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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술이 경계를 넘어 시대까지 바꾼다

김태영 입력 2019.01.11 15:13 수정 2019.01.11 15: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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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에서 자동차 기술은 경계를 넘었다
사진=BMW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다. IT·전자기업들의 축제이자, 동시에 신기술의 전쟁터와 같다. 반면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이 등장한 2010년 이후부터는 완성차 업체들도 CES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자제어 기술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동차가 달리는 전자기기로 급변하기 때문이다.

2019년 CES에서는 자동차가 기술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확실하게 융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6년 만에 풀 체인지된 CLA를 이 자리에서 발표했다. 전자제품박람회에서 신차를 발표했다고? 이건 놀라운 변화다. 따지고 보면 메르세데스-벤츠도 모터쇼가 아닌 전자제품박람회에서 신모델을 공개한 것이 처음이다. CES는 전자제어와 관련된 기술이 주목을 받는 곳이다. 그래서 그동안 참가한 완성차 업체들도 컨셉트카나 미래형 모빌리티, 자율주행, 유저 경험 같은 관련 기술을 주로 다뤄왔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물론 CES에서 CLA가 등장한 이유가 있다. 둘을 잇는 연결고리는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라 불리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자연어 인식,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내비게이션,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주요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 MBUX 인테리어 어시스턴트 등 다양한 스마트 기능으로 구성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음성인식 인공지능(AI)의 경우 현재 양산되는 자동차용 시스템 가운데서는 가장 발전한 형태다. 운전자가 말하는 단어뿐만이 아니라 문맥을 파악하고 그것과 연결된 기술을 직접 제어한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가령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미슐랭 3스타 식당을 찾아줘” 같은 복잡한 대화도 시스템이 이해할 수 있으며, “나 지금 더워” 같은 간접적 명령을 통해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고 끌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관련 기술을 이미 2018년에 공개했다. 하지만 올해 CES에서는 이 기술이 담긴 신차를 발표하면서 “자동차 기술이 한 단계 진보했다는 것을 알릴 기회”라는 뜻을 밝혔다. 억지스럽지 않은 결정이다. 자동차에 첨단 전자제어 기술이 사용되는 것을 넘어서, 일부 기능은 본격적으로 전자기기화된다. 기술의 경계가 그만큼 흐려진다는 의미다.

사진=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외에도 2019년 CES에는 아우디, BMW, 혼다, 닛산, 토요타, 피아트-크라이슬러, 폭스바겐을 비롯해 현대와 기아자동차도 등장해 신기술과 비전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 ‘연결성’이란 주제 아래 그동안 자율주행 같은 기술을 내세웠었다. 반면 올해 자동차 회사들이 강조한 것은 사용자 경험(UX). 즉, 운전자나 승객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기술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자동차가 승객의 컨디션을 파악하고 온도를 조절하고, 음악 볼륨을 바꿔주거나 증강현실을 활용한 내비게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기아자동차

이번 CES에서 보여준 자동차 기술 동향을 통해서 풀이할 수 있는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자율주행 기술 자체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것. 그러니까 당장 양산이 가능한 기술에 세부 디테일을 더하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사용자와 맞닿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유저 경험 데이터를 만드는 게 필요한 단계다. 두 번째는 완성차 회사가 보유한 기술과는 별도로 실제로 자율주행이 현실화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관련 교통 인프라와 통신망의 속도와 안정성, 보안, 법규 등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더는 자율주행의 기술적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자율주행 이후 차 안에서 벌어질 일들을 예측하고,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콘텐츠를 미리 확보하는 데 힘쓰겠다는 것이다.

사진=기아자동차

이처럼 많은 완성차 업체가 이미 미래의 자동차 기술을 넘어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과거 자동차는 운동 성능을 정교하게 제어하기 위해 전자제어 기술을 사용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자제어 기술이 자동차의 중심 가치로 발전한다. 그리고 가치도 달라진다. 자동차가 스스로 목적지까지 운전하는 시대엔 더 이상 이동성 자체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다. 자동차는 공간이란 개념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용자가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를 두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결국 많은 자동차 회사가 플랫폼 비즈니스로 바뀔 수밖에 없다. ‘기술은 경계를 넘어 빠르게 융합한다.’ CES 2019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다. 불과 10년 전엔 완성차 업체가 전자제품박람회에 참가하는 것이 낯설게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 10년이 지난 후엔 상황이 반대일지도 모른다. 모터쇼에 남아있는 완성차 업체가 더 낯설어 보일 수도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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