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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투자 각색'과 '자해 행위'에 대한 기우

나윤석 입력 2019.04.20 10:14 수정 2019.04.20 10: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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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저의 뇌피셜입니다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지금부터 제가 쓰는 글은 순전히 저의 머릿속에서 나온 내용임을 먼저 밝혀 둡니다. 그러나 완전히 허황된 소설은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다큐드라마 정도의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즉,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 관련 기사, 시장의 다양한 정보들을 부속으로 사용하여 저의 추론과 약간의 상상으로 조립한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아무 것도 증명된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글을 칼럼의 형식으로 남기는 이유는 제 뇌피셜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먼저 공식적 사실들을 모아 보겠습니다.

#1. 4월 15일, 현대차는 ‘코드42’라는 벤처 기업에 전략 투자하고 상호 다각적인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코드42는 네이버 CTO이자 네이버랩스의 대표였던 송창현 대표가 지난달에 설립한 신생 스타트업으로서 도심형 모빌리티 통합 플릿폼 ‘유모스(UMOS – Urban Mobility Operationg System)’의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전략 투자를 계기로 코드42와 고도화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을 위해 적극 협업하게 된다. 앞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최근 서울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송창현 코드42 대표와 만나 구체적 협력 방안과 미래 모빌리티 혁신 트렌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송창현 코드42 대표(사진 왼쪽)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오른쪽)

#2. 한국GM 군산 공장이 새 주인을 찾았다. 3월 29일 ㈜명신 등 엠에스 오토텍 중심의 부품회사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인수계약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본 계약 체결일은 오는 6월 28일로 알려졌다. 이 컨소시엄은 군산공장을 OEM 방식의 전기차 제조를 위하여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엠에스 오토텍은 현대차 사장을 역임한 이양섭 회장이 설립하고 현재 장남인 이태규 대표가 경영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1차 협력사이다.

그 다음 이 두 사실과 연관된 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1. 3월 4일자 피치원은 ‘현대차, 송창현 전 네이버 CTO 영입, 모빌리티 법인 CEO 맡긴다’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기사는 현대차그룹은 송창현 씨를 내구 그룹 계열 기술 개발 파트에 직접 영입하는 대신 현대차그룹이 투자하는 기술회사 CEO를 맡기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장의 이야기와 관련하여 송 대표와 신규 법인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관계자는 ‘송창현 전 CTO가 현대차그룹에 합류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어떤 것도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라고도 이 기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2. 한국GM 군산 공장을 인수하는 엠에스 컨소시엄과 관련하여 중국의 자본이 참여했다는 기사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됩니다. 4월 7일자 뉴스1 기사에 따르면 엠에스 컨소시엄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퓨처모빌리티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퓨처모빌리티는 2016년 전직 BMW 임원 2명이 중국 정부의 지원과 IT 기업 텐센트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설립한 회사로서 바이톤(BYTON)이라는 전기차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 자본과 전기차 업체가 국내의 공장을 이용하여 국내 시장에 우회 진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업계에 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엠에스 컨소시엄은 인수비용 및 공장 설비 등에 약 2천억원을 투자하여 국내 대기업의 위탁을 받아 OEM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고, 중국 전기차 업체가 개발한 전기차 모델을 들여와 독자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판매처로는 국내 시장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시아 수출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위의 두 가지 사안은 긍정적인 변화로 보입니다. 현대차가 미래차의 핵심 먹을거리 가운데 하나인 모빌리티 솔루션과 관련하여 국내 벤처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갖기로 결정한 것은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하에서 현대차가 미래차를 위하여 구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좋은 시그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년 한 해를 뒤흔들었던 군산 공장 문제가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는 것은 지역 경제나 일자리, 그리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전반에도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입맛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개운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현대차의 수직계열화 혹은 모든 역량의 내재화 경향이 여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입니다. 아시다시피 현대차는 철강(현대제철)부터 최종 단계의 물류(현대 글로비스)까지 자동차 생산-판매에 대한 거의 모든 과정을 사내 역량에게 맡기는 수직 계열화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동차 제작사입니다. 솔루션 프로바이더인 현대모비스가 이젠 공식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에 등장했을 정도로 긴밀합니다.

