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바이킹과 사무라이의 진검승부, 볼보 S90 vs. 렉서스 ES

모터트렌드 입력 2019.04.19 08:30 수정 2019.04.22 03: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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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바퀴굴림 방식의 장점을 극대화한 프리미엄 중형 세단 두 대를 맞붙였다. 두 차의 성격 차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이번 달은 앞바퀴를 굴리는 두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대결이다. 시장 전체로 보면 이젠 앞바퀴굴림 방식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선 여전히 뒷바퀴굴림(또는 네바퀴굴림) 방식을 더 선호한다. 파워트레인의 배열, 가속 시의 무게 이동 등으로 인해 앞뒤 밸런스가 더 뛰어나며 승차감도 더 정숙하기 때문이다. 조향과 구동이 분리돼 있어 타이어에 걸리는 부하가 적고 조향 감각 역시 더 깔끔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파워트레인의 진동이 운전대로 전달되는 일도 거의 없다.

뒷바퀴굴림 방식의 장점은 곧 앞바퀴굴림 방식의 단점. 하지만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노하우가 쌓이면서 앞바퀴굴림 방식에서도 이런 단점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오히려 앞바퀴굴림 방식 고유의 장점을 강조한 모델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앞바퀴굴림 방식은 가볍고 동력 손실이 적으며 실내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아울러 운전이 쉽고 악천후 대응 능력도 뒷바퀴굴림 방식에 비해 뛰어난 편이다.

렉서스 ES와 볼보 S90. 이 둘은 이런 앞바퀴굴림 방식의 장점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전 세계적으로 강세인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에서 나름의 입지를 확보한 후, 각자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의 성격도 확연하게 다르다. 앞바퀴굴림 고급 세단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태생(개발 지역), 브랜드 철학 등의 차이가 성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S90 T5는 254마력 2.0ℓ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고, ES 300h는 2.5ℓ 앳킨슨사이클 자연흡기 엔진에 전기모터와 무단변속기를 맞물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고 있다.

주행 품질 및 핸들링

렉서스 ES 300h는 부드러움과 정숙함 등 극도로 안락한 승차감을 자랑하는 모델이었다. 그러나 요즘 렉서스는 ‘L 피네스’ 철학으로 감성적 만족도를 강조하며, 섀시 밀도를 조금씩 높여 교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렉서스 모델 가운데 가장 보편적이고 수수한 감성을 갖고 있던 ES도 이런 흐름을 따랐다. 이전 세대보다 확실히 조여진 섀시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앞바퀴의 움직임이 이전에 비해 훨씬 또렷하고 명료해졌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딱딱하단 표현보다는 상하 움직임을 적당하게 억제하기 위해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줄였다고 말하는 게 옳다. 즉, 너울거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차감을 해칠 정도로 스포티해지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뒷좌석 승차감은 여전히 부드럽다. 시트도 부드럽고, 서스펜션도 부드럽다. 렉서스 전통의 승차감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종 성능은 확실히 진일보했다. 우선 자세부터 좋다. 조향 응답성이 빠르거나 접지력이 엄청나게 뛰어나진 않지만 안정감을 좀처럼 잃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언더스티어 특성이라 다루기가 쉽다. 이런 친근함 또한 렉서스 고유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달리려고 할 때 이전에는 없던 움직임을 보인다. 고속 코너에서 언더스티어 성향을 드러낼 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궤적을 확연하게 좁힌다. 코너 안쪽으로 파고드는 성향이 생긴 것이다. 그저 물렁한 ES는 이제 없다는 듯, 달리는 즐거움을 선사할 줄도 안다는 듯 존재감을 나타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주행안정장치의 과도한 개입이었다. 슬라럼 테스트를 할 때나 급차선 변경을 할 때 꽤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브레이크 페달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과격하게 진화에 나선다. 좀 더 놓아두어도 될 것 같은데, 개입하더라도 좀 더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을 텐데. 렉서스 엔지니어들이 과도한 안전제일 주의자나 노파심을 잔뜩 가진 부모같이 느껴졌다. “자세는 괜찮은데 뭔가 어색하다”라는 이진우 편집장의 말도 아마 이런 부분 때문에 나왔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부드럽지만 조금 더 명료해진 신세대 ES는 큰 변화보단 기존의 것을 지키며 새로운 감각을 더한 진보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볼보 S90는 든든하다. 인테리어는 그지없이 아늑하고 깔끔한데, 주행 감각은 두툼한 나무를 깎아서 만든 듯 우직하다. 스칸디나비아 목재로 지은 집이 이런 느낌일까. 이런 주행 감각은 든든하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뻣뻣하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S90의 주행 감각이 딱 이런 평가를 받을 만했다.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 든든한 친구와 함께하는 안심감 같은 게 느껴졌다. 반면 뒷좌석은 바닥에서 계속 올라오는 진동 때문에 피곤했다. 리프 스프링에서 비롯된 건진 몰라도, 확실히 상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나 든든한 목재 같은 견고한 차체는 명료한 접지 감각을 제공한다. 차를 좀 격하게 다뤄도 최소한 바퀴 두 개가 노면을 꽉 잡고 있다는 것, 견고한 접지력을 바탕으로 매우 민첩하게 방향을 바꿔준다는 점이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유연함이 아쉽기도 하다. 속도가 조금 높은 코너에선 안쪽 앞바퀴가 노면을 붙잡고 늘어지지 못하고 살짝 가벼워지는 현상을 보인다.

