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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일본 재공략 현대차, 이번엔 폐쇄적 시장 뚫을까

임유신 입력 2019.03.12 15:14 수정 2019.03.12 15: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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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장 재진출, 7전 8기로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면
실패해서 철수한 시장에 다시 도전하는 자동차회사들이 눈에 띈다. 경쟁 시대에 필수로 해야 할 일이지만, 만만치 않은 시도다.
일본 재진출 차종 중 하나로 예상되는 현대차 넥쏘

[임유신의 업 앤 다운] 7전 8기라는 말이 있다. 계속 실패하더라도 꾸준하게 도전해서 나중에 승리한다는 뜻이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죽을 맛이 아닐까 싶다. 미래는 안 보이고, 트라우마는 남고…. 한 번 해서 안 되면 손 털고 나오면 그만인데 타의에 의해서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규모가 큰 자동차회사라고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 실패하는 모델도 나오고 경쟁에서 지기도 한다. 해외시장에 진출했다가 망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아무래도 본국과는 자연과 생활과 문화가 다른 곳에 차를 팔려니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다. 아예 현지에서 그 나라에 맞는 차를 만들지 않는 이상, 이미 있는 차를 가지고 들어가서 팔면 성공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해외시장 진출이 다 잘되라는 법은 없으니 지지부진하면 철수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다른 자동차회사는 그곳에서 잘한다면 체면 구긴다. 더군다나 그 시장이 놓치기 힘든 시장이라면 재진출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만 봐도 해외 브랜드가 진출했다가 떠난 사례가 종종 나온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판매 부진이다. 우리 취향에 맞지 않아서 잘 팔리지 않는 바람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 국산차 업체도 철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엄밀히 따지면 외국계지만 국산차 업체로 치는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도 철수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모기업이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한국에 남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푸조

자동차시장의 격전지인 미국도 업체들의 비극적인 철수 역사가 반복되는 곳이다. 유럽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푸조도 1958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1991년 판매 부진을 이유로 철수했다. 같은 소속인 시트로엥은 충돌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1974년 철수한 바 있다. 유럽 대중차 브랜드는 대체로 미국 시장 성적이 좋지 않고 고전을 면치 못한다. 반대로 미국 브랜드는 유럽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토요타는 미국에서 거의 미국 브랜드 취급받고 실적도 좋지만, 가지치기 브랜드인 사이언은 2002년 설립했다가 13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젊은 층을 상대로 한 자동차였지만, 젊은 층의 수요가 줄고 자동차 문화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이언

현대기아차는 일본에서 철수한 경험이 있다. 현대차는 2000년 일본에 진출해 2001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가 2009년 철수했다. 9년 동안 판매한 자동차는 1만5000여 대. 기아차도 2013년 철수를 결정했다. 경차 위주 시장에 중형차로 공략한 점, 상품성 격차, 높은 가격으로 인해 떨어지는 경쟁력, 자국 차 선호도가 높은 폐쇄적인 일본 시장 분위기 등이 철수 이유로 꼽힌다.

세력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영토확장을 해야 하는 자동차시장 특성상 철수했다고 영원히 물러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다시 문을 두드려야 할 때가 온다. 현대차는 일본 시장 재진출을 검토 중이다. 철수한 지 10년 만에 일본 시장에 다시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2019년 도쿄모터쇼에 부스를 차리고 이후 적절한 시기에 판매를 시작하리라 예상한다. 일반 모델 위주로 진출한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수소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공략한다고 알려졌다.

일본 자동차시장 공략 시도했던 현대차 그랜저

1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아주 다르다. 현대차의 제품력도 좋아졌고 인지도 또한 높아졌다. 실패 원인을 분석했으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지난번보다는 나은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 어려운 점도 여전하다. 일본의 높은 국산차 선호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수입 자동차도 프리미엄 제품 위주다. 현대차가 고급화를 이뤘어도 프리미엄 브랜드 수준의 가치를 전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낮은 선호도도 걸림돌이다. 친환경 중에서도 경쟁력이 좀 있는 SUV 라인업이 그나마 좀 기대하는 부분이다. 세계 시장 곳곳에 진출해 위상을 높인 현대차이지만 가까운 일본 시장은 뚫지 못했다. 어려운 시장인 만큼 진출해서 좋은 성과를 올린다면 브랜드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단순히 판매를 확대하고 수익을 올리는 목적을 떠나 무형의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시장이다.

푸조도 미국 시장에서 철수한 지 30여 년 만에 북미 시장 재진출을 준비 중이다. 푸조가 속한 PSA 그룹 내 시트로엥과 DS도 함께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철수 전력이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먼저 공유 서비스로 시장 문을 두드리고 본격적인 진출은 2020년대 중반 이후 정도로 장기적인 계획으로 추진한다. 주력 시장이 유럽 위주인 PSA그룹은 미국 시장에 진출해서 성공하면 영역을 크게 넓힐 수 있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미국 시장이 워낙 경쟁이 치열한 데다가 인지도가 낮다. 30년 전 부진했던 모습에 대한 기억은 많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현재 모델에 대한 현지 검증이 되지 않아 신뢰도가 불확실하다.

다시 미국 공략에 나선 푸조

7전 8기는 좋은 말이지만, 자동차회사들이 말 그대로 7번씩 도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번 실패했다면 다음번에는 성공해야지, 그렇지 못하면 타격이 크다. 여러 자동차회사가 실패한 곳에 재진출을 시도한다. 아픈 기억이 남아 있지만 치열한 경쟁 시대에 빈자리를 남겨 둘 수는 없다. 과거를 교훈 삼아 멋지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다시 한번 한계를 보여주고 말지 지켜볼 일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evo>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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