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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달리는 자동차, 양산 실용화가 시급합니다

김태영 입력 2019.03.24 10:22 수정 2019.03.24 10: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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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도시형 자동차의 움직임을 우주 기술에서 배운다
MRV / 출처: 미 항공우주국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자동차에 ‘도시형’이라는 수식이 붙은 경우가 있다. 경차처럼 근거리 주행에 적합한 자동차는 복잡한 도시 환경에 맞춰 설계됐다. 작은 덩치는 여러모로 유용하다. 좁은 공간에도 주차가 가능하고, 골목길도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다. 도시형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용량을 일정 이하로 줄이는 설계가 가능하다. 배터리 용량이 작다는 것은 주행 가능 거리가 짧다는 것을 뜻이다. 하지만 단거리 주행에 사용하거나 충전을 자주 할 수 있는 곳에선 배터리 용량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배터리 크기를 줄여서 얻는 이점이 있다. 차 무게가 가벼워져서 에너지 효율성이 좋아지고, 가격 경쟁력도 높아진다.

출처: 르노

도시형 SUV의 경우는 접근 방법이 조금 다르다. 차고가 높은 다목적 스포츠 자동차(SUV) 특유의 비포장도로 주행 능력을 포장도로 환경에 맞춰서 덜어낸다. 네바퀴굴림이나 에어 서스펜션, 로 기어, 차동장치 잠금(디퍼렌셜 록) 같은 험로 탈출에 필요한 기능들을 과감히 삭제한다. 그리곤 도시에 사는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각종 편의/안전장비를 갖춘다. SUV와 세단, 쿠페의 특징을 섞은 크로스오버 형태의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포장도로에 맞춘 섀시와 하체 설계를 바탕으로 매끈한 구동계를 더해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까지 구현한다.

출처: 볼보

이처럼 일부 자동차는 도시라는 주행 환경에 맞춰 그 모습과 기능을 꾸준히 변화시켜왔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제도나 인식의 문제로 기술적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는 여전히 앞으로 달리고 있으며, 앞바퀴에 달린 조향 기구를 이용해 방향을 바꾼다.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자동차가 움직이는 방법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탐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동차에서는 이미 현실화된 얘기다. 미 항공우주국(NASA)가 지난 2015년에 공개한 ‘MRV’에서 미래 도심형 자동차에 필요한 혁신적 구동계 기술을 찾아볼 수 있다.

출처: 미 항공우주국

MRV(Modular Robotic Vehicle)는 이름 그대로 모듈 형태로 만들어진 로봇 자동차다. 미 항공우주국과 제너럴모터스(GM)이 공동 개발한 결과로, 우주뿐 아니라 복잡하고 공간이 제한적인 도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2인승 시트의 프로토 타입은 전기 구동계를 바탕으로 리모컨으로 호출이 가능한 자율 주행 기능도 갖추고 있다. 무게는 약 900kg이고 1회 충전으로 최대 99km를 달린다. 최고 속도는 시속 64km를 낼 수 있다.

출처: 미 항공우주국

MRV의 모든 움직임은 컴퓨터로 제어된다. 스티어링 휠이나 가속/감속 페달은 실제론 기계적인 연결 장치가 없다. 다시 말해 차체뿐 아니라 바퀴나 배터리, 구동장치가 모듈 형태로 조립되어서 전자제어 방식으로 연결되고 제어된다. 여기에 달린 모듈형 바퀴는 액체 냉각방식 추진 모터를 사용한다. 네 개의 바퀴 모두가 구동하며, 각각 180도까지 조향 각도를 회전시킨다. 다른 바퀴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각 바퀴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특징이다.

모든 바퀴가 조향에 참여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다. 네 바퀴를 안쪽으로 45도씩 돌리면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모든 바퀴를 완전히 돌리면 차가 가로 방향으로 이동하다. 사실 거의 자유자재로 달린다. 코너의 각도에 따라서는 앞으로 코너를 진입해서 옆으로 달려, 뒤로 빠져나오는 움직임이 가능하다. 마치 드리프트 하듯 측면 45도 각도를 유지하며 계속 달릴 수도 있다. 앞을 향해 달리다 갑자기 방향을 틀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다. MRV의 모든 움직임은 스티어링 휠뿐 아니라 특수 설계한 조이스틱을 사용한다. 겉으론 보기엔 조작이 어려울 것 같지만, 개발자에 따르면 단 수분 만에 익숙해질 만큼 직관적이라고 한다.

출처: 미 항공우주국

MRV의 동립형 바퀴 모듈은 우주 탐험 자동차(Space Exploration Vehicle)나 우주 탐사 로봇에서도 쓰이는 기술이다. 이런 방식을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근본적으론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기 위함이다. 이런 기술을 꼭 우주에서만 쓰라는 법은 없다. 도시형으로 만들어진 자동차에 사용하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좁은 골목길에서 양방향으로 두 차가 대면했을 때 쉽게 길을 양보한다. 앞뒤 간격을 최소화해서 더 많은 자동차가 제한된 공간에 평행 주차를 한다. 유턴 공간이나 건물 진출입로처럼 자동차의 움직임에 맞춘 도로 공간도 줄일 수 있다.

꿈같은 이야기라고? 현재 자동차 업계엔 4WS(4Wheel Steering) 기술을 사용하는 차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MRV 정도는 아니지만 주행 상황에 따라서 뒷바퀴가 적절하게 방향을 바꾸며 차의 움직임에 도움을 준다. 4WS는 일부 자동차에 사용되며 고급 편의장비이자 주행보조 장치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이 진짜 필요한 것은 도시형 자동차라는 생각이다. 주차장을 옆으로 빠져나와 측면으로 달리며 도로로 합류하는 도시형 미래 자동차. 불가능하지 않다. 기술은 이미 현실 속에 존재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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