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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왜 폭스바겐 회장 발언에 격분했나

이완 입력 2019.04.17 09:00 수정 2019.04.17 09:0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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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전기차 올인 전략에 제동 필요한 이유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요즘 독일 자동차업계는 폭스바겐 그룹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 최고 경영자의 발언으로 시끄럽다. 다임러와 BMW 등의 경쟁사는 연일 쓴소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BMW의 비판이 거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헤르베르트 디스 / 사진=VW

◆ 폭스바겐 ‘배터리 전기차에 올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난 3월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그룹 회장은 독일 자동차공업협회(VDA)와 업계는 물론 정부까지 포함해 모두가 배터리 전기차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빠르게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재편되고 있는데 제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2021년까지 완성차 업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평균 95g/km까지 낮춰야 하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전기차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발언의 주요 내용이었다.

폭스바겐의 제품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미하엘 요스트 역시 비르트샤프트보헤와의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4도 오르면 (인간이) 상황을 관리할 수 없게 되며, 폭스바겐의 공격적인 전기차 전략은 지구 온난화를 최대 2도로 제한할 수 있게 공헌할 것이라며 배터리 전기차 필요성을 언급했다.

독일의 친환경 정당인 녹색당 역시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2030년까지 끝내고 전기차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발언만 놓고 보면 독일 자동차 업계가 갈등을 빚을 만한 요소는 없어 보인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자는 목소리는 오히려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또 기업이 자신들의 철학이나 전략을 힘주어 말하는 것 역시 문제 될 게 없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경쟁사들을 화나게 한 것일까?

하랄트 크뤼거 / 사진=BMW

◆ BMW ‘올인 전략 위험, VW을 위한 보조금일 뿐’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회장의 발언이 있고 며칠 후, BMW 하랄트 크뤼거 회장이 입을 열었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그는 배터리 전기차만이 아닌, 여러 구동 방식이 기회를 받아야 하고,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엇이 미래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지’ 그 방향이 결정되는 게 맞다며 폭스바겐 회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결정적으로 폭스바겐에 숨은 의도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은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회장의 주도로 만들어진 전기차 전략 보고서의 존재였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에 의해 공개된 이 보고서에는 정부 보조금 정책 방향이 언급돼 있었다. 배터리 전기차 외에는 어떤 구동 방식의 자동차도 지원을 해줘서는 안 되며, 2만 유로 이하의 배터리 전기차의 경우 충전 요금을 무료로 하고, 대신 정부와 제조사, 그리고 전기 회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보고서에는 길이 4m 이하의 배터리 전기차에 적절한 보조금이 지급되어야 하고, 4.65m 이상, 그러니까 D세그먼트(중형급) 이상 전기차의 경우 이보다 훨씬 적은 보조금을 받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한 마디로 작은 배터리 전기차에 정부 보조와 자금 보조가 집중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진=VW

아무리 대량 생산으로 원가 부담이 줄인다고 해도 현재 독일에서 2만 유로 이하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폭스바겐 그룹 외에는 없다. VW, 세아트, 스코다 등에서 나오는 소형 모델을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모듈형 플랫폼(MEB)을 통해, 생산 원가가 저렴한 아시아나 그 외 다른 지역에서 제작한다면 가능하다.

독일 부품 업체 보쉬는 엔진 개발 및 생산과 관련한 독일 내 일자리만 1만 5천 개에 이른다면서 급격한 배터리 전기차로 전환을 반대했다. 다임러 그룹 역시 우려를 나타냈다. 독일 자동차 업계 로비 창구로, 그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독일 자동차 협회(VDA)의 베른하르트 마테스 회장도 앞선 녹색당 주장에 반대했다. 연방 정부 역시 불편해했다. 폭스바겐이 중국에 너무 집중하고 있다는 독일 자동차청 관계자의 비판적 발언을 디벨트가 전하기도 했다.

상하이오토쇼에서 콘셉트카 ID.룸즈 앞에서 자세를 취한 헤르베르트 디스 / 사진=VW 

◆ 중국 시장 석권의 꿈

독일 통신사 dpa는 최근 개막된 상하이오토쇼 참가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헤르베르트 디스 회장의 폭스바겐이 중국에서 전기차 1위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또 중국은 신차 판매 1위 시장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자동차 산업의 강국이며 연구 개발에 필수적인 곳이 되었다고 했다.

dpa의 보도에 따르면 헤르베르트 디스 회장은 2만 명의 연구 인력 중 거의 절반이 이미 중국의 기술과 제품, 그리고 자동차 디자인 연구에 종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새로운 전기차 이동성과 관련한 계획을 명확하게 정립한 유일한 국가라고 중국을 높이 평가했다.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겠지만 그가 얼마나 중국에 몰입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폭스바겐은 2년 동안 서른 개 친환경 차종을 선보일 계획인데 이중 절반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단순히 전기차 생산만이 아닌, 서비스, 또 연구 개발 등에 40억 유로가 넘는 돈을 중국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보조금 삭감에 따른 중국 내 저가 전기차 브랜드들과 경쟁을 하는 등,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 폭스바겐은 자국 정부의 지원을 통한 전기차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 배터리 전기차로 자국 산업이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한 것도 바로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최근 BMW 개발총괄 이사인 클라우스 프뢸리히는 디벨트와 인터뷰에서 폭스바겐을 향해 한 기업이 독일 경제를 해칠 정도로 자신들이 정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하고 있다며 폭스바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판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려는 것으로 본 것이다.

폭스바겐 입장도 이해는 간다. 2023년 이후로 예상되는 유로 7 도입으로 폭스바겐은 수십억 유로의 비용이 이 배출가스 기준 대응에 들어갈 것으로 계산했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소형차 중심의 폭스바겐은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감수하면서까지 엔진에 매달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독일 자동차업계가 배터리 전기차에 당장 올인을 하는 것도 문제다. BMW 하랄트 크뤼거 회장 발언처럼, 국가마다 전기차 판매 상황이 다르고, 또 일본과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수소전기차라는 대안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도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는 위험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분석을 통해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판매량이 역전되는 시기를 대략 2045년에서 2050년 사이로 보고 있다. 길게 보자면 지금부터 30년 후다. 이 분석이 맞는다면 여전히 내연기관 시장은 존재할 것이고, 그것도 생각보다 더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BMW의 주장처럼 모든 부분에 대한 대비를 하면서 시장이 자연스럽게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정하도록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폭스바겐은 지금 주사위를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배터리 전기차, 그리고 중국 전기차 시장에 모든 신경이 쏠려 있다. 그들의 운용할 수 있는 자금 상당 부분도 여기에 들어간다. 절박함은 이해가 간다. 또 새로운 흐름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폭스바겐의 의견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 기업의 전략에 국가 전체, 업계 전체가 동의하고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기엔 너무 강력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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