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세계 1위 전기차 실력, 닛산 리프

조회수 2019. 3.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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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충전 주행거리 231㎞. 300~400㎞를 가벼이 넘나드는 요즘 전기차와 비교하면 다소 초라한 수치다. 그러나 닛산 리프는 40만대 누적 판매를 기록한 전기차 세계 챔피언이다. 어떤 점이 세계인의 구미를 당겼을까? 2세대로 거듭난 세계 판매 1위 전기차 실력을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닛산, 윤지수



비범한 듯 평범한 리프

주차장에서 만난 리프, 첫인상은 요란하지 않다. 전기차라며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도, 차체 색깔로 그릴을 뒤덮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한 스타일 아래 C필러를 검은색으로 덮고 푸른색 포인트를 넣어 은은히 미래적인 분위기를 낼 뿐이다.

사실 1세대부터 그랬다. 나뭇잎으로 보이는 ‘Leaf’라는 이름은 원래 ‘리딩(Leading)’ 첫 글자 L, ‘환경친화성(Environmental friendly)’의 E, ‘합리적인(Affordable)’ A, ‘가족용 차(Family car)’의 F를 이어 붙인 조합이다. 즉, 환경친화적이며 대중적인 가족용 차. 콘셉트부터 굳이 ‘나 전기차’라며 요란 떨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리프 비율은 마치 작은 MPV 같다. 앞 유리창이 앞으로 길쭉하게 뻗어 넓은 공간을 강조한다. 이는 보닛과 비슷한 각도로 이어져, 공기를 보다 쉽게 흘려보내는 효과를 낸다. 평평한 휠과 좌우 끝단에 각을 잡아 와류(공기 흐름이 얽혀 생기는 소용돌이)를 풀어주는 범퍼, 뒤 범퍼 아래 디퓨저 등 친환경 차답게 바람 저항을 줄이려는 노력도 역력하다. 덕분에 공기저항계수(Cd)는 0.28에 그친다.


조약돌 같은 변속 레버와 푸른색 제봉선, 그리고 9인치 모니터(왼쪽부터)

차분한 분위기는 문짝을 열어도 같다. 9인치 모니터 아래로 센터패시아를 계단식으로 배치해 기계적인 느낌이 강하다. 아날로그 속도계 옆 7인치 모니터를 이어붙인 계기판 역시 마찬가지. 전체적으로 멋보다는 쓰기 좋은 실용성에 집중한 모양새다. 단지 작은 조약돌 같은 변속 레버와 곳곳에 들어간 푸른빛 장식이 색다르다.

뒷좌석과 트렁크가 넉넉하다. 트렁크 용량은 435L

이름 끝 가족용 차를 뜻하는 ‘F’는 괜히 붙지 않았다. 키 177㎝ 기자가 앞자리를 맞춘 후 뒤에 타면 무릎 공간이 넉넉하고 트렁크는 아래로 깊숙하다. 트렁크 용량은 준중형 SUV를 넘보는 435L. 2열 시트는 60:40으로 나뉘어 접힌다.



기본기 갖춘 가족용 차

눈으로 보는 구경은 여기까지. 센터패시아 아래 푸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역시 전기차답게 어떤 소음이나 진동도 없다. 그런데 운전대가 위아래로만 움직일 뿐 당겨지질 않는다. 참 오랜만에 타보는 텔레스코픽 기능 없는 차다. 아래를 일자로 자른 D컷 운전대가 무색하다. 역시 이차는 무난한 가족용 차다.

‘스르륵’ 매우 조용히 앞으로 나아간다. 어떤 엔진도 이보다 정숙하진 못할 테다. 서스펜션 초기 반응 역시 매우 부드러워 저속에서는 자잘한 진동 하나 느낄 수 없다. 옆자리에서 “전기차 이 맛에 탄다”는 동료 기자를 보니, 평소 전기차 오너가 느낄 뿌듯함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즉각 튀어 나간다. 전기모터 특성상 곧바로 32.6㎏·m 최대토크가 나오는 까닭.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페달 밟은 자신이 놀랄 정도다. 시속 100㎞ 가속하는 시간은 단 7.9초다. 머뭇거림 없는 반응 덕분에 국도에서 추월 가속도 시원스럽다.

그러나 고속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페달 반응은 여전히 날카로우나 속도계 바늘은 느릿느릿하다. 뒷심이 부족한 전기모터 특성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더욱이 요즘 많은 전기차가 200마력을 넘어서는 상황에 150마력은 비교적 부족해 보인다. 최고속도는 시속 150㎞에서 제한한다.



리프는 조용했다. 전기차는 엔진 소리가 없어 주행 소음이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고속에서 바람 소리만 살짝 들릴 뿐 실내는 고요하다. 특히 바닥 소음을 차단하는 실력은 보통 중형 세단보다 낫다. 옆 사람과 얘기하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어색하다. 모터 소음 방지 덮개와 차음 유리 등 방음에 철저히 신경 쓴 결과다.

