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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전지로만 달리는 전기차는 가능할까?

변성용 입력 2019.01.16 09:59 수정 2019.01.17 16: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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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이해를 위한 기본 물리 제6편
- 제1~5편은 아래 링크 참조

안녕하세요. 전기차 이해를 위한 기본 물리, 그 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거창하게 전기차의 물리라는 이름을 썼습니다만, 지금까지 다룬 내용은 사실 충전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기차란 것들은  전기를 담아놓을 수 있는 장치, 그러니까 배터리의 전기를 뽑아쓰면서 달리는 방식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배터리 방식이 전기차의 대세이며, 앞으로의 주류라는 점은 절대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달리 보면 전기차는 말 그대로 모터를 돌려서 앞으로 나가는 모든 차를 통칭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현실과 효율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면 전기를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전기 에너지의 소스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는 없으며, 그 대표적인 경우가 연료전지입니다. 최신의 수소연료자동차라는 것은 사실 연료전지가 발전한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구동하는 '전기차'입니다. 심지어는 휘발유 엔진(!)을 발전기로 돌리는 전기차도 있습니다. 왜 이런 이상한(?) 방식을 쓰는지는 다음에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아 이런, 기사거리가 막 하나 생겼습니다. ㅎㅎ

전기차는 이미 대표적인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널리 인식되어 있습니다.  전기의 발전방식을 가지고 아직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풍력과 태양광 같은 친환경 발전방식으로 생성된 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면 인류는 완벽한 청정에너지 이동의 시대로 접어들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러면 내친 김에 아예 태양전지를 차에 붙이고 자가 발전을 하며 달릴 수는 없을까요? 충전 스트레스도 없어지는 데다가 완전히 공짜로 차를 타고 다닐 수 있으니 금상첨화일텐데요. 그런 전기차는 왜 안 나오는 걸까요? 태양전지를 붙이고 달리는 차는 언뜻 본 것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

태양광 발전으로만 달리는 차는 나온 지 좀 됐다. 심지어 레이스도 열린다. 그런데 왜 안 파는 걸까?

1. 태양광 레이스, World Solar Challenge

태양광 패널에만 의존해 달리는 전기차만의 경주, 월드 솔라 챌린지는 벌써 30년을 넘은 꽤 유서 깊은 레이스입니다. 1987년 이래 2년에 한 번씩 전 세계의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만든 최고효율의 태양광 전기차들이 자웅을 겨뤄왔습니다.  호주 대륙을 가로질러 3,000km가 넘는 거리를 오직 태양광 에너지에만 의존해 최고속도 130km/h를 넘게 달리는 레이스라니, 그냥 이 차들을 가져다 상용화하면 될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안됩니다. 그건 이 레이스를 달리는 차들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2017년 솔라 챌린지 크루저 클래스('실용성'에 집중한  다인승 클래스) 우승차인 네델란드 아인트호벤 기술대학교팀(UT/e)의 Stella Vie. 자력발전만으로 달릴 수 있는 태양광 전기차가 현실 세계의 교통과 안전 법규를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레이스에 참가한 태양광 전기차의 생김새는 확실히 일반 승용차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 면적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표면적이 넓으면서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하나 같이 길고 납작합니다. 기다란 꼬리는 뒤쪽의 와류를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덕분에 공기저항계수는 가장 높은 크루저 클래스조차 0.13 정도로, 일반적인 승용차의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접지저항을 줄이기 위해 타이어는 자전거나 모터사이클용을 사용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지면에 가해지는 하중이 자전거나 모터사이클의 두 배 정도에 머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솔라 챌린지의 차들은 '매우' 가볍습니다. 그리고 그게 양산차가 되는데 딜레마로 작용합니다. 

태양광 레이스에 참가하는 차 중 가장 무거운 크루저 클래스의 공차중량은 300kg 안팎이며, 이보다 가벼운  챌린저클래스는 150kg 가량 됩니다. 태양전지의 적은 발전량만을 가지고 달리려면 최대한 무게를 덜어낼 수 밖에 없으니까요. 두랄루민이나 카본 같은 첨단 소재로 극한의 감량을 이루어낸 구조물에 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크루저클래스라면 동승자를 태울수 있습니다만 그랬다간 성적이 훅 떨어져버립니다. 에어컨 같은 건 당연히 사치입니다.  이걸 가지고 일조량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오스트레일리아의 한여름 환경을 가로 지를때나 태양전지로 쌩쌩 달릴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는 것이죠.  어휴, 생각만 해도 고생길이 훤합니다. 

무게는 단순히 에어컨이 있고 없고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습니다. 현대적인 대량생산 승용차를 만드는 회사는 규정에 따라 충돌사고에서도 승객을 보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규정을 다 맞추면서 소비자가 살 만한 가격대의 차가 되려면 강판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한 전통적인 모노코크 구조가 되어야 할 겁니다.  차의 무게는 별 수 없이 톤 단위로 올라가겠지요. 태양전지만으로 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요?


