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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무시할 수 없는 수준 된 중국차의 '제주 상륙작전'

김진석 입력 2019.06.25 09:59 수정 2019.06.25 09:5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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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주도에서 중국차를 만나게 될까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게 중국 자동차 업체의 부상은 언젠가 닥쳐올 필연적인 위협입니다. 중국 자동차는 최근 발전을 거듭해 놀라운 가성비 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품질에서도 일정 수준을 갖추며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어 이제는 감히 글로벌에서도 통할 수 있을 정도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하나둘씩 포착되고 있습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노리는 시장 중 하나가 중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한국 시장입니다. 사실 한국 시장에 상용 중국차들이 진출한 지는 꽤 오래된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승용 시장에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진출하려는 모양새입니다.

◆ 중국차, 문제는 인식

한국 시장은 글로벌에서 입지를 쌓은 현대차가 버티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가 빠른 만큼 글로벌 경쟁력의 시험대로서 도전해볼 만 한 시장입니다.

중국차가 한국 시장에 도전한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보이는 가장 큰 반응은 ‘중국차를 어떻게 믿고 타느냐’는 반응입니다. 특히 자동차는 안전이 굉장히 중요한 재화이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산에 대해 (실제 성능과 관계없이) 가격은 저렴하지만 무언가 믿을 수 없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이러한 인식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이는 2017년 한국 시장을 노크한 북기은상의 켄보600 출시 당시의 댓글 반응을 보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켄보 600은 중형 SUV 크기에 가격은 국산 준중형 SUV보다 저렴할 정도로 엄청난 가성비를 자랑했지만 부실한 마감과 부족한 상품성 때문에 이러한 인식을 극복하지 못하고 시장의 반응을 끌어내는데 실패했습니다.

켄보 600의 사례를 봤을 때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시장에 도입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비자들이 차량을 자연스럽게 체험해볼 기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 베이징 자동차의 한국 진출

조만간 이러한 전략에 부합하는 사례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월 EV 트랜드 코리아에서 베이징 자동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인 EX3(소형), EX5(준중형)와 중형 세단 EU5를 출품하고 2020년 한국 진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베이징 자동차는 현대차의 중국 내 파트너이기도 하며, 현대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회사들과 합작 회사를 설립한 거대 자동차 기업입니다. 켄보600의 북기은상 역시 베이징 자동차의 자회사입니다. 또한 전기차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2018년 기준 세계에서 전기차를 4번째로 많이 판 회사입니다.

이들이 밝힌 한국 진출 전략은 단번에 일반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 아닌 렌터카, 카셰어링, 택시 시장에 우선 투입해 소비자 접점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B2B 시장은 가격 경쟁력과 영업력이 있다면 B2C 시장보다 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입니다. 렌터카나 택시 입장에서는 가격이 충분히 저렴하고 계약 조건을 통해 제품의 신뢰성에 대한 위험을 헷지할 수 있으면 중국 제품이라도 충분히 구매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영업용 차들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으니 이러한 전략은 충분히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이들이 일반적인 내연기관차보다는 전기차 부문에서 경쟁하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전기차는 아직은 대중들에게 낯선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기존의 브랜드 파워가 비교적 희미하게 적용되는 분야이며, 중국 자동차가 글로벌 수준에서도 상품 경쟁력을 가지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베이징 자동차가 EV 트랜드 코리아에서 소개한 차들을 보면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400km가 넘는 등(NEDC 기준), 전기차 시장에서 중요한 1회 충전 거리와 가격 측면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이들의 첫 타겟은 제주도?

그렇다면 베이징 자동차가 처음 공략할 B2B 시장은 어디일까요? 저는 단연 제주도가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에 놀러 가는 관광객 중 상당수는 렌터카를 이용하기 때문에 제주도의 렌터카 시장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비자 없이 입국인 가능한 특성상 중국인 관광객이 많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주도는 대한민국 전기차 보급의 중심지입니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형 특성상 이동 동선이 비교적 짧아 대부분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150km 미만이었던 시절에도 전기차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목했던 곳입니다. 또한 제주도는 도 차원에서도 전기차 보급에 나서 일찍이 2014년부터 전기차 엑스포를 개최할 정도였습니다. 그 덕분에 제주도에는 비교적 전기차 관련 인프라가 풍부한 편입니다.

이러한 요인들 덕분에 현재 제주도는 전기차 렌터카를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곳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처음 경험해보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런 만큼 베이징 자동차가 자신들의 전기차를 앞세워 공략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 놀러 온 관광객 중 상당수는 어차피 대여 기간이 단기고, 전기차라 연료비가 적게 드는 데다가 대여료까지 저렴하다면 베이징 자동차의 제품들을 선택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로 전기차를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소비자가 많은 만큼 전기차 특유의 조용하면서 박진감 있는 주행 감각만으로도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로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들의 제품이 최소한 다른 제조사들의 전기차들과 비슷한 수준이어야겠지만요. 아직 이들의 차를 시승해보지는 못하여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이들의 중국 내 판매량을 고려하면 만듦새는 꽤 훌륭할 것으로 보입니다.

◆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재밌는 건 이들의 시장 진출 전략이 현대차의 일본 시장 재진출 설이 나온 배경과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현대차가 넥쏘 등 친환경차를 내세워 일본 자동차 시장에 재진출한다는 소문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럴 듯한 얘기입니다. 친환경차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아무래도 기존의 시장 질서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상품 경쟁력만 충분하다면 시장 침투가 훨씬 용이합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중국차의 한국 시장 진출이 이루어진다면 내년에는 중국차를 제주도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가 어떨지에 따라 중국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출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한 건 앞으로 자동차 시장에서도 중국 제품들과의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과연 이들이 TV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 제품 시장에서처럼 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칠 것인지 아니면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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