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말랑말랑 유럽차?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조회수 2019. 4. 2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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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양탄자를 탄 승차감입니다.” 세상에, 준중형 SUV 설명에 롤스로이스에서나 들을법한 수식이 들어갔다. 터무니없는 자신감의 근거는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 읽기도 어려운 복잡한 이름의 서스펜션을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SUV 시승을 통해 직접 맛봤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시트로엥, 윤지수



도로 위 떠다니는 비결은?

C5 에어크로스 SUV는 길이 4,500㎜로, 현대 투싼(4,480㎜)보다 조금 큰 준중형 SUV다. 주목할 특징은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과 ‘어드밴스드 컴포트 시트’다. 이 두 가지 특징을 바탕으로 ‘세단보다 편안한 SUV’를 지향한다.

패딩 점퍼처럼 네모나게 튀어나온 어드밴스드 컴포트 시트

거두절미하고 시트부터 앉았다. 마치 두툼한 패딩 점퍼(누비옷)처럼 네모나게 튀어나온 시트는 생긴 대로다. 실제 느낌도 빵빵한 패딩을 깔고 앉은 기분이다. 15㎜ 두께 고밀도 폼이 엉덩이 모양 따라 바뀌어 압력이 자연스레 골고루 퍼진다.



승차감은 어떨까? 첫인상은 부드럽다. 분명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는데, 진동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유럽산 SUV인데도 낭창한 미국산 SUV가 떠오를 정도. 멀리 볼 필요 없이 같은 플랫폼 EMP2를 밑바탕 삼은 푸조 3008과 움직임이 확연히 다르다. 3008은 도로 정보를 착실히 전하지만, 이차는 정보를 차단하려 애쓴다.



그래서 편하다. 작은 진동이 사라져, 차체를 타고 흐르는 노면 소음도 적다. 과속방지턱 같은 큰 충격도 고급 세단처럼 푹신하게 넘어선다. 방지턱을 지나 뒷바퀴가 떨어질 때, 뒤 서스펜션이 깊숙이 눌릴 만큼 부드럽다.



자고로 서스펜션이 무를수록 운전자는 불안하기 마련.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올렸다. 역시 빠른 속도에서도 자잘한 충격을 거르는 실력은 차급을 웃돈다. 그런데 바퀴가 깊숙이 눌리는 순간,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댐퍼가 꾹 눌리며 버틴다. 비유컨대 마치 말랑한 공기공 안에 딱딱한 고무공 만지는 느낌이랄까. 그 말랑한 구간 덕분에 정말 도로 위를 살짝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다.



안쪽 든든한 ‘고무공’이 좌우 코너가 이어지는 굽잇길에서도 과한 쏠림을 억제한다. 살짝 떠 있는 감각이 조금 불안하지만, 아스팔트에 바퀴 비비는 소리 낼만큼 빠르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다. 다만 완만한 코너에서 한쪽에 오래도록 무게를 실으면, 다소 많이 기울기도 한다.

앞 서스펜션에 두 개, 뒤쪽에 한 개의 유압식 쿠션을 더한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

부드러우면서도 든든히 버티는 서스펜션. 서스펜션 이상에 한 발짝 다가선 셈이다. 비결은 독특한 구조다.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하이드롤릭 쿠션’이라는 유압식 쿠션이 앞쪽엔 두 개, 뒤쪽엔 하나가 붙는다.

앞 댐퍼 실제 사진(왼쪽)과 안쪽 그래픽 모습(오른쪽)

관련 원문을 살펴보니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위아래 붙은 유압식 쿠션 두 개는 일반 서스펜션이 모두 눌렸을 때 큰 충격에 대비한 쿠션. 하나는 눌릴 때 버티고 나머지 하나는 펴질 때 버틴다. 보통 댐퍼(스프링 반동과 갑작스러운 충격을 버티는 장치)와 함께 두 개의 다른 성격 댐퍼를 추가했다고 볼 수 있다.

두 가지 든든한 쿠션을 믿고 기존 스프링과 댐퍼를 매우 무르게 조율할 수 있었다. 도로 위를 떠다니는 듯 잔진동을 꿀꺽 삼키던 비결이다. 또 적당히 눌리면 쿠션의 영역으로 들어와 불안한 거동을 바로잡는다. 시트로엥이 C3 WRC 랠리카에 쓸 만큼 자신하는 서스펜션으로, 이와 관련 특허가 20개에 달한다. 설명에 따르면 언덕을 점프한 후 바닥에 내리꽂힐 때 충격 흡수 능력이 특히 뛰어나다고.


