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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운전자에게 분노하는가..도로 위 발암 유발자들

전승용 입력 2019.05.15 10:04 수정 2019.05.15 11: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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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만나기 싫은 꼴불견 운전자가 되지 않으려면
뻥 뚫린 도로여도 1차로 정속 주행은 금물이다

[전승용의 팩트체크]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운전자와 마주칩니다. 가끔 개념 있는 운전 매너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 좋은 운전 매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아, 눈살만 찌푸렸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네요.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는 운전자를 보면 수년간 쌓인 육두문자를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꽂아주고 싶은 충동이 무럭무럭 피어납니다.

우리는 어떤 운전자에게 가장 분노할까요. 몇 번의 조사와 설문을 해봤는데 1차로에서 정속 주행을 하는 운전자를 가장 싫어하더군요. 도로를 전세 낸 마냥 천천히 느긋하게 달리는 차량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는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1차로 정속 주행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1차로 정속 주행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교통은 선이고 흐름이다, 추월차로는 공중 화장실이다, 볼일 다 봤으면 빨리 나와라, 다음 사람 기다린다’는 댓글이 인상적입니다. ‘지정차로제도를 만들었으면 조금 더 강력히 단속을 해라, 추월차로는 주행 차로로 바뀐 지 오래고 승합차를 비롯해 화물차와 1톤 트럭 등도 마음 놓고 다닌 지 오래다’라며 정부 역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댓글도 보입니다.

과격하지만 재밌는 댓글도 있습니다. ‘1차로, 제일 왼쪽 차로는 추월 차로입니다, 당신이 시속 200km로 달리더라도 뒤에서 더 빨리 오면 비켜줘야 합니다’라던가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주면 바로 해결된다’라던가 ‘수준 미달의 운전 지식과 개념 부족, 융통성 없는 운전 수준과 면허증 남발의 결과 등이 만들어낸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는 댓글도 뼈를 때리네요.

당장 내가 시원하게 추월하지 못하는 것도 불만이지만, 저 차로 인해 발생할 조금 뒤의 교통체증은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차 한 대의 정속 주행은 나비효과처럼 교통흐름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후방 차량의 속도가 조금씩 늦어지기 마련입니다. 5분 늦게 출발하면 50분 늦게 도착하는 경우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죠.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지정차로를 준수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상 1차로 정속 주행은 위법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1차로는 추월차로인 데다가 도로교통법 20조에는 ‘긴급차량을 제외한 모든 자동차는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보다 느린 속도로 갈 경우,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해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라고 쓰여있습니다. 또, 21조에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다른 차를 앞지르려면 앞차의 좌측으로 통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한 마디로 1차로는 기본적으로 추월을 위해 비워놔야 하고, 주행을 하다가도 뒤에서 차가 오면 비켜줘야 합니다. 단, 예외는 있습니다. 고속도로 정체로 80km/h 미만으로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추월을 위해 비워둔 1차로 주행이 허용됩니다. 물론, 이 경우도 도로 흐름과 관계없이 느릿느릿하게 가서는 안 되겠습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지정차로를 준수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제한속도에 맞춰 달리는데 뭐가 문제냐’고 따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1차로 정속 주행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과속은 과속대로 처벌을 받고, 1차로 정속 주행은 정속 주행대로 처벌을 받아야겠죠.

1차로 정속 주행은 전반적인 교통 흐름뿐 아니라 올바른 교통 문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합니다. 면허 취득 단계부터 확실히 인지를 시키고, 현장에서도 단속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만들어야겠죠.

2018년 4월 ‘가장 만나기 싫은 꼴불견 운전자’를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조사 기간 20일, 응답자 1309명)에서 ‘꿈쩍도 안 하고 1차로 정속 주행하는 무개념 운전자’가 39.3%(515명)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1년 뒤 같은 주제로 진행한 2019년 3월 조사(조사 기간 15일, 응답자 2238명)에서도 28.4%(636명)의 지지로 1위를 유지했습니다. 정말 1차로 정속 주행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1차로 정속 주행 이외에 어떤 운전자를 얼마나 싫어할까요.

2018년 3월 조사

2018년 4월 조사에서는 1차로 정속 주행 이외에 막히는 합류 지점에서 끼어드는 비양심 운전자(18.3%)와 방향지시등 안 켜고 끼어드는 얌체 운전자(18%)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밤에 라이트 안 켜고 달리는 스텔스 운전자(10.2%), 과속은 기본이고 고속에서 칼치기까지 하는 민폐 운전자(7.2%), 담배꽁초를 밖으로 버리는 흡연 운전자(5.6%), 매연 뿜뿜 내뿜는 발암 운전자(1.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3월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방향지시등 안 켜고 끼어드는 얌체 운전자(24.7%)와 막히는 합류 지점에서 끼어드는 비양심 운전자(21.4%)의 순위가 바뀌었을 뿐 1년 전 조사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네요. 나머지 순위는 그대로였습니다. 사람 마음이 비슷한가 봅니다.

2019년 4월 조사

자,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위험천만한 자동차를 타면서도 편안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만들어 놓은 약속,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내로남불’은 안됩니다. 남을 욕하고 탓하기 전에 난 그런 사람이 아닌가란 자기반성이 먼저여야 합니다.

나부터 이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해야겠습니다. 혼자 지키면 뭔가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뭐든 선구자는 필요한 법입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봅시다. 우리는 그 선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올바른 교통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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