그런데 만일 이번의 코드42에 대한 투자가 업계에서 들리는 루머와 일부 기사에서 말했듯이 현대차가 송창현 대표와 이하 인력을 흡수하는 것을 외부 투자의 형태로 각색한 것이라면, 즉 여전히 모든 역량을 현대차 안에 내재화하려는 경향을 버리지 못했다면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요즘 자동차 산업은 ICT 산업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ICT 산업의 핵심은 민첩성입니다. 즉 의사 결정과 실행의 속도가 생명입니다. 따라서 모든 것을 내가 갖겠다는 투자 혹은 흡수의 형태로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흡수 합병 – 투자 – 협력 – 연대 등의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으며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번 송창현 대표의 건은 그가 네이버라는 국내 최대의 빅 데이터를 가진 포털의 CTO였으며 그 안에서 빅 데이터를 이용한 다양한 솔루션 개발을 책임졌던 네이버랩스의 대표였다는 점에서 제 우려가 시작됩니다. 즉, 만일 현대차가 송 대표와 그의 팀이 갖고 있는 기술을 코드42라는 벤처를 우회하여 내재화한 것이 사실이라면 기술은 가져왔지만 빅 데이터는 가져오지 못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중국의 바이두 등 빅 데이터를 가진 포털은 얼라이언스 등 협력 관계로 연대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것은 그들만이 제공할 수 있는 빅 데이터의 유용성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현대차그룹이 송창현 대표가 소속되어 있는 네이버와 긴밀한 연대를 갖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전의 칼럼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그리고 서울모터쇼 개막식의 키노트 세션에서 보여주었듯 현대차는 외부의 거대 기업이나 세력과의 대등한 연대보다는 자신이 주도하는 형태의 종속적 협력 관계를 선호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코드42 건도 같은 철학 아래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군산 공장과 관련하여 저는 이 곳이 우리나라의 미래차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일명 ‘한국 미래자동차 주식회사’의 형태로 정부 주도의 산업 합리화 지구로 지정되기를 바란다고 수십 차례의 글과 강연, 컨설팅으로 의견을 피력해왔습니다. 즉, 정부가 주도하여 현대차 – 삼성 – 엘지 – SK – KT – 한전 – 카카오 및 네이더 등 미래차의 핵심 역량인 전동화 – 자율주행 – 통신 – 빅 데이터 등이 국내에서 모두 조달될 수 있다는 것을 해외로 보여주자는 것, 즉 우리나라에는 미래차의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기로 군산 공장을 활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 모터쇼는 이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쇼 케이스가 되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엠에스 컨소시엄은 오스트리아의 마그나처럼 OEM 생산 전문 기업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일부 기사와 루머처럼 중국의 자본과 중국의 기술 및 부품 산업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에 입성할 수 있는 역 교두보가 된다면 이것은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단기적으로 몇 백 개의 일자리를 확보하고 지역 경제가 다시 돌아가는 모양을 갖출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태계에 중국이 직접 침투하는 것을 현대차의 1차 협력사이자 현대차 전직 사장이 설립한 회사가 열어준 결과가 된다면 이것은 심각한 자해 행위가 됩니다.

물론 현대차로서는 수익성이 낮지만 미래차 생태계에서 없으면 안 되는 초소형 어반 모빌리티 생산을 외주화하는 것이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미 기아차가 수익성이 낮은 경차인 레이와 모닝을 1차 협력사인 동희오토에 외주 생산한 경험도 있으니 더욱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뒷문을 열어주는 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걱정하는 부분들이 단순한 저의 기우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단기 실적이 중요한 기업과 관료 사회의 생리가 저의 걱정을 더욱 크게 합니다. 지금은 큰 그림을 잘 그려야 할 전환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수십 년의 산업 생태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이 글은 저의 뇌피셜입니다. 결론이 실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뇌피셜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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