에어범프(왼쪽)와 LED 테일램프(오른쪽)

다정한 자동차

부드러운 승차감은 가족용 차 성격 짙은 준중형 SUV로서 강점이다. 외모도 그렇다. 두꺼운 SUV 비율에 전체적으로 빵빵하게 둥글린 네모를 테마 삼은 스타일은 친숙하면서도 듬직하다. 곳곳에 들어간 네모 색깔 포인트나 네 개 네모가 빛나는 테일램프 등 다소 장난스러운 특징도 ‘멋있는 아빠 차’라기보다는 ‘다정한 아빠 차’ 같다.



실내 테마는 ‘모던 클래식.’ 가로로 평평하고 길쭉한 대시보드는 클래식한 분위기가 맴돌고 둥그런 네모로 꾸민 계기판과 송풍구 등은 현대적인 느낌이다. 승차감이 그랬듯 미래적인 3008과 비교하면 한결 아기자기하다.

다소 철지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왼쪽)과 플라스틱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 패들시프트(오른쪽)

만듦새는 ‘글쎄’다. 센터콘솔 팔걸이는 다소 낮고, 터치로 조절하는 버튼은 운전 중 빠른 조작이 어렵다. 플라스틱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 패들시프트도 ‘잘 만든 차’ 타는 기분을 흐린다. 문짝 내장재와 대시보드 등 전체적인 질감 역시 3008을 밑돈다.

뒷좌석은 세개 시트 너비가 모두 똑같다

뒷자리는 아이 세 명 탈 때는 만점, 성인 남성 두 명 탈 때는 빵점이다. 시트를 작은 시트 세 개로 나누어 놓아, 작은 세 명이 앉을 땐 모두 만족스럽다. 그러나 성인 두 명 타기엔 가운데 시트가 너무 큰 탓에 각각 차체 끝으로 내몰린다. 성인 남성 평균 키 수준 기자가 앉았을 때 좌우로 흔들리면 한쪽 벽에 머리를 박을 정도. 뒤쪽에 주로 아이들 태울 가족용 차답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580L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80L. 뒤 시트 등받이 각도 조정은 물론 앞뒤 150㎜ 슬라이딩을 할 수 있어, 시트를 접지 않고 최대 720L까지 늘릴 수 있다. 모두 접으면 1,620L로 늘어난다. 이때 평평한 바닥 길이가 1,907㎜이기에 차 안에서 잠자는 ‘차박’도 문제없겠다.

2.0L 엔진(왼쪽)과 1.5L 엔진(오른쪽)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30마력 1.5L 디젤과 177마력 2.0L 디젤 엔진이 들어간다. 둘 다 타본 기자의 개인적 추천은 1.5L 디젤이다. 당연히 2.0L 디젤이 훨씬 빠르지만, 1.5L 엔진도 최대토크가 30.6㎏·m에 달하는 만큼 일상 주행에서는 충분한 힘을 낸다. 가족용 차로 함께할 준중형 SUV로서는 무난하다. 같은 ‘샤인’ 등급 기준 500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과 L당 1.5㎞ 더 높은 효율도 2.0 모델 대비 매력 포인트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을 켠 상태의 12.3인치 계기판(왼쪽), '360도 비전' 기능은 앞뒤 카메라가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주변을 보여준다(오른쪽)

그러나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는 2.0 모델에만 들어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을 쫓는 기능이 어우러진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으로 잠시나마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을 누릴 수 있다. 기술이 제법 무르익은 만큼 국내 도로에서도 제법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2.0 모델 시승 후 트립컵퓨터 연비(왼쪽)와 1.5 모델 시승 후 트립컴퓨터 연비(오른쪽)

연비는 2.0L 모델로 69㎞를 달리는 동안 12.3㎞/L, 1.5L로 115㎞를 달려 15.1㎞/L를 기록했다. 가끔 최고속도로 달리는 등 얌전히 타지 않았음에도 주행 환경에 둔감한 디젤 엔진답게 높은 효율을 냈다. 공인 복합 연비는 2.0L 12.7㎞/L, 1.5L 14.2㎞/L다.



유럽 대중 브랜드 승용차에 ‘말랑말랑’이라는 표현을 쓸 날이 올 줄 몰랐다. 대부분 부드러운 승차감보다는 안정적인 주행감에 집중했기 때문. C5 에어크로스 SUV는 새 서스펜션으로 안정감을 지킨 채 편안함을 높인다. 특히 값비싼 전자 제어 댐퍼도, 에어서스펜션도 없는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이 차를 시작으로 고급스러운 승차감의 대중화를 기대하는 이유다.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가격은 1.5 필 3,943만 원, 1.5 샤인 4,201만 원, 2.0 샤인 4,734만 원.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은 모든 등급 기본이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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