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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와 코란도, 퇴물 되지 않으려면 이름값을 해야

임유신 입력 2019.02.11 09:22 수정 2019.02.11 09: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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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기대는 시대, 여전히 유효할까?
이름에 기대는 시대, 여전히 유효할까?오랜 세월 이어온 이름은 계속 유지하는 게 낫다. 그런데 그런 이름도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자동차시장 환경은 변하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신형 쏘나타 디자인에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진 르필루즈 콘셉트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정해놓은 틀이라는 게 참 무섭다. 잘 포장하면 정체성이나 전통이 되지만, 시간이 흐르면 변화를 가로막는 족쇄로 작용한다. 질리기 시작하거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면 틀을 바꾸면 그만이지만 현실에서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특히 어떤 특징으로 깊이 자리 잡았다면, 새롭게 바꾸기 위해서는 전체를 다 뜯어고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BMW의 정체성은 그릴에 양쪽으로 뚫린 키드니 그릴이다. 한 눈에 BMW인지 알게 하는 상징적인 요소다. 키드니 그릴 없이 BMW를 말할 수 없지만, 최근 들어 키드니 그릴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의견이 슬슬 나오고 있다. 키드니 그릴에 묶여 디자인 변화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BMW 디자인이 큰 폭으로 바뀌기 바라는 사람들은 키드니 그릴을 과감하게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르쉐는 디자인은 물론 기술적인 면에서도 특징이 강하다. 911의 디자인 요소를 바꾸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마니아층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바꾸고 싶어도 바꾸기 쉽지 않다. 그런 911도 세대가 흐르면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신형 911은 8세대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형태는 전과 비슷하다. 겉모습만 보면 바뀐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911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굳이 바꿀 필요 없다는 의견이 아직은 대다수지만,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평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그나마 기술적으로 큰 변화를 종종 거쳐왔기에 변화에 인색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는 않다.

재규어는 전체를 다 뜯어고쳤다. 클래식하고 전통미 넘치는 디자인이나 J 게이트라고 부르는 변속기 형태를 수십 년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런 전통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미래지향적인 스타일로 싹 갈아입었다. 오랜 인식을 깨뜨리는 위험성 높은 시도였지만, 성공적인 변화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냈다.

이름도 정해 놓은 틀 중 하나다. 오랜 전통을 쌓아 올린 이름이라면 바꾸지 않는 게 낫다.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이름에 쌓인 가치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런데 이름도 유행을 타기 때문에 한 이름만 고집하면 구식 이미지가 쌓인다. 과거에는 가능하면 이름에 손을 대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좀 다르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오래도록 유지한 이름을 버리기도 하고, 새 이름표를 단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름을 다시 짓기도 한다. 그만큼 경쟁은 치열해졌고 오랜 전통에 대한 가치가 옅어졌다.

이름 변경은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다. 인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잦은 변경은 지양해야 하지만, 오래도록 유지한 이름을 계속 이어갈지는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한다. 때마침 이름에 오랜 역사가 담긴 국산차 소식이 들린다.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쌍용자동차 코란도 신모델이 조만간 선보인다. 두 차 모두 역사가 긴 편이고 이름에 대한 인지도도 높다. 새 모델이 나와도 당연히 이름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여기는 차들이다. 쌓아 올린 인지도가 커서 이름 유지가 득이 크지만, 두 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와 같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유지하는 게 꼭 낫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쏘나타는 신형이 나오면 8세대다. 1세대가 1985년에 나왔으니 35년이라는 긴 역사를 쌓아 올렸다. 중형 세단 대표 모델인 동시에 국민차로 칭송받으며 한국 자동차 역사에 획을 그었다. 성공한 중산층이 타는 차로 이름을 날렸고 판매 1위를 놓치지 않던 인기 모델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고급차 선호 현상이 확산하면서 한 등급 위 모델인 그랜저가 더 큰 인기를 끈다. 여전히 동급에서는 선두를 달리지만 경쟁차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격차가 예전보다 줄었다. SUV 인기가 이어지면서 세단 시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쏘나타도 영향을 받았다.

쏘나타뿐만 아니라 국산 중형 세단 입지가 예전 같지 않지만 버릴 수는 없는 시장이다. 여전히 시장 규모는 크고 반전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쏘나타의 명예 회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전에 성공하면 이름값은 더 커지지만, 그러지 못하면 쏘나타라는 이름은 한물간 퇴물 취급받는다. 지금 같은 내리막 상황이라면 이왕 다 바꾸는 김에 이름 변경도 고려해볼 만하다.

코란도라는 이름도 꽤 오래됐다. 1974년 처음 등장한 이름으로 46년째 이름을 이어간다. 중간에 액티언이라는 이름으로 잠시 외도했다가 다시 코란도로 돌아왔다. 이미 한 번 개명한 터라 이름 변경 부담이 크지만, 그동안 쌓인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면 새로운 이름도 생각해 볼 만하다. 바로 전 모델인 코란도 C는 2011에 처음 나와 8년 만에 완전변경을 앞두고 있다. 경쟁차 변경 주기에 비하면 늦었다. 처음 나올 때 경쟁차보다 2, 3년 늦게 나와 경쟁 시기를 놓쳤고, 이후에도 현대차 투싼이나 기아차 스포티지가 신모델로 선방할 때 노후화된 모델로 버티느라 존재감이 떨어졌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가기보다는 산뜻한 새 이름이 나을 수도 있다.

쏘나타나 코란도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치려면 새 이름이 낫겠지만, 아직 두 이름에 기대를 걸어볼 여지는 크다. 다만 붙이기만 하면 이름값 덕을 본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이름값을 제대로 해내야 하는 큰 짐을 안고 있다. ‘이름 빼고 다 바꾼다’는 말이 있듯이, 큰 변화를 하더라도 이름만큼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오랜 역사를 이어온 이름까지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자동차시장은 환경은 변하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evo>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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