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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역시 안전의 대명사인가 아니면 쇼맨십의 대가인가

이완 입력 2019.03.14 09:57 수정 2019.03.14 10: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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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최고속도 180km/h 제한에 대한 독일인들 반응은?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볼보가 2020년부터 생산하는 모든 자동차의 최고속도를 시속 180km/h로 제한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곳곳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는데 눈에 띈 것은 독일 분위기였다. 실제 공공도로에서 법적으로 제한속도 180km/h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곳은 독일뿐이기에 이들의 생각이 궁금했던 차였다. 어떤 반응들을 보였을까?

사진=볼보

◆ 설문 조사 결과 52%가 찬성

독일의 대표적 온라인 자동차 거래 사이트인 모바일(mobile.de)은 볼보의 발표가 있었던 직후 사람들의 생각을 물었다. 예상한 것보다 볼보 정책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모바일 측은 밝혔다. 응답자의 52%가 찬성했고, 35%는 속도 제한이 걸린 볼보 자동차 구매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18세에서 24세의 젊은 운전자 58%가 이런 속도 제한에 반대했다. 전체 응답자의 78%는 속도 제한이 걸린 자동차를 탔을 때 얻게 될 이익으로 5가지를 꼽았다.

* 사고 횟수의 감소 (55%)
*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51%)
* 바짝 다가서는 위협 운전 등의 감소 (42%)
* 환경보호 (40%)
* 줄어드는 교통 체증 (25%)

볼보가 최고속도를 180km/h로 제한하려는 이유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중상자의 발생을 줄이기 위함이다. 자체적으로 이를 위해 볼보는 ‘비전 2020’이라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스웨덴 정부가 205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0’으로 만들고자 하는 국가 프로젝트와도 관련 있는데, 기술만으로는 목표에 도달하는 게 어렵고 운전자의 행동 패턴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볼보는 봤다.

◆ 58%가 제조사 속도 제한에 반대

또 다른 내용을 찾아봤다.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도 볼보 발표가 있고 나서 독자(1443명)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었다. ‘자동차의 자체 속도 제한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응답자의 58%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단, 운전을 즐기는 자동차 팬들 입장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58% : 나는 차가 달릴 수 있는 만큼 제한 없이 달리고 싶다
19% : 제한속도 180km/h면 충분하다
13% : 시속 160km/h로 제한해도 된다
10% :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130km/h면 충분하다

얼마 전 독일에서 아우토반의 최고속도를 시속 130km/h로 제한해야 한다는 한 위원회 권고안이 나왔을 때의 부정적 반응 (아우토빌트 설문에서 80%가 반대)에 비하면 비교적 저항(?)이 덜한 편이었으나 그래도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독자 반응이 높은 일간지 디차이트의 댓글 코너도 살펴봤다. 추천이 많았던 찬성과 반대 의견 몇 개를 추렸다.

◆ 댓글로 살펴본 찬반 의견

Wilbur Larch : 나는 전적으로 (볼보의 계획을) 환영한다. 물론 (볼보의 이번 계획이) 사람들 이목을 끌려는 것도 있겠지만 그게 뭐가 문제인가? 차라리 소프트웨어로 사기 치는(디젤 게이트 의미) 것보다 낫다.

Curiosity_Killed_the_Cat : (위의 댓글에 대한 답글) 글쎄, 대부분의 교통사고 사망자 발생은 제한속도 100km/h 구간의 국도나 지방도로에서 나온다는 게 문제야.

Abdul Alhazred : 내가 시속 150km/h 이상 달리려면 도로에 차가 없는 상황이어야 하고, 날씨도 좋아야 하고, 어느 정도 아드레날린도 있어야 한다. 보통 시속 140km/h가 나의 아우토반에서의 한계 속도이고, 따라서 자동차 업계의 이런 계획을 지지한다.

marce : ‘위험’은 아우토반에서 차가 다닐 수 있는 높은 속도가 아니라 크기와 질량에서 나온다. 볼보가 만드는 덩치 큰 SUV의 그릴에 어린이 머리가 부딪힌다면 시내에서(도심 최고 제한속도 50km/h)도 사망할 수 있다. 볼보가 SUV를 포기하는 것이 더 올바른 행동이다.

Der Patrizer : 볼보가 앞으로 전기차만 내놓을 것이라는 기사를 읽었던 것 같아. 그렇다면 (이 발표는) 큰 그림에 맞는 거지. 어차피 전기차는 장거리를 높은 속도로 달리기 어려우니까.

Robert Nozick : 자동차 회사가 운전자 훈육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볼보를 사면 돼. 아쉽네. 볼보 구매를 고민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아닌 게 됐으니.

의견은 대체로 팽팽하게 갈렸다. 안전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볼보답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뭔가 보여주기식의 쇼맨십이 아니냐는 부정적 의견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볼보의 이런 발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점이다.

아우토반 전경 / 사진=위키피디아

◆ 아우토반의 사고율

앞서 소개한 댓글 중 빠른 속도로 달리는 아우토반보다 국도나 지방도로에서 더 많은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과연 사실일까? 독일 고속도로 연구소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십억km 주행 거리당 도로별 사망자는 도시가 4.9%, 지방 및 국도가 6.5%, 아우토반이 1.6%였다.

국도 및 지방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3,377명인 반면 아우토반에서는 그 해 375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국가 간 차이도 확인해 봤다. 독일이 2012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이 1.7%, 미국이 3.38%, 덴마크가 0.72%, 프랑스가 1.70%, 체코가 2.85%, 스위스가 2.90%, 영국이 1.16% 등이었다.

독일 아우토반의 절반 가까이가 제한속도가 없는 것을 생각하면 교통사고 빈도나 사망자는 제한속도가 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크게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고속 구간에서 더 집중해 약속된 운전을 하므로, 사고율이 낮은 점은 아우토반의 역설이라 할 수 있다.

사진=볼보

하지만 다수의 독일 운전자는 시속 200km/h 이상으로 웬만해서는 달리지 않는다. 또한 과속을 하지 않게 된다면 그에 따른 교통사고 감소 효과와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요즘처럼 이산화탄소 및 기타 배기가스 배출에 민감 시기에는 더욱더 그렇다.

조금이라도 사고를 줄이고 환경 개선이 도움이 된다면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펴는 것은 자연스럽다. 누군가의 말처럼 어차피 전기차 시대로 가기로 했다면 그런 방향성에 맞게 마케팅을 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포장하는 것도 제조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다른 곳은 몰라도 독일에서는 이런 정책이 볼보에 꼭 유리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무한 질주 공간인 아우토반 주변은 환경 문제로 나무가 많다 / 사진=위키피디아 & Wolkenkratzer

아우토반은 오랫동안 자유의 상징으로, 그리고 독일 자동차가 지금의 기술적 경쟁력을 얻게 해준 토대가 된 곳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 정부도 필요성을 알면서도 아우토반의 속도제한을 선뜻 주장하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데 자동차 자체에 속도 제한을 둔다? 물론 볼보가 처음은 아니다. 독일 제조사들은 안전을 이유로 최고 제한속도를 250km/h에 두기로 신사협정(포르쉐 제외)을 맺었다. 하지만 250km/h와 180km/h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기차 시대가 된다면 질주의 땅인 독일에서도 자연스럽게 최고 제한속도는 낮아질 것이다. 또 기후협약 이후 몰아치는 탄소 배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어떤 형태로든 속도 과잉의 시대를 독일도 마감해야 한다. 그렇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시절부터 풀 가속에 익숙한 이들에게 속도 제한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주제인가 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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