S90의 장점은 듬직함과 높은 접지력이다. 이런 느낌은 과거 200시리즈, 700시리즈, 900시리즈에도 담겨 있던 고유의 장점이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좀 더 세심하고 섬세한 감각을 느끼고자 하는 세대에겐, 이런 감각이 아버지의 우직함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쉬운 점 또 하나. S90 T5는 분명 가솔린 모델이다. 두툼한 중저속 토크는 좋지만 디젤 같은 진동이 있었다. “덜덜덜, 디젤인 줄 알았어요”라는 서인수 에디터의 말은 절대로 과장이 아니었다.

주행 성능과 테스트 결과

성능에서는 S90가 앞선다. ES 300h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운전자의 의도를 파악해 다양한 모드로 작동하는데, 이런 복잡한 로직이 절대 성능을 측정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가끔은 운전자의 마음을 잘못 읽어 손해를 보기도 한다.

반면 직결감이 우수한 변속기와 중저속 토크가 좋은 엔진을 얹은 S90 T5는 한결같은 기록으로 꾸준하게 가속한다. 볼보 S90가 기록한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의 평균은 7.5초다. 2.0ℓ 엔진으로는 아주 준수한 편이다. 만약 고회전에서도 출력이 조금 더 시원하게 나왔다면 기록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모터의 즉각적 도움을 받는 ES 300h를 추월 가속에서도 이길 정도로 실용 영역에서는 확실한 강점을 갖는다.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최대 토크가 강점인 ES 300h는 초기 가속에선 볼보 S90와 큰 차이 없이 꾸준히 따라간다. 하지만 시속 50km 이상부터는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 이는 전기모터의 토크가 저회전 영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동 성능도 볼보 S90가 큰 격차로 따돌렸다. 시속 80km에서의 제동 거리가 S90는 23.36m, ES는 27.4m였다. 차이가 무려 4m나 됐다. 두 모델 사이의 무게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ES의 부드러운 서스펜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ES 브레이크의 과도한 초기 응답도 이런 결과에 한몫한다. 급제동 시 ES는 초기 제동력이 매우 강하다. 그리고 이 큰 제동력은 ES의 부드러운 앞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를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앞바퀴가 과도한 하중으로 브레이크 아웃을 한 다음 ABS가 접지력을 회복하기 위해 제동력을 감소시킨다. S90에는 이런 과정이 없다. 볼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계 제동력을 최대한 사용하는 반면, ES는 한 번 흐트러진 접지력을 복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류민 에디터는 “S90는 급제동 시 노즈 다이브 현상이 심하고 페달 압력도 대단히 강해요”라고 말했다. 이는 최대 정지 마찰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무게가 앞쪽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과 작은 브레이크 부스터, 거친 ABS 시스템 등이 복합되어 생기는 현상인 듯하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S90의 실내는 고급스럽다. 소재 선택과 배치, 색상과 톤 구성 등에 세련미가 넘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더 쓰기 편하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S90는 실내가 고급져. 단순한 듯 매끈한 마무리도 은은하고.” S90 운전석에 앉은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실내를 둘러보며 말했다. “같은 소재라도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다듬었는지가  중요한데, 볼보는 여기에 일가견이 있는 것 같아요. 소재의 선택과 배치나 색상과 톤의 구성, 세부적인 꾸밈새가 더 고급스럽고 멋져요.” 옆자리에 앉은 고정식 에디터가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을 거들었다.

