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을 원한다면, BMW X4 M40d

조회수 2019. 2. 20. 11: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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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뭐든지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공부도 상위권인데 운동도 잘하고 교우 관계까지 무난했던 친구. 다만 뭐하나 1등 할 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BMW X4 M40d를 타면서 케케묵은 기억 속 그 친구가 떠올랐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임근재 실장(www.studio-z.co.kr)

공간 품은 쿠페

X4 M40d는 한마디로 만능에 가깝다. ‘M’ 배지를 달아 화끈하게 내달리며 ‘d’ 배지가 뒤따라와 효율을 챙긴다. ‘x드라이브’로 오프로드 성능까지 빠짐없다. 성능이 뛰어나면 실용성이라도 부족해야 하는데 공간도 널찍하다. 쿠페와 SUV, 그리고 M과 d까지 온갖 짬뽕같이 섞인 구성에서 잘난 특징만큼은 살뜰히 챙겼다.

X4를 마주한 첫 느낌은 낮고 늘씬하다. 평균 키의 기자가 서서 보면 천장이 쉽게 보일 정도. 제원상 높이 1,621㎜로 우리에게 익숙한 싼타페(1705㎜)와 비교하면 84㎜ 낮고 X3(1676㎜)와 비교해도 55㎜ 낮다. 그럼에도 길이는 X3(4,708㎜)보다 25㎜ 긴 4,733㎜며, 너비는 47㎜ 더 넓은 1,938㎜에 달한다. 낮고 넓적한 비율이 쿠페형 SUV답다.

헤드램프는 X3와 같지만 테일램프는 스타일이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뒤쪽 지붕선. 쿠페처럼 뒤쪽으로 떨어지지만, 뒤쪽 오버행을 늘리고 트렁크 끝단을 들어 올려 2열 머리 공간을 지켰다. 공간과 스타일을 모두 품은 비결이다. 뒤쪽을 통째로 바꾸면서 테일램프도 8시리즈 쿠페처럼 얇고 길쭉한 스타일로 바꿔 달았다.

실내엔 영락없는 X3 대시보드가 자리 잡았다. X3를 바탕으로 만든 쿠페니까 당연한 소리다. 단지 M 전용 운전대와 센터패시아 아래 큼직한 M 로고를 붙여 고성능을 암시한다. 시야는 이전보다 높아졌지만, 시트 높이를 최대한 낮추면 여전히 진짜 쿠페처럼 폭 파묻힌 자세를 누릴 수 있다. 운전자를 잡아주는 좌우 볼스터(시트 등받이 양쪽 튀어나온 부분)도 꽤 단단하다.

전자식 변속 레버(왼쪽)와 패들시프트(오른쪽)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왼쪽)과 하만카돈 엠블럼이 붙은 스피커(오른쪽)

과거 성능을 위해 촉감을 포기해야 했던 BMW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나파 가죽을 씌운 운전대를 시작으로 대시보드 위쪽과 문짝까지 가죽 소재와 재봉선을 듬뿍 넣었다. 통풍 시트와 메모리 시트, 16개 스피커를 울리는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등 편의장치도 부족하지 않다.

이전보다 공간이 늘어난 뒷좌석
트렁크 용량은 525L. 아래쪽에 수납공간이 있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앉는 데 무리 없다. 등받이 각도가 조금 서 있는 걸 빼면 머리나 무릎 공간 모두 넉넉하다. 제원상으로 이전보다 무릎 공간이 27㎜ 늘었다고. 트렁크도 마찬가지다. 뒤쪽 오버행이 늘어나 바닥 크기는 X3보다 넓다. 용량은 525L. 40:20:40으로 나뉜 뒤 시트까지 접으면 1,430L까지 늘어난다.

직렬 6기통 3.0L 디젤 엔진이 들어간다

M 배지를 붙이다

M 배지는 괜히 붙지 않았다. X4는 보닛 아래 트윈스크롤 터보가 붙은 직렬 6기통 3.0L 디젤 엔진을 품는다. 최고출력 326마력, 최대토크 69.4㎏·m. 시동 버튼을 누르기 전 설레던 이유다.

버튼을 누른 후 첫 느낌은 일단 실망이다. ‘실키식스’로 유명했던 BMW 직렬 6기통 명성은 가솔린 엔진만의 얘기인가 보다. 공회전 중 운전대와 차체를 타고 흐르는 진동은 4기통이라 해도 믿겠다. 그래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시 부드럽게 회전수가 오르면서 6기통 감성이 돌아온다.

움직임은 가뿐하다. 공차중량 2,025㎏으로 묵직하지만 1,750rpm부터 일찍이 나오는 최대토크가 손쉽게 차체를 이끈다. M 스포츠 서스펜션이 들어간 하체는 보통 SUV보다는 단단한 편. 그러나 잔진동을 착실히 거르고 큰 충격은 날카롭지 않게 둥글린다.

