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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소형차' 폴로와 클리오의 뜨거운 넘버2 경쟁

이완 입력 2019.01.02 12:30 수정 2019.01.02 12: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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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걱정하면서 대형 SUV로 유혹하는 자동차 업체들
폴로 / 사진=폭스바겐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2018년 자동차 시장을 관통한 흐름은 대형, 럭셔리, 그리고 SUV였다. 지난 12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팰리세이드만 봐도 그렇다. 현대자동차가 베라크루즈 단종(2015년 말) 이후 크고, 더 고급스러운 SUV라며 내놓은 것이 팰리세이드다. 쏟아진 관심은 뜨거웠다. 시승 영상 조회수는 하늘을 찔렀고, 현재까지도 이 대형 SUV 관련 기사와 영상은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쉬지 않고 생산되고 있다.

팰리세이드 등장에 혼다 파일럿과 포드 익스플로러, 쌍용 렉스턴, 기아 모하비 등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산 7인승 5008과 2017년 소개된 바 있는 쉐보레 트래버스가 합세하면 2019년은 대형 SUV의 경쟁이 그 어느 세그먼트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팰리세이드 / 사진=현대자동차

◆ 대형차, SUV로 유도하는 자동차 업체들

크고 화려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SUV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기아차 K9은 포털 다음이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2018 올해의 자동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고,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큰 변화를 가진 제네시스 G90도 여러 가지 이유에서 화제였다. 그리고 유럽에서 건너온 자동차들은 ‘대형’·‘SUV’ 트렌드에 럭셔리를 더했다.

롤스로이스는 압도할 만한 덩치와 화려함,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운 가격의 컬리넌을 한국 시장에 선보였고, BMW는 X7과 8시리즈 쿠페를 내놓고 큰 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또한 화제성에서 으뜸이었던 람보르기니 SUV 우루스도 빼놓을 수 없다. 준대형 세단과 중형 SUV가 판매 1, 2위를 다투는 등, 2018년은 거의 모든 면에서 SUV와 크고, 화려한 차들이 빼곡하게 이슈들을 만들어낸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만 이런 흐름이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픽업과 SUV가 이미 대세를 이룬 지 오래. 불과 5년 전까지 미국 소비자는 세단과 콤팩트 자동차를 픽업이나 SUV와 비슷한 비율로 선택했지만 5년 사이 분위기가 역전돼 이제는 10명 중 7명이 세단 이외의 자동차를 선택하고 있다. 결국 포드는 북미에서 3년 후부터 아예 승용차를 팔지 않을 계획까지 세웠다.

이런 변화에 대해 시장의 선택, 즉 ‘소비자가 원한’ 결과라는 게 제조사들 입장이다. 하지만 작은 차보다 이윤이 높은 큰 차, 세단보다 더 이윤이 큰 SUV 파는 맛을 알아버린 자동차 회사들이 아닌가? 조금만 돈을 보태면 크고 비싼 차를 소유할 수 있다며 소비자를 유혹하며 전략적으로 판을 바꾼 그들의 노력(?)을 빼놓고 변화를 논할 수는 없다.

우루스 / 사진=람보르기니

◆ 그럼에도 소형차들 선전 중인 유럽

그렇다면 작은 차들이 여전히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유럽은 어떨까? 유럽이라고 완성차 업체들 전략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2010년 유럽에서 판매되던 SUV는 약 70여 종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8년에는 100여 종까지 늘었다. 반대로 소형 B세그먼트의 경우 2010년 약 36여 개 모델이 판매되었지만 2018년에는 27개로 그 수가 줄었다.

판매량 변화는 이런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한 전문가는 BMW X2를 향해 ‘누구도 원한 바 없는 예쁜 SUV’라는 뼈 있는 표현을 남기기도 했다. 람보르기니가 SUV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팬은 없었다. 하지만 시장에 등장했고, 팔려나가고 있다. 누가 주도권을 갖고 시장을 만들어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화력을 SUV에 집중하며 시장을 변화시켜갔지만 아직 변하지 않고 있는 게 있으니 바로 유럽인들의 소형차 사랑이다. EU와 러시아 터키까지 포함, 44개국 판매량을 집계해 전하고 있는 focus2move 자료를 보면 2018년 11월 기준, 순위 10위 안에 8개가 C세그먼트와 B세그먼트 해치백이다. 그중에서도 폴로, 클리오, 피에스타, 푸조 208, 다치아 산데로 등 B세그먼트 소형 해치백이 5개나 이름을 올렸다.