“처음 ES에 탔을 땐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두 차를 번갈아 타보니 확실히 S90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와요. 요즘은 일본풍보다 북유럽풍이 강세인가 봐요.” 안정환 에디터도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시트는 ES가 좀 더 안락해요. S90는 실내를 넓게 쓰기 위해 시트를 얇게 디자인하면서 쿠션감을 잃었지만 ES의 시트는 몸을 푸근하게 감싸요.” “하지만 난 오히려 볼보의 시트가 더 편했어. 재봉선이나 패딩이 몸에 배기지도 않았고. ES 시트는 푹신해서 좋긴 하지만 볼보처럼 몸을 잘 받쳐준다는 느낌보다 소파 같다는 느낌이 강해.”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S90의 시트를 칭찬했지만 나머지 에디터들은 시트만큼은 ES가 안락하고 푸근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ES의 실내는 다소 보수적이다. 커다란 화면이 있지만 버튼이 많고 플라스틱 질감도 거칠다. 가장 큰 문제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터치패드 조작이 너무 불편하다.

“렉서스는 역시 인포테인먼트가 문제예요. 운전자 편의를 위하는 의도는 알겠지만 이곳저곳 버튼이 너무 많은 것도 정신없고요.” 박호준 에디터가 ES 센터페시아에 달린 버튼을 딸깍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버튼이라도 빼놓은 게 얼마나 다행이야? LS는 열선 시트를 켜려면 터치가 되지 않는 모니터에 찾아 들어가야 하잖아.

반면 볼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두 엄지를 치켜세울 만큼 훌륭해. 아이패드처럼 생긴 디스플레이는 지금 어떤 기능을 실행하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고, 조작도 간편하지.” 김선관 에디터 역시 ES의 인포테인먼트에 불만을 나타냈다. “ES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개선이 시급해요. 자동차가 노트북도 아니고, 기능을 조작하는 데 터치패드라니요. 달리는 차에서 뭐 하나 조작하려면 사투를 벌여야 하는 꼴이에요.” 안정환 에디터의 말에 우린 모두 박수를 칠 뻔했다.

뒷좌석은 S90가 더 넓다. 송풍구를 센터콘솔 뒷면과 B필러로 이원화하는 등의 배려도 눈에 띈다.

두 차는 편의장비 구성이 거의 비슷하다. 앞자리에 메모리, 열선, 통풍 기능을 갖춘 시트를 달았고, 열선 스티어링휠을 챙겼다. 뒷유리에는 전동으로 스르륵 올라오는 햇빛가리개도 달았다. 둘 다 뒷자리에 통풍 시트는 없지만 열선 시트는 있다. S90는 출시된 지 조금 된 모델이라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가 없다. ES는 가장 윗급의 이그제큐티브 모델만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와 뒷자리 옆창 선셰이드를 갖췄다. S90에도 손으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뒷자리 옆창 선셰이드가 있다. 뒷자리는 S90가 조금 더 여유롭지만 시트는 ES가 안락하다.

S90는 네바퀴굴림 모델도 있어서 뒷자리 바닥 가운데가 불룩하다. 그래서 어른 셋이 앉기에 불편하다. 하지만 ES는 S90처럼 불룩하게 올라오지 않아 어른 셋이 적당히 앉을 수 있다. 뒷자리 승객을 위한 배려도 ES가 좀 더 낫다. S90 센터콘솔 뒤에는 시가잭만 있지만 ES에는 USB 포트가 두 개 있다. S90는 열선 시트를 센터콘솔 뒤에 있는 버튼으로 조작해야 하지만 ES는 뒷자리 센터 암레스트에 있는 버튼으로 할 수 있다.

시트는 ES가 조금 더 안락하다. S90에 비해 쿠션이 두툼해 몸을 더 푸근하게 감싼다.

뒷자리를 살피던 난 S90의 스키스루가 막혀 있는 걸 발견했다. “이거 어떻게 열어?” 내 말에 바람처럼 달려온 고정식 에디터가 힘으로 열어보려 했지만 뒷자리에선 열리지 않았다. 그는 결국 트렁크로 큰 몸을 쑥 넣고는 이리저리 살피더니 외쳤다. “선배, 트렁크에서만 열 수 있어요.” 스키스루를 왜 트렁크 쪽에서만 열 수 있도록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ES에도 스키스루가 있는데 이건 뒷자리에서 열 수 있다.

