. 대중의 두카티를 자처한 스크램블러에게 엔트리 시장을 물려주었다면 몬스터가 나아갈 방향은 캐쥬얼 고성능 로드스포츠다. 몬스터 821 또한 이제까지의 두카티 몬스터들이 그랬듯 몇 년식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몬스터 그 자체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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