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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과 택시는 직접적인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걸까

김진석 입력 2019.01.10 15:26 수정 2019.01.10 15: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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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가 카풀 받아들이면서 공생하는 방법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최근 카풀이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카풀이 등장 초반의 여러 가지 우려를 극복하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카풀의 요금제는 통상 택시 요금의 70~80% 수준이며, 여기에 카풀 업체들이 프로모션을 위해 제공하는 쿠폰을 적용하면 택시 요금의 절반 수준으로 편하게 이동이 가능하기도 했습니다.

카풀 요금이 이렇게 택시보다 저렴한 이유로는 물론 카풀 드라이버가 택시 기사처럼 전문적인 공급자가 아닌 데다 매칭 후 탑승까지의 대기 시간이 존재하는 등 택시 대비 불편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보험 배상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서는 승용차의 유상 운송을 금지하되, 출퇴근 시간 승용차 함께 타기는 예외 사항으로서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보험사 약관에서도 출퇴근 시 승용차 함께 타기의 경우 동승자 감액 비율이 적용되지 않으며, 운행 실비만 받는 경우는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봐서 유상 운송 면책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운행 실비(유류비, 유지비)”만 받을 경우 유상 운송으로 보지 않겠다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조항을 감안하면 카풀은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했을 때 공급자가 얻는 이득을 유상 운송으로 보기 힘들 수준으로 요금을 책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카풀 운행 후기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오며 가며 기름값 정도 버는 것이지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카풀을 해서는 수지 타산이 안 맞는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이러한 운행 실비 수준의 보상이 공급자의 참여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의 상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카풀은 중장거리, 택시는 단거리에서 강점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카풀 요금제는 현재의 보험 시스템 하에서는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으며 공급 참여자들이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단거리를 이동하는 경우 카풀 매칭률이 떨어집니다. 이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직장과 집 사이의 거리가 단거리일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차를 가지고 다니는 효용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출퇴근 시 자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은 중장거리 구간을 이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단거리를 자차로 출퇴근하는 경우더라도 수요자를 픽업하러 가는 리드 타임은 단거리나 장거리나 비슷한데 단거리는 금전적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작으므로 공급자가 굳이 귀찮게 카풀을 할 유인이 더 적습니다.

또한 수요자 입장에서도 단거리보다는 중장거리가 더욱 매력적입니다. 택시와 카풀의 가격 차이는 이동 거리가 멀수록 갭이 커지기 때문에 수요자들도 단거리보다는 중장거리 노선을 이동할 때 카풀을 이용할 유인이 더 큽니다. 단거리는 가격 갭이 크지 않고, 즉시 탑승이 가능한 택시를 선호하고 중장거리 노선을 갈 때는 택시와 카풀을 상황에 따라 선택해 이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수요자와 공급자의 사정을 감안하면 결국 카풀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구간은 실제 출퇴근이 이루어지는 비교적 중장거리 구간들 위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택시 승객의 이동 거리 분포의 약 절반 가량은 5km 미만 단거리 구간의 수요로 택시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택시 수요 공급이 맞지 않는 시간대, 특히 출근 시간대 몰리는 수요의 대부분이 거주지와 중심지를 오가는 수요일 것이라고 추론한다면 해당 시간대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의 상당 부분은 10km 이상의 중장거리 노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단거리 위주의 택시와 장거리 위주의 카풀로 시장이 형성된다면 의외로 택시 시장이 카풀로 인해 받는 영향력은 작을 수 있습니다.

◆ 택시 업계에게 단거리 시장이 돌파구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택시 입장에서는 카풀을 도입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단거리 시장에서의 수익을 지키기 위해서 정부에 기본요금을 높이거나 단거리 구간 내에서는 거리 요금의 증가 폭을 올리는 등의 요구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통 연구원에 따르면 6km 이동했을 때 택시 요금은 서울 5,800원, 뉴욕 11,000원, 파리 12,300원, 런던 19,800원 수준으로 해당 국가 소득 수준을 고려해도 한국 택시요금이 평균 1.5~2.0배 저렴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단거리 시장을 활용해 택시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여력도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단거리의 요금을 높이는 대신 장거리에서의 요금의 경쟁력을 카풀과 갭을 줄인다면 매칭률이 떨어지는 카풀 대비 공급이 풍부한 데다가 호출부터 탑승 시간이 짧은 택시의 장점을 활용해 장거리에서도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과 대응 방안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카풀을 도입한다고 해도 택시 시장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택시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카풀을 보조적인 신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이상적인 상황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택시 업계가 이러한 방법들을 검토하면서 실리를 취하는 것이 생존권을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부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시대에 흐름에 대처하는 것이 아닐까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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