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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카, 투자 대상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오토티비 입력 2019.02.12 09: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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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제도 미비로 국내서 클래식카 즐기기는 힘들어
소수의 투자 대상으로 그치기에는 아까운 자동차 문화

클래식카를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옛 것이 좋은 것'이라는 말처럼 클래식카와 함께 한 공간에서 잠시 기억을 되돌릴 수 있어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클래식카 박물관을 드나든다. 과거와 미래가 묘한 공생을 이루고 있는 곳에서 새로운 미래를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클래식카에 대한 관심은 자동차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클래식카를 중요한 문화적 유물로 여겨 국가적인 관리를 하기도 한다. 조선 초기 고종 황제가 사용했던 캐딜락이 2000년 이후에야 비로소 문화재로 지정됐던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이들 나라에선 도시마다 클래식카 축제가 열린다. 대표적인 클래식카 축제로 독일의 올드타이머 그랑프리, 미국의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 일본의 도쿄 클래식카 콩쿠르가 꼽힌다. 이외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클래식카 분야에선 당당히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데, 축제가 시작되면 차고에 고이 간직해 둔 보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마치 기록영화의 한 장면처럼 변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잠시 추억에 빠져든다.

클래식카에 대한 유럽의 특혜

흔히 클래식카는 ‘오래된 자동차’로 규정된다. 하지만 오래됐다고 모두 클래식카 범주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클래식카 문화에 앞서 있는 독일의 경우 ‘올드타이어(Old timer)’로 클래식카를 부르는데, 시대적 배경을 기준으로 A에서부터 G까지 7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클래식카를 시대적으로 구분해 놓았다는 얘기를 달리 하면 정식 운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된다. 독일의 경우 자동차 번호판 다음에 ‘H’가 있으면 1969년 7월 이전 생산한 차종이거나 적어도 30년 이상 된 올드타이머로 등록된 차를 나타낸다. ‘H’는 독일어 ‘Historisch’, 즉 ‘역사적’이란 뜻이니 단순한 공산품이자 소모품에 지나지 않던 자동차에 역사성이 부여된 셈이다. H가 붙어 공인된 클래식카는 자동차의 원형성, 즉 얼마나 원형에 가까운가에 따라 평가기준이 확립돼 있다. 독일에서는 ‘점수(Note)’ 1부터 5까지 등급을 부여하되 숫자가 낮을수록 보존성이 좋다는 의미다.

이들 클래식카는 등록이 가능할 뿐 아니라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문화적, 역사적 가치에 따라 클래식카의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오래된 차라도 복원 상태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도 있다. 여기에 몇 대 남지 않은 희귀성까지 갖추면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이런 이유로 때로는 클래식카가 투자 대상이 되기도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상속세가 없는 것이어서 클래식카를 구입한 뒤 명의를 후세로 돌려놓으면 그만이다. 게다가 복원을 하려면 자동차 등록증이 살아 있는 원형이 있어야 하지만 점차 원형 차종을 찾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어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중이다. 중동 부유층이 클래식카를 유가증권처럼 빚을 갚는 데 사용하는 일만 보아도 투자 대상으로서 클래식카의 가치는 끝이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

클래식카에 서서히 눈 뜨는 한국

최근 국내에서도 클래식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1976년 등장한 현대차 포니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영화의 소재로, 그리고 때로는 산업발전 시기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다. 얼마 전 포니를 구입한 지인의 경우 “투자적 가치도 있지만 무엇보다 어렸을 때 어른이 되면 꼭 갖고 싶은 차였다”며 “포니를 구입한 것은 나의 과거를 사들인 것과 같다”고 말했다. 포니 뿐 아니다. 기아차 브리사와 대우 맵시나 등도 클래식카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클래식카 문화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환경을 위한 명분 아래 과도하게 규제하는 배출가스 제도 탓이 크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1950년대 차종과 최신 자동차에 동일한 배출가스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문제다. 환경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독일과 미국도 클래식카의 배출가스 규제는 비교적 관대한 편인데 반해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독일의 경우 클래식카를 등급별로 구분한 뒤 연간 주행일수를 제한하면서 클래식카 문화를 장려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오로지 규제의 칼날만 들이댈 뿐 문화적 가치는 염두조차 두지 않는다. 실제 얼마 전 1967년형 포르쉐를 등록하려 했던 클래식카 마니아의 얘기는 국내의 뒤처진 규제의 현 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정식 번호판을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 제도로는 배출가스와 소음시험 자체를 받을 수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내 제조사가 해외로 수출한 국산차를 다시 들여와 보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선진국처럼 정식 번호판을 주고 연간 주행거리와 주행기간을 제한하면 되지만 아직 움직임은 요원하다.

로열패밀리들의 잔치로 그치지는 말아야

유럽이나 미국에서 클래식카 바람이 거세게 불자 국내에서도 고가의 클래식카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회자된다. 그리고 이면에는 투자적 성격이 분명 존재한다. T그룹의 G회장이 들려준 이야기는 확실히 클래식카가 투자 대상이 됐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석에서 그는 “클래식카를 사둔 뒤 나중에 자녀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계획”이라며 “재산적 가치는 그냥 고철 값에 불과해 상속세를 거의 내지 않는다”고 귀뜸했다. 미술품의 경우 경매를 통한 거래가치가 있어 상속 때도 가치가 매겨지지만 클래식카의 경우 가치 산정 자체가 어려운 데다 국내에선 희귀 거래 품목이어서 세금을 매기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재벌들의 클래식카 수집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게다가 유럽 등지에서 구입한 뒤 굳이 한국에 가져오지 않고 현지 전문 보관소에 맡기고, 2~3년 후에 되파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게만 해도 상당한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어서다.

이처럼 관련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국내의 클래식카는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의 취미이자 변칙 상속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클래식카가 엄연히 자동차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의 경우를 생각하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고가의 클래식카가 아니더라도 보다 많이 이들이 손쉽게 올드카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해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독일처럼 클래식카를 등급별로 구분한 뒤 연간 주행일수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오래된 보물을 날마다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닐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토티비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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