참, 둘 다 뒷자리 등받이는 접히지 않는다. S90 T5는 B&W 오디오를, ES 300h는 최고급 트림만 마크레빈슨 오디오를 품었다. 고정식 에디터는 S90의 오디오를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칭찬했다. ES 시승차는 최고급 트림이 아니어서 마크레빈슨 사운드를 들어보지 못했다. “볼보는 휘발유차인데 디젤차처럼 시끄러워. 이 시끄러운 소리를 가리기 위해 좋은 오디오를 단 게 아닐까?” 이진우 편집장이 S90 뒷자리에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와 이진우 편집장은 시종일관 시끄럽게 갸르릉거리는 엔진 소리를 거슬려했지만 다른 에디터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ES는 뒷자리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불편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모두의 원성을 들었다. 실내 디자인도 S90에 비해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볼보의 인테리어는 스칸디나비아에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 편하게 고급스러워서 참 좋아.”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이 말이 곧 우리의 공통된 생각이다.

글_서인수

볼보 S90
렉서스 ES

연비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 성립될 수가 없는 대결이었어요. S90 T5는 내리막길, ES 300h는 오르막길만 달리면 연비가 비슷할 것 같은데요.” 시승 장소로 출발하기 전 안정환 에디터가 S90에 붙어 있는 T5 배지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옆에 있던 나윤석 칼럼니스트도 “과연 비교에 의미가 있냐”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그럴 만도 하다. 공인연비 차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S90의 공인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는 9.7, 13.4, 11.1km/ℓ이고, ES 300h는 17.1, 17.0, 17.0km/ℓ이다.

우린 공정성을 위해 매달 ‘헤드투헤드’의 시승 조건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고 있다. 각종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는 류민 에디터는 매달 누적되는 데이터의 조건을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 몸무게까지 관리한다(고 한다). 그런데 연비 부분에서 지난달과 다른 점이 생겼다. 바로 출발지다. <모터트렌드> 사무실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종로구 인의동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총거리와 도심/고속도로 비중은 이전과 비슷하다. 우린 약 70km의 거리를 도심 30%, 고속도로 70%의 비율로 달렸다.

목적지에 도착해 실제 연비를 제일 먼저 확인한 고정식 에디터가 입을 열었다. “나중에 S90 D4가 출시되면 ES 300h와의 대결을 제안하려고 했었어. T5와는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거든. 그런데 골리앗이 똑똑하기까지 해.” 계기반에 뜬 연비는 S90가 10.1km/ℓ, ES 300h가 13.7km/ℓ였다. “역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토요타·렉서스를 따라올 자가 없어. 원조가 이렇게 막강한 것도 사실 쉽지 않은데.” 출퇴근 거리가 멀어져 연비에 민감해진 서인수 에디터가 ES 300h를 칭찬했다. “연소실 안 기류를 높여 고속 연소를 유도하는 기술을 도입해 열효율을 높였다네요. 시스템 자체가 작고 가벼워지기도 했고요. 차체 무게를 보세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는데도 S90보다 60kg이나 가벼워요.” 설명 요정 류민 에디터가 ES 300h의 승리 비결을 하나하나 짚어줬다.

볼보 S90
렉서스 ES

“ES 300h의 CVT는 변속으로 인한 낭비가 없어 연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요.” <모터트렌드>의 ‘나무위키’라고 불리는 고정식 에디터가 CVT를 언급했다. “다만 좀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리튬이온 배터리는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작고 가벼운 데다 효율도 좋아요. 그런데 ES 300h는 니켈수소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어요. 지금보다 더 높은 연비를 뽑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토요타·렉서스는 배터리 수급 문제 때문에 니켈수소 배터리를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없었어도 ES 300h가 이겼을 것 같아요.” 두 차를 번갈아 운전하고 돌아온 박호준 에디터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시속 100km에서의 엔진 회전수예요. S90는 1700rpm, ES 300h는 1400rpm이거든요. 저희 주행 코스를 보면 항속 주행이 많기 때문에 엔진 회전수가 낮은 ES 300h가 더 유리할 것 같아요. 두 번째는 타이어예요. S90의 고속 연비는 13.4km/ℓ로,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에요. 하지만 타이어 단면이 255mm나 해요. 반면 ES 300h는 235mm예요. 접지면이 클 수록 마찰력이 커지겠죠. 당연히 연비가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박호준 에디터의 이 발언으로 그를 바라보는 다른 에디터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표시 연비 대비 실제 연비는 어때? 그것도 볼보가 지려나?” 서인수 에디터가 물었다. S90의 표시 연비 달성률은 90%, ES 300h는 81%였다. “볼보의 실연비가 그렇게 나쁘게 나온 것도 아니었네요.” 볼보를 바라보던 안정환 에디터의 눈빛이 변했다.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연비 대결은 같은 양의 연료로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면 이기는 거라고. S90(55ℓ)보다 연료통이 작은 ES 300h(49.3ℓ)가 훨씬 더 멀리 달릴 수 있을걸. 만약 시내만 달렸더라면 차이가 더 컸을지도 몰라.” 이진우 편집장의 말에 대부분의 에디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연비의 승자는 ES 300h다.