골프는 11월까지 이 지역에서 47만 대 이상을 팔아치웠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1%나 줄어든 결과였지만 세대교체를 앞둔 자동차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좋은 판매량이다. 하지만 유럽의 작은 차 시장은 폭스바겐 폴로와 르노 클리오가 단단히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두 모델을 합치면 11월까지 68만 대 이상이 판매됐다. 포드 피에스타와 푸조 208 등이 뒤를 쫓고 있지만 십만 대 이상 차이를 보일 만큼 폴로와 클리오는 압도적이다. EU만 놓고 봐도 클리오는 2018년 10월까지 279,143대가 팔렸고 폴로는 246,846대가 판매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폴로의 판매량을 제친 클리오는 계속 유럽의 넘버2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그러니까 2017년 말에 등장한 신형 폴로가 판매량을 부쩍 끌어 올리며 현재는 그 차이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focus2move가 밝힌 44개국 판매량에서는 폴로가 11월까지 약 1만 대가량 더 팔리며 2위 자리를 정말 오랜만에 되찾기도 했다.

티구안과 닛산 캐시카이 같은 C세그먼트 SUV가 초박빙 경쟁을 펼치며 시장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폴로와 클리오의 자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제한적일 거 같지만 생각보다 엔진 라인업을 다양하게 구성, 선택의 폭을 넓혀놓았다는 점도 소형 해치백의 경쟁력 중 하나다. 폴로는 65마력, 75마력, 95마력, 115마력, 그리고 200마력의 GTI까지 5가지 가솔린 엔진, 그리고 두 개의 디젤 엔진과 하나의 천연가스 모델이 있다.

기본가도 12,975유로부터 23,950유로까지 그 폭이 넓다. 옵션이 비싸면 빼면 되고, 패키지가 아닌 낱개 구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죽 시트에 대한 부담도 없으며, 반대로 꾸미고 싶을 땐 18인치 휠에 선루프와 스포츠 서스펜션으로 무장할 수도 있다. 물론 수동 변속기를 선택해 운전하는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르노 클리오의 경우 폴로에 있는 CNG 모델이 없기는 하지만 200과 220마력의 강력한 힘을 내는 R.S.와 R.S 트로피 고성능 모델, 그리고 왜건인 클리오 그랑투어까지 마련돼 있다. 거기다 폴로보다 가격 부담도 덜하다. 기름을 쭉 뺄 수도, 또 잔뜩 화려함을 부여할 수도 있는 이런 소형차는 이 두 모델 외에도 여럿이 있다.

여전히 넘버2 자리를 노리는 푸조 208과 포드 피에스타, 그리고 다시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 하는 오펠 코르사와 부쩍 성장한 토요타 야리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들을 열심히 추격 중인 기아 프라이드(수출명 리오)와 현대 i20까지, 서로 경쟁하며 시장에서 버티고 있기에 SUV 강풍에도 유럽 소형차 시장은 흔들림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클리오 R.S. / 사진=르노

◆ 배출가스 환경 걱정하며 크고 무거운 차 내놓기 바쁜 역설적 상황

자동차가 점점 더 고급화, SUV화, 대형화되고 있다. 소비 특성, 문화에 따른 지역별 차이는 있겠지만 흐름은 어디든 크게 다르지 않다. 제조사들이 일제히 이익을 더 많이 내는 쪽으로 키를 틀었고, 그 결과 시장은 변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형 해치백들이 잘 버텨주고 있는 모습은 작은 차 좋아하는 입장에 반갑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등 배출가스 문제가 고민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판매에 열을 올리는 자동차는 크고 비싼 차, 무거운 SUV들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선택권, 그리고 환경과 국민 보건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작고 가벼운 자동차에 대한 투자와 개발이 계속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이율배반적 상황에서 소형차들이 버텨주며 완성차 업체들 뜻대로 시장이 마냥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작은 차들의 선전은 그래서 의미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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