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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 개인 판매는 3%, 나머지는 다 법인 판매라고?

전승용 입력 2019.01.08 11:24 수정 2019.01.08 16: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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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 법인 판매 실적의 명과 암
제네시스 G90

[전승용의 팩트체크] 자동차를 사는 것은 한정된 돈으로 결정하는 일종의 '선택 게임'입니다. 자신이 보유한 예산에 맞춰 차급, 용도, 디자인, 성능, 사양, 연비 등을 조합하는 것이죠. 가끔 남이 산 차를 보며 ‘저 돈이면 차라리 OO을 산다’는 분도 계시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인 기준입니다. 집 다음으로 비싼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를 아무 생각 없이 샀겠습니까. 안타까운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의 선택을 폄훼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제네시스 G90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우선 ‘1억2000만원짜리 G90을 살 바에는 1000만원 더 주고 메르세데스-벤츠 S350L이나 포르쉐 파나메라 4를 사겠다’는 내용이 눈에 띄네요. 그게 아니라고 설명을 하려는 순간 다른 유저분의 ‘팩폭’ 대댓글이 보이네요. 워낙 현실적인 내용을 적어주셔서 첨언을 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저보다 훨씬 더 낫네요.

제네시스 G90 기사에 달린 댓글과 대댓글

아... 제가 오늘 하려는 팩트체크는 이게 아니라 그다음입니다. ‘G90을 저 돈 주고 사는 것은 대기업 임원 법인차 밖에 없을 것’이라며, ‘개인등록차량은 전체 판매량의 3%도 안 될텐데ㅋㅋ’라는 부분이요.

충격적인 댓글이었습니다. 설마 진짜로 믿으시는 분은 안 계시겠죠? 아무리 대형 세단으로 갈수록 다른 차급에 비해 법인(사업자 포함)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만, 개인판매가 고작 3%밖에 안 되겠습니까. 이와 관련해 팩트체크 들어가겠습니다. 저도 궁금하네요.

제네시스 G90 구매 유형 별 판매 현황. (좌)전체 중 개인vs법인, (우) 법인 중 렌트vs자가용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네시스 G90(EQ900 포함)의 개인 판매 비중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마이바흐 포함), BMW 7시리즈보다 더 높습니다. S클래스와 함께 댓글에 언급된 파나메라만 G90보다 높네요.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제네시스 G90은 지난해 1~12월 모두 9246대가 판매됐습니다. 이 중 개인 판매는 2632대로, 전체의 28.5%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S클래스는 7165대 중 1658대인 23.1%, 7시리즈는 2352대 중 570대인 24.2%로 나타났습니다. 파나메라는 1947대 중 30.7%인 597대네요. 경쟁 모델과 비교해 나름 안정적인 수치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구매 유형 별 판매 현황. (좌)전체 중 개인vs법인, (우) 법인 중 렌트vs자가용

그렇다고 이게 G90에 좋은 지표냐. 그것은 절대 아닙니다. 법인 판매도 렌터카와 자가용 비율에 따라 ‘질’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렌터카 비중이 높은 것은 그만큼 기업 영업을 통한 ‘단체 판매’가 많고, 자가용이 높은 것은 사업자 비용 절감을 위한 ‘개인 리스’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G90의 법인 판매 6614대 중 렌터카 비중은 39.7%(2628대)에 달했습니다. 5.8%인 S클래스(5507대 중 329대), 8.2%인 7시리즈(1782대 중 147대)에 비해 매우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파나메라는 1350대 중 겨우 1.9%인 25대가 렌터카였습니다.

BMW 7시리즈 구매 유형 별 판매 현황. (좌)전체 중 개인vs법인, (우) 법인 중 렌트vs자가용

각 기업의 임직원용 차량으로 제공되는 것을 고려하면 단체 판매에 기대는 G90의 ‘구조적 의존도’는 더 심하게 나타날 듯합니다. 정확한 데이터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들은 바에 따르면 제네시스 브랜드의 법인 판매 중 15~20%는 기업 임직원용이라고 합니다. 현대차가 삼성 등 대기업 승진 시기에 맞춰 얼마나 치열하게 영업하는지는 익히 들어서 아실 겁니다. 뭐, 사회적 눈치 때문에 S클래스나 7시리즈는 살 수 없는 환경에서는 G90밖에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포르쉐 파나메라 구매 유형 별 판매 현황. (좌)전체 중 개인vs법인, (우) 법인 중 렌트vs자가용

문제는 이런 구조적 의존도가 G90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체 판매 시장은 안정적이지만, 그 규모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반면, 개인 리스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만큼 전체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2016년 2만3271대가 팔린 G90은 2017년 1만2413대로 줄어든데 이어 지난해에는 9246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름을 바꾸고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놨다 하더라도 반등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반면 S클래스는 같은 기간 6391, 6371대에서 올해 7165대로 늘었습니다. 7시리즈가 3300대에서 2300대 수준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이는 300~500대 팔리던 파나메라가 1974대까지 늘어난 것으로 충분히 메워집니다.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G90의 판매량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제네시스 G90 실내

쓰다 보니 꽤 우울한 팩트체크가 됐습니다. 물론, S클래스나 7시리즈, 파나메라 등이 더 좋은 차여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 수도 있겠지만, G90도 가격 대비 상품성이 괜찮은 모델입니다. 대댓글에 나온 것처럼 1억2000만원짜리 G90과 비슷한 성능·사양을 만들려면 앞서 언급된 모델의 가격은 2억원까지 훌쩍 뛰어오릅니다. 단순히 계산해도 1000만원이 아니라 5000~8000만원이 필요한 셈이네요. 그런데도 이런 격차를 무시하는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습니다.

사실 G90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이게 다 현대차가 그동안 소비자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겠죠. 국산차 중 가장 비싼 고급 모델임에도 언젠가 꼭 사고야 말겠다는 ‘성공의 로망’이 되기는커녕 법인 판매로 연명한다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바라는지, 신뢰를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노력을 기대하는 것은 세상물정 모르는, 지나치게 순진한 낭만주의일까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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