글_김선관

구매와 소유 비용

결론부터 말해야겠다. ES 300h가 이겼다. 신차 가격, 부대 비용, 연비, 보험료, 소모품 비용 등 전부 ES 300h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렉서스 오너에게 제공되는 멤버십 혜택과 2년 무상점검 및 소모품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FMS(Free Maintenance Service)까지 더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게다가 ES 300h는 에어백이 10개인데 S90는 6개에 불과하다.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볼보가 S90에 무릎 에어백을 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주행성능과 실내 공간에서 S90의 손을 들어줬던 에디터들조차 구매와 소유 비용만큼은 ES 300h의 편을 들었다. 견적서와 구매 비용표를 번갈아 살피던 김선관 에디터는 “이건 렉서스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네요. 타면 탈수록 ES 300h 쪽이 남는 장사니까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디터는 아무도 없었다.

‘헤드투헤드’에 동원된 시승차는 S90 T5 인스크립션과 ES 300h 럭셔리 플러스였다. 디젤 엔진을 품은 S90는 아직 인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따라서 S90는 지금 가솔린 엔진인 T5 인스크립션 트림만 판매하고 있다. 반면 ES 300h는 슈프림, 럭셔리, 럭셔리 플러스, 이그제큐티브로 나뉜다. “만약 내가 ES 300h를 산다면 고민 없이 이그제큐티브를 선택하겠어. 그래야 마크 레빈슨 오디오, 뒷좌석 옆창 선셰이드, 무선충전 패드 등을 가질 수 있거든.” 편의장비 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인수 에디터의 말이다. 그러자 에디터 중 가장 알뜰한 안정환 에디터가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이그제큐티브를 선택하더라도 S90 인스크립션이랑 고작 50만원 차이거든요. 50만원 정도는 연비만으로도 메울 수 있다니까요”라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연간 예상 유류비(주행거리 1만5000km 기준)만 봐도 ES 300h가 약 138만원, S90가 약 211만원이다. 70만원 정도의 차이다.

볼보 S90
렉서스 ES

하이브리드 차의 장점은 또 있다. 취등록세와 교육세 등 세제 감면 혜택이 최대 270만원이나 된다. 올해부터 친환경 자동차 구매 보조금 지원 정책에서 제외됐음에도 말이다. 세제 혜택은 구매 시 자동으로 적용되므로 보조금을 신청할 때처럼 서류를 구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참고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저공해자동차 2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저공해자동차 1종(배터리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과 달리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혜택이 없다. 대신 서울 남산 1호, 3호 터널 혼잡통행료는 내지 않아도 된다. 매일 강남에서 강북으로 출퇴근하는 이진우 편집장 같은 사람이라면 솔깃할 만하다.

“현금 할인 프로모션은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볼보 딜러의 말이다. 렉서스도 다르지 않다. 프로모션 없이도 1분기 물량을 순조롭게 털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S90와 ES 300h 모두 지금(3월 중순) 계약해도 5월 초가 넘어야 받을 수 있다. 볼보는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컬러를 입맛에 따라 바꿀 경우 최소 6개월 이상을 기다릴 수도 있다. 혹시 리스를 고려하고 있다면 잔존가치를 최대 60%까지 보장하는 렉서스의 ‘밸류 플러스’ 프로그램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퍼펙트 게임으로 끝나나 싶었던 찰나, 주차에 서툰 주찬휘 어시스턴트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ES 300h에는 360도 카메라가 없어요. 여성 고객이 많다고 들었는데….” ES 300h는 가장 윗급인 이그제큐티브 트림에도 360도 카메라가 없다. 입을 다물고 있던 류민 에디터도 ES의 단점을 언급했다. “준자율주행 장비의 완성도도 기대 이하야. S90의 파일럿 어시스트보다 한 단계 이상 뒤처져 있더라고.” 하지만 에디터들의 마음은 이미 렉서스로 기울어 있는 듯했다.