안정감은 출력을 웃돈다. 눌림에 따라 팽팽히 긴장하는 서스펜션이 안정적으로 자세를 추스른다. 특히 뒤쪽이 더 단단해 앞에서 충격을 흡수하고 뒤쪽에서 잡아주는 느낌이다. 낮은 무게중심도 강점. 40kWh 배터리를 바닥에 내리깐 덕분에 1,540㎜ 큰 키에도 불구하고 뒤뚱거리지 않는다.

초록색 에코 버튼 오른쪽이 에코 버튼이다

왼쪽 페달은 거들 뿐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리프가 자랑하는 ‘e-페달’ 버튼을 눌렀다. 가속페달 하나로 감속과 정지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출발은 일반 페달과 비슷하지만, 주행 중에는 페달을 많이 밟으면 가속, 중간 즈음 밟으면 항속, 이보다 더 떼면 감속으로 바뀌는 식이다. 전기 모터 저항으로 속도를 줄여 최대한 전기를 많이 생산하려는 전략이다.

처음엔 다소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내연기관차 페달 떼듯 확 떼버리면 예상치 못한 감속에 꿀렁일 수 있다. 서서히 줄어드는 속도를 느끼며 떼어야 부드럽게 e-페달을 누릴 수 있다. 적응 시간은 길지 않다. 몇 번 앞뒤로 몸을 흔들다 보면, 어느새 서서히 가속페달을 떼고 있을 테다.

주행 모드에 따라 가속 페달을 땠을 때 회생제동 정도를 살펴봤다. 왼쪽이 D, 가운데가 B, 오른쪽이 e-페달을 켰을 때다 

한번 적응한 뒤로는 e-페달 끄기가 망설여질 만큼 편하다.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기기가 귀찮달까. 최대 역방향 G 포스(중력가속도) 0.2로 평균 0.15인 일반 주행 제동보다 강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상황이 아니고서야 브레이크 쓸 일은 많지 않다. 더욱이 계기판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충전량을 보고 있으면 환경을 지키는 듯한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

만만한 전기차?

리프는 지금 당장 타기 편한 전기차를 지향한다. 그래서일까.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는 딱히 새롭지 않다. 앞차와 간격을 알아서 조정하며 달리는 ‘인텔리전트 차간거리 제어’와 전방 충돌 직전 속도를 줄이는 ‘전방 비상 브레이크’, 후진 시 측면에서 달려오는 차를 경고하는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이 들어간다. 의아하게도 차선 이탈 방지 장치는 없다. 미국 등 해외 리프에 들어가는 반자율주행 기능 ‘프로파일럿 어시스트’가 부러울 따름이다.

아이나비와 함께 만든 내비게이션

그래도 인포테인먼트 장치는 모든 닛산을 통틀어 가장 좋다. 가운데 9인치 모니터에 아이나비와 함께 만든 시스템을 넣어 보기도 좋고 쓰기도 편하다. 특히 국산차 못지않은 친절한 내비게이션이 강점이다. 다만, 송풍구 아래 달라붙어 주행 중 시선이동 거리가 긴 점은 흠이다.

출발 전(왼쪽)과 출발 후(오른쪽) 배터리 상태. 55.9㎞를 달리면서 31%를 소모했다.

시승 코스는 고속도로와 더불어 경기도 한적한 외곽을 달리는 국도가 섞여 있었다. 전기차가 효율을 내기에 좋지 않던 상황. 더욱이 최고속도로 달리거나 가끔 급가속도 했다. 결국 총 55.9㎞를 달리면서 배터리가 77%에서 46%로 떨어졌다. 31%를 소모했다. 이렇게 달린다면 배터리 100%로 약 178.8㎞를 달릴 수 있는 셈. 예상보다 주행거리가 많이 떨어지진 않았다. 만약 도심에서 더 서서히 달렸다면 배터리 소모가 훨씬 적었을 테다. 실제로 <로드테스트>는 과거 홍콩 도심에서 리프를 시승해, 실제 주행가능거리보다 더 멀리 달리는 효율을 확인했다.



닛산 리프. 사실 시승 전, 주행거리 짧고 출력도 낮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누적 판매 1위를 달리며 세계 시장의 사랑을 받았을까? 리프의 강점은 실용성이었다. 안락하고 정숙한 실내, 널찍한 공간, 탄탄한 기본기가 매력. 무엇보다 요란하게 꾸며놓은 다른 차와 달리 쓰기 편한 친숙한 구성이 좋다. 세계 최초 양산 전기차라는 명예는 덤이다.

리프는 국내 ‘S’와 ‘SL’ 두 가지 등급으로 나오며, 가격은 각각 4,190만 원, 4,830만 원이다. S는 한 번 충전으로 200㎞를 달리는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비슷하고(3,915만~4,215만 원), SL은 383㎞를 달리는 쉐보레 볼트 EV(4,593만~4,814만 원), 406㎞를 달리는 현대 코나 일렉트릭(4,650만~4,850만 원) 등과 비슷한 셈이다(모두 세제혜택 후 가격).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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