이제 본격적으로 M 성능을 즐길 차례.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자 서스펜션이 신경질적으로 바뀌고 배기 소리가 한층 커진다. 변속기까지 ‘S’로 당기면 달릴 준비 완료다. 페달을 밟는 순간 공회전 때의 실망은 곧바로 녹아내린다. 강력한 최대토크를 2,750rpm까지 이어가며 속 시원하게 달려나간다. 절도 있게 rpm이 오르내리는 변속감도 마찬가지. 속도계 바늘은 순식간에 100을 넘어서 최고속도로 치닫는다. 온갖 매체에서 ‘괴물’ 같다고 표현했던 X6 M50d 형님보다 시속 100㎞ 가속 시간이 0.3초 더 짧은 4.9초이니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변속기, 서스펜션, 파워트레인, 운전대를 제각각 조율할 수 있는 스포츠 인디비주얼 주행모드

최고속도로 항속하는 안정감은 아우토반 출신답다. 빠른 속도에서 기어비를 둔감하게 바꾸는 운전대와 묵직한 하체가 어우러져 안정적으로 앞을 향한다. 게다가 바닥 소음을 꼼꼼히 틀어막아 불안한 기색이 더 적다. 고속에서 주행모드는 개인적으로 다소 통통 튀는 스포츠보다 컴포트가 안정감과 승차감 사이 균형이 적당했다. 참고로 주행모드는 스포츠 +, 스포츠, 컴포트, 에코 프로, 그리고 변속기 서스펜션, 파워트레인, 운전대를 제각각 조율할 수 있는 스포츠 인디비주얼까지 총 다섯 개다.

그렇게 밤길을 달려 짧은 고갯길을 찾았다. 오르막 내리막 차이가 큰 고갯길에서 역시 디젤 엔진 강력한 토크가 빛을 발한다. 특히 변속기를 ‘S’ 모드로 당기면 적극적으로 저단 기어를 물어 빠른 코너 탈출을 돕는다. 회전 성향은 약한 언더스티어. 2t을 넘는 덩치와 SUV 높은 무게 중심 때문에 날쌔진 않다. 그런데 앞바퀴가 매우 끈끈하다. 충분히 미끄러질 만한 속도에서도 운전대를 꺾으면 꺾는 대로 방향을 바꾼다.

이는 BMW 퍼포먼스 컨트롤이 들어간 까닭. 회전 시 바깥쪽 바퀴에는 힘을 더하고 안쪽 뒷바퀴엔 제동을 걸어 차를 코너 안쪽으로 밀어 넣는 기능이다. 일반 자세 제어장치와 달리 매우 부드럽게 작동해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켜져도 모를 정도다.

디스크 크기를 키우고 강력한 캘리퍼를 더한 M 스포츠 브레이크

휠 안쪽 자리 잡은 푸른색 브레이크도 주목할 만하다. 이어지는 고갯길에서 타이어 태운 냄새가 날 만큼 달렸는데도 지친 기색은 전혀 없었다. 푸른색 브레이크 정체는 바로 크기를 키우고 강력한 캘리퍼를 더한 M 스포츠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당연히 앞뒤 모두 디스크 사이 하모니카 모양 구멍이 송송 뚫린 벤틸레이티드 방식이다.

하늘에서 보는 듯한 화면과 3D로 공간을 보여주는 서라운드뷰. 사진은 동반석 문을 열어놔서 오른쪽 공간이 가려졌다.

만능의 대가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ADAS)은 최신 BMW답게 가득하다.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최고 시속 210㎞까지 차선 중앙으로 달리는 차선 유지 어시스턴트가 들어간다. 잠깐이나마 자율주행을 즐길 수 있는 구성. 실제로 써보면 기술이 무르익어 완만한 곡선 정도는 무난하게 따라간다. 이 외에 자동 주차 기능과 함께 3D로 주변을 보여주는 서라운드 뷰 기능을 넣는다.

총 9시간, 393㎞를 달린 후 트립컴퓨터 상 연비는 9.7㎞/L를 기록했다. 최고속도로 질주하고 고갯길을 달리는 등 연비가 나쁠 수밖에 없던 주행 상황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다. 공인 연비는 L당 10.7㎞. 326마력 고성능으로 네 바퀴를 굴리고, 무게가 2t이 넘지만, 디젤 파워트레인이 효율을 끌어올렸다.

BMW X4 M40d는 다재다능하다. 고성능 디젤 파워트레인은 신나게 내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도 지갑을 지켜준다. 쿠페형 SUV 스타일은 역동적인 실루엣 아래 널찍한 공간을 품는다. 혹시라도 험로를 달리고 싶다면 x드라이브와 함께 500㎜ 깊이 물길을 건너는 오프로드 성능을 누릴 수 있다. 학창시절 뭐든지 잘하던 친구가 떠오른 이유. 그러나 그 친구는 잘난 만큼 도도했다. X4 M40d 가격은 9,150만 원이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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