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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신고, 대가 없이 정의감만으로 지속 가능한가

임유신 입력 2019.05.11 10:22 수정 2019.05.11 10: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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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위반 신고 포상금 지급해야 할까?
스마트폰과 블랙박스 발달로 자발적 위반 신고가 늘어나지만 신고자에 대한 보상은 없다. 작은 대가라도 지급하면 자발적이고 건전한 참여를 늘릴 수 있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한 때 우리나라에서 파파라치가 유행했었다. 파파라치는 유명인들을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에 빗대 사회 각 분야에서 불법을 촬영해서 신고하면 지급하는 포상금을 노리는 사람을 파파라치라고 부른다. 한때 신고 포상금 종류는 60여 개가 넘을 정도로 많았다.

자동차 분야도 교통 위반 파파라치 제도를 운용했다. 정부는 행정력을 파파라치들이 대신해주니 좋고, 파파라치는 불법도 신고하고 돈도 받으니 좋고. 서로 윈윈하는 정책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동차 분야 파파라치 제도는 부작용이 커서 폐지됐다. 교통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건전한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한 신고로 변질했기 때문이다. 사회 정화를 목적으로 한 바람직한 제도였지만 전문 신고꾼이 생겼고 수백만 건의 신고가 남발 됐다. 신고를 위한 신고로 변질한 셈이다. 당시 교통 위반보다 파파라치가 더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를 정도로 열기기 과열됐다.

요즘도 자동차 분야에 파파라치 제도는 존재한다.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신고 포상금이 없다. 대가는 없지만 꽤 많은 사람이 신호나 주차 위반 등을 보면 신고한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물론 순수성이 의심되거나 불합리한 면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 개선해보고자 하는 의도가 크다.

과거와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열성적인 신고자는 카메라 장비도 좋은 것으로 사고 학원도 다니면서 배우는 등 공을 많이 들었다. 지금은 스마트폰과 블랙박스 덕분에 신고가 한층 수월하다. 지난 4월 17일부터는 생활불편신고 앱을 이용한 주민 신고제가 시작됐다. 불법주차를 신고하면 과태료를 즉시 부과한다. 횡단보도, 교차로와 모퉁이 5m 이내 구간, 버스정류장 주변 10m 이내, 소방시설 주변 5m 이내 등이 신고 대상 구역이다. 예전부터 앱 사용법이나 앱별 신고 가능 항목, 처리 등에서 문제점이 없지 않았지만 점차 환경은 개선되고 있다.

블랙박스 영상이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신고하지 않더라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져서 공유된다. 법규 위반자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기도 하고, 법규 준수 의식을 고취하기도 한다. 모호한 상황은 서로 잘잘못을 가리는 의견을 주고받는다. 법규 위반 내용 공유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할 정도로 활발하게 이뤄진다.

과거 파파라치든 요즘 대가 없는 자발적 신고든, 과거부터 위반 신고는 계속해서 있었지만 체감하는 교통법규 위반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위반 사실 공유가 늘면서 더 많아진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위반 신고를 장려해야 할지 말지는 간단하게 결론 내릴 문제는 아니다. 불신사회를 조장할 수 있고, 서로 감시하는 삭막한 관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금도 블랙박스 등을 이용한 신고가 급증해서 처리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많다. 교통 환경 개선을 위한 순수한 목적 외에 상대방에게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물리기 위한 보복성 신고도 상당수다. 이런 신고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폐지해달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알아서 잘 지키는 자율 사회다. 자율적인 준수를 유도하는 선에서 신고가 이뤄진다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자율성이 부족하다. 도로 위에서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미흡하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는 위반이 많다. 여전히 시민 신고가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지금처럼 아무런 대가 없이 시민의식에만 의존해야 할까? 동기부여를 하면 참여를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과거 파파라치 포상금은 부작용이 컸지만, 부작용을 줄이면서 보상할 방법은 찾아보면 많다. 포인트 제도를 활용해 모인 포인트를 여러 곳에서 쓸 수 있게 하든가, 자동차세 감면 등 세금 혜택을 준다든가, 목표 달성 요소를 살린 과제식으로 흥미를 더한다든가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액수가 큰 포상금이 아니더라도 신고자가 만족하고 보람을 느낄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

참여 유도에 앞서 제도 보완은 필수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도 교통 위반 신고 건수는 매우 많다. 그중에서 과태료나 범칙금이 실제로 부과되는 경우는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불필요한 신고를 줄이고 건전한 신고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1일 신고 횟수나 포상 가치에 제한을 두는 등 보완해 과열을 막을 필요가 있다.

최종 목적은 법규 준수 습관화다. 감시가 주목적이 아닌 신뢰와 배려가 자리 잡아야 한다. 신고를 생활화해서 법규 위반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신고할 거리도 줄어들고 자율적인 법 준수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evo>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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