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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유동적으로 활용하는 건 어떨까

임유신 입력 2019.01.11 11:19 수정 2019.01.11 11: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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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난이 심각해지면 비어 있는 장애인주차구역에 차를 대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무조건 비워놔야 하지만 한정된 조건이라면 유동적 활용도 고려해 볼 일이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자리’에 관해서는 늘 끊이지 않고 논란이 일어난다. 자리를 누가 차지하고 이득을 보느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리기 때문에 말이 많다. 공평하게 배분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자리는 대부분 한정돼있기 때문에 일부만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 사용료를 내거나 자격 있는 사람만 쓸 수 있는 자리라면 문제 발생 소지가 작다.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할 자리가 특정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때 피해를 보거나 피해 의식을 느끼는 누군가가 생긴다.

지하철 임산부석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무조건 비워놔야 한다, 앉았다가 임산부가 오면 비켜주면 된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임산부 아닌 사람 중, 남자와 여자 누가 더 많이 앉느냐를 두고 성별 대립으로 치닫기도 한다. 만원 지하철에서 자리 하나가 아쉬운데 임산부석을 비워 놓으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 법하다. 인파에 쏠리는 복잡한 상황에서 자리를 비워놨는데 나중에 탄 임산부 아닌 누군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자리에 앉아 버리면 바라보는 사람들이 좋게 생각할 리 없다. 취지는 좋지만 배려와 의무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크고 작은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

임산부 구분을 위해 배지를 나눠주지만 눈에 띄지 않아 효과는 떨어진다. 누구나 앉았다가 비켜주라고 하면 양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무작정 비워두자니 자리 하나가 아쉬울 때 불합리하고…. 이래저래 쉽지 않은 문제다. 부산에서는 ‘핑크라이트’라는 시스템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임산부에게 발신기를 나눠줘서, 발신기를 누르면 임산부석에 설치한 램프에 불이 들어오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 또한 임산부석에 앉은 사람이 양보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지만, 방법상으로는 자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해법이다.

자동차도 자리 문제로 늘 시끄럽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무조건 비워놔야 하는 자리다. 임산부석과 달리 배려가 아닌 의무다. 위반하면 과태료 10만 원을 물어야 한다. 주차를 방해하면 주차위반보다 무거운 50만 원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정당한 사용이 이뤄지도록 장애인표지를 부당하게 사용하면 200만 원 과태료를 물린다. 그만큼 장애인 편의를 위해 꼭 비워놔야 하는 자리다.

장애인주차구역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므로 대부분 주차장에는 장애인주차구역이 있다. 10대 미만인 곳을 제외하고 주차 대수의 2~4%를 장애인주차구역으로 설치해야 한다. 주차난이 심각한 요즘 같은 때에는 비어 있는 장애인주차구역에 대고 싶은 유혹은 떨치기 힘들다. 실제로도 거리낌 없이 대거나,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주차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중 삼중으로 주차해야 하는 곳에서는 대상이 아닌 차가 장애인주차구역에 대는 것을 주민들끼리 암묵적으로 묵인하기도 한다. 서로 묵인하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별 탈 없이 지나가지만, 신고하는 사람이 생기면 주민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장애인주차구역에 차를 댄 사람이 적반하장으로 큰 소리를 내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하지 않는 이상, 주차난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도시가 커지고 자동차가 늘면서 주차장은 더 부족해지고 있다. 한정된 주차공간 사정을 고려해, 특정한 경우에 한해 장애인주차구역을 효율적이고 유동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싶다. 유동적 활용은 언제 장애인 자동차가 올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주차장은 대상이 아니다. 장애인 자동차 대수 파악이 확실하게 이뤄지는 아파트나 등록한 차만 사용하는 빌딩 주차장 등이 대상이다. 장애인 자동차 대수가 장애인주차구역 수보다 적다면 고려해 볼 만하다. 장애인 자동차에는 이동이 가장 편리한 위치에 장애인주차구역을 지정해준다. 그리고 남은 주차면은 유동적으로 활용한다. 외부에서 장애인 자동차가 방문객으로 올 수 있으므로, 남은 주차면 중 일정 대수는 의무적으로 비워두는 식으로 장애인주차구역 이용 불편을 막는다.

비용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생각한다면, 시스템을 구축해 장애인주차구역을 관리할 수도 있다. 장애인 자동차에 인식할 수 있는 기기를 달고, 출입과 주차 여부에 따라 남은 장애인주차구역에 일반 자동차 주차 가능 여부를 표시한다. 일반 자동차가 아무 때나 대지 못하도록,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금지등이 들어왔을 때 일반 차가 댄다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유동적 장애인주차구역에 댄 일반 자동차는 바로 뺄 수 있도록 차주에게 연락이 가는 시스템을 더해도 된다. 등록된 장애인 자동차 이외에 방문객으로 장애인 자동차가 왔을 때, 출입구에서 자동으로 인식해서 유동적 구역에 댄 일반 자동차에 연락을 보낸다. 이때 차를 빼주지 않거나 정해진 시간 내에 차를 빼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린다. 유동적 구역에 댄 일반 자동차는 이런 점을 미리 인식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머리를 좀 더 굴린다면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런 방법은 어디까지나 한정된 곳이나 심각한 주차난 등 부득이한 때에만 고려해야 할 문제다. 그런데, 자리 문제는 장애인주차구역에 한정하지 않는다. 전기차가 늘면서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구역이 많아졌다. 주차난이 심각한 경우 전기차 충전구역 자리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는 전기차 충전구역도 불법 주차에 과태료를 물린다. 일반 자동차가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하거나, 급속 충전기에서 충전을 시작한 후 장시간 머물다 걸리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징벌보다는 전기차 이용 편의 목적이 크지만, 법 준수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단속이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일반 자동차와 전기차 소유주 사이, 또는 전기차 소유주 간에 얼굴 붉히는 일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나중 얘기이긴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면 사고 예방 등을 위해 자율주행차 전용 주차 공간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등장하면 이해관계나 이용 방식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

땅은 좁고 사람은 많고 자동차도 넘쳐나다 보니 자리에 관한 문제와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서로 불편을 덜면서 효율적으로 자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evo>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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