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갓 담근 김치'같은..제네시스 G90

조회수 2019. 4. 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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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고급차 시장의 경쟁은 유독 치열하다. 그것이 브랜드의 기함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 시장의 신입인 제네시스가 직면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차는 벤츠지”라는 생각이 당연시된 이 시장에서, 무형의 가치를 보여줘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착실하고 빠릿빠릿하더라도, 결국 업계의 ‘이등병’이다. 시간이 해결해줘야 할 문제도 있을 터. 그래서인지 제네시스 G90는 ‘갓 담근 김치’ 같아 보인다.

■ 싹 지워진 ‘에쿠스’의 흔적

제네시스, G90

EQ900에선 에쿠스의 흔적을 찾기 쉬었다. 테일램프가 그랬고, 각이 잡힌 루프 라인이 그랬으며, 후드탑 엠블럼이 있다면 딱 맞았을, 어딘가 어색한 전면부가 그랬다. 풀 체인지 모델이었음에도 말이다.

반면, G90에선 그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G90는 EQ900의 부분변경 모델인데, 이를 감안한다면, 변화의 폭은 꽤나 크게 비춰진다.

시승 차량의 외장 컬러는 ‘골드코스트 실버’. 은은한 골드 컬러와 모던한 실버 컬러가 조화를 이룬다. 신기하게도, 햇빛이 쨍한 상황에서는 두 색상이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면부의 크레스트 그릴은 웅장한 감각이다. 아래로 향할수록 급격히 좁아지는 형태는 파격이지만, 격자무늬 패턴과 디테일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고급스러운 감각이다.

제네시스, G90

헤드램프는 향후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분리된 네 개의 광원과 측면부까지 길게 이어지는 ‘G 매트릭스’가 대표적이다.

후면부 또한 앞과 같은 기조를 따랐다. 테일램프도 분리된 형상을 취하고 있는 모습. 날개 모양의 엠블럼 대신 레터링이 자리 잡은 건 조금 어색하다. 앞으로 모든 제네시스가 이와 같은 형태의 기조를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유연함과 파격이 공존하지만, 그럼에도 보수적이다. 기함 답게도 말이다. EQ900에서 보여진 특유의 각이 잔뜩 들어간 루프 라인 덕분. 다른 차에 끼웠다면 난해했을 접시 모양의 휠도 그런 맛을 더한다.

■ 보여지는 모든 것을 다 담았다

제네시스, G90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죽 시트에서 풍기는 알싸한 특유의 향이 감돈다. 가죽을 쓰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가죽 소재가 넉넉하게 사용됐다. 손이 닿는 곳곳의 촉감도 좋다.

속도계와 내비게이션 화면은 기존 대비 일체감이 높아졌다. 디스플레이는 터치와 다이얼 등 두 종류의 방식을 지원하는데, 터치 조작을 하기엔 디스플레이가 다소 깊게 위치해 있다.

송풍구와 버튼류의 형상도 변경돼 심플해졌다. 버튼엔 크롬 도금이 더해져 고급스러운 모습. 버튼의 개수도 줄어서, 제법 단순해졌고, 보기에도 편안해졌다.

원목 소재의 촉감도 만족스럽다. 그간의 원목 소재는 도장면이 두꺼운 탓에, 시각적 만족도만을 높였지만, G90에 적용된 원목은 소재의 질감이 오롯이 느껴진다.

제네시스 G90

2열 공간은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을 정도로 넉넉하다. 롱휠베이스 모델인 ‘G90L'은 어떨지 감도 오지 않는다. 후석 센터콘솔에 위치한 리모컨 버튼 배치는 균일해서, 조작에 큰 어려움을 요하지는 않는다.

■ 똑똑한 주행장비와 의외의 퍼포먼스

시승 차량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을 발휘하는 3.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적용됐다. 스팅어와 G70을 통해 호평 받은 그 엔진과 같다.

엔진의 회전 질감, 응답성은 부드러움에 집중됐다. 물론 규정 속도 내에서 추월을 시도하다 보면 어느새 저 만치 가있는 속도계에 당황하게 된다.

제네시스 G90

국내 고급차 시장의 니즈는 정숙성과 승차감에 집중되어있다. 때문에 국산 고급차는 정숙성과 승차감이라는 여건에선 그 어떤 수입차들보다 엄격한 것이 사실. 이 차도 그렇다.

하지만, 이전의 고급차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조금씩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엔진의 존재감이 점차 커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나름의 다이내믹한 엔진음이 ‘스피커’로 쏟아진다.

고속 주행시 감각은 어른들이 선호하는 ‘묵직함’이란 표현으로 대변된다. 하체의 세팅은 컴포트함에 집중됐지만, 정신없이 휘청대진 않으며, 일정 수준의 진동은 허용한다.

때문에 코너가 반복되는 와인딩 로드에서도 제법 자신감 있게 운전할 수 있다. 편안히 주행할땐 지극히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더니, 출럭을 조금씩 끌어올릴 때 마다 제법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네시스, G90

■ 김치는 익어야 맛이지만, 고구마엔 겉절이가 제격.

따지고 보면 어딘가 흠 잡을 곳이라곤 찾을 수 없다. 1억원 가량의 돈을 쓰는데, 당연히 그래야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렇지 못한 차들은 의외로 많다.

결국 제네시스에게 부족한건 노하우와 헤리티지 아닐까. 소위 ‘어벤저스’로 불릴만 한 세계 정상급 전문가들이 만들어냈으니, 품질은 말할 필요가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숙성도’가 걸린다. 제네시스 G90를 ‘갓 담근 김치’로 정의하고 싶은 이유다.

그렇다. ‘설익었다’기 보단 ‘갓 담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얼큰히 끓여내는 김치찌개엔 푹 익은 묵은지가 제맛이지만, 수육이나 고구마에 곁들이기엔 안익은 김치가 제격이니까.

제네시스, G90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큼하고 쿰쿰한 맛이 지겹다면, 제네시스 G90와 같은 신선한 맛의 겉절이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익으면 익을수록 그 맛은 더 깊어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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