2. 배터리에 충전해 놓았다 쓰면 어떨까?

음, 얼핏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태양전지판으로 발전한 전기가 어느 정도의 주행을 가능하게 할지 계산해 보면 되겠지요. 태양전지판의 출력은 설치 조건이나 계절, 온도 등에 따라 다릅니다만, 일단 평균적인 수준에서 이야기해 볼 수는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 제조사, 한화큐셀에서 제조하는 퀀텀듀오 태양광 모듈을 기준으로 잡아보았습니다.  웹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니 이 제품은 2,015 x 1,000mm의 크기에서 0.4kW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습니다(두께는 무시합니다). 단위면적을 기준으로 할 경우 0.1985kW/㎡이 나오니 편의상 0.2kW/㎡로 가정합니다. 

태양광 패널을 적용해 볼 차는 2018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현대 코나 EV입니다. 태양광 패널을 붙일 수 있는 표면적을 계산해 보면 약 7.5㎡ 이 나옵니다. 위의 태양광 패널을 적용할 경우 전지용량은 아래와 같습니다.

0.2kW/㎡ x 7.5㎡ = 1.5kW 

엔진차의 연비에 해당하는 전비는 5.8km/kWh로 시판 전기차 중에서 가장 뛰어난 수치입니다.

현대 코나 EV의 크기

태양전지 패널의 하루 발전량을 계산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발전 전력량(kWh/day) = 일사량 x 태양전지 용량(kW) x 온도 보정 계수 x 설치 방식에 의한 온도 상승 영향 계수 x 기타 손실 x 그림자의 영향에 의한 손실 계수 x 승압 장치 변환 효율 x 인버터 변환 효율  x 배터리 충전 효율

여기에 수치를 대입합니다. 가능한 최대한 낙관적인 수치로만 넣어 보겠습니다.

일사량 : 3.44kWh/㎡/ day (서울 여름기준 수평면일사량. 기상청 태양기상자원지도 2010) 

태양전지 용량 : 1.5kW 

온도 보정 계수 : 1 (여름) 

설치 방식의 영향 계수 : 1.0 (지붕 설치) 

기타 손실 : 0.95 (배선, 일사면의 먼지 등) 

그림자에 의한 손실 : 1.0 (손실 없다고 가정) 

승압 장치 효율 : 1.0 (손실 없다고 가정) 

인버터 효율 : 0.95 (가정용 태양광 인버터의 일반 효율)

배터리 충전 효율 : 80%

3.44 x 1.5 x 1 x 1.0 x 0.95 x 1.0 x 1.0 x 0.95 x 0.8 = 3.73kWh/day

여름 하루 종일 태양광 패널로 뒤덮은 코나 EV에 햇볕을 쨍쨍하게 쪼였을 때의 발전량입니다. 이것을 코나 EV의 전비에 대입하면 주행거리가 나오겠죠?

5.8km/kWh X 3.73kWh/day = 21.63km/day

에이구...

하루 종일 충전하면 21km를 달릴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가장 낙관적인 데이터로만 골라 넣었는데도 이 지경입니다. 저걸 실제로 만들 수는 있을 겁니다만, 그로 인해 차값이 제법 올라가는 것은 감수해야 될 것이며, 그 댓가로 얻을 수 있는 숫자는 힘이 빠질 지경입니다. 안 만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걸 실제로 만드는데 도전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신생 전기차 회사 SONO motors는 태양광 충전 전기차 Sion을 개발 중입니다.  35kWh의 배터리를 장착한 차는 일반적인 충전도 가능하지만, 차체에 고정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종일 충전 시 30km를 달릴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패널과 충전효율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린다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닐 겁니다만, 실제로 이 숫자가 나오는 날이 1년 중 며칠이나 될지는 차가 나와봐야 알 겁니다. 

독일 SONO motors의 태양광 전기차 Sion. 2019년 중반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태양광 전기차가 갈 길은 아직 멉니다만, 그렇다고 답이 없는 방식으로 매도할 필요도 없습니다. 차에 붙이지만 않으면 되니까요. 방금 전의 계산식을 통해, 11m x11m 가량의 태양광 패널이면 매일 코나 EV의 64kWh 배터리를 가득 채우는 전기를 만들어 저장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매일 400km의 거리를 태양에너지로만 달리는 것도 더 이상 꿈은 아닙니다. 일조량이 충분한 해외에서는 이미 태양광 충전소가 상당 수 보급되고 있습니다. 세상 어디선가는 이미 완전한 청정에너지 기반의 전기차가 달리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태양광 충전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7부에서 계속)

 변성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전기차 이해를 위한 기본 물리 제1편

전기차 이해를 위한 기본 물리 제2편

전기차 이해를 위한 기본 물리 제3편

전기차 이해를 위한 기본 물리 제4편

전기차 이해를 위한 기본 물리 제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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