글_박호준

최종 결론

앞바퀴굴림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가장 큰 덕목은 단연 편안함이다. 앞바퀴굴림 방식의 속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가볍고 넓은 차체가 최대 장점이니,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그래서 우린 이 두 차의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을 줄 알았다. 둘 모두 프리미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마감과 품질, 편의·안전장비에 정숙하고 안락한 감각을 더한 차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차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S90는 척박한 북유럽에서 태어난 볼보의 기함. 다소 딱딱해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정력적이어야 한다. 견고하되 빠릿빠릿해야 하는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속성이 우리에겐 조금 거칠게 느껴졌다. 조종 성능이 믿음직스럽고,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가 마음을 흔들었지만, 엔진 소음과 뒤쪽 서스펜션에서 비롯된 잔진동이 발목을 잡았다. 우리가 기대하는 편안한 고급 세단과는 거리가 있었다.

반면 ES는 다소 둔했다. 복잡한 파워트레인 때문에 가고 서고 도는 과정이 약간 이질적이기도 했다. 인테리어 구성도 보수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S90보다 훨씬 부드럽고 포근했다. 최근 개성 드러내기에 열심인 렉서스지만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렉서스의 본질? 렉서스의 뜻이 ‘Luxury EXports to the United States(미국 수출용 고급차)’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미국인의 취향에 맞춘 고급차 같다는 얘기다(미국이 목표 시장이기도 했고). 국내 소비자들의 세단 취향은 다분히 미국적이다. 여유롭고 안락한 느낌을 중시한다. ES의 매끈한 감각이 취향 저격 요소가 되는 것이다. 우리도 결국 이런 감각에 매료돼 ES를 선택했다.

하지만 스코어 차이가 압도적이진 않다. 5:3이다. 테스터 중 40%에 가까운 사람의 입맛이 달랐던 셈이다. 앞바퀴굴림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희귀종에도 다양성이 필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린 ES와 S90 같은 차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로에 뒷바퀴굴림 프리미엄 세단과 실용적인 네바퀴굴림 SUV만 득실거린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글_류민

LEXUS ES 300h

● 이진우: 두 차 모두 운전은 재미없다. 포근하고 안락한 승차감이 가치판단의 가장 중요한 척도다. 앞자리는 비슷하다고 해도 뒷자리 승차감엔 많은 차이가 있다. 렉서스가 훨씬 더 편하다.

● 서인수: S90 T5는 휘발유차인데 디젤차처럼 시끄럽고 진동도 꽤 있다. 이럴 거면 휘발유차를 살 이유가 없다. 난 조용하고 매끈하며 연비도 좋은 ES를 사겠다. 불편한 인포테인먼트는 언젠가 익숙해지겠지만 진동과 소음은 점점 더 심해질 거다.

● 류민: 독일 프리미엄 모델을 두고 이 차들을 고려할 땐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난 접근성이라고 본다. 그래서 부담 없이, 마음 편히 탈 수 있을 차를 골랐다.

● 김선관: 연비 하나로 끝났다. 그렇다고 ES에 다른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긋한 승차감과 정숙함, 매끄러운 주행감까지. 맘 편히 타는 중형 세단의 매력을 잘 살렸다.

● 안정환: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ES 300h를 탔다. 더 편하게 가고 싶어서다. 내 선택은 바로 이거였다. 어차피 두 차 모두 재미로 타는 차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안락한 ES 300h가 내겐 더 매력적이다.

VOLVO S90 T5

● 나윤석: 부드럽고 안락하지만 덜 고급스러운 ES와 디자인과 질감은 좋은데 정숙성은 아쉬운 S90. 그렇다면 난 조종 성능으로 판단하겠다. 이 부분에선 보다 예측 가능한 S90가 낫다. 그런데 S90의 조종 성능도 그렇게 우수한 편은 아니다.

● 고정식: 렉서스와 볼보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다. 시각과 촉각으로 느껴지는 고급감에서 S90가 앞선다. 실내뿐만 아니다. 외모도 S90가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거기에 오디오까지 B&W다. 더불어 ES와 S90는 모두 오너드라이빙 세단이다. 앞좌석 승차감은 둘 다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S90가 정답이다.

● 박호준: 둘의 대결은 한마디로 ‘엎치락뒤치락’이다. 이럴 땐 어느 부분에 더 가산점을 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나는 운전석에 초점을 뒀다. 그랬더니 인포테인먼트와 파일럿 어시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 부분은 ES가 절대로 따라잡지 못한다.



CREDIT

EDITOR : 류민    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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