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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에 철수설, 위기의 르노삼성차를 구한 건 '노조'였다

김흥식 기자 입력 2019.04.25 07:51 수정 2019.04.25 15: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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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출범한 르노삼성차 최대 위기는 2011년 찾아왔다. 215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매각설, 철수설이 나도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한다. 이듬해인 2012년에도 172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그러나 르노삼성차의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3년 444억원, 2014년 1475억원으로 2년 연속 흑자를 내는 대 반전이 일어난다. 르노삼성이 매각설까지 나도는 심각한 경영위기에서 벗어나고 단기간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조가 있다. 당시 르노삼성은 경영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르노삼성 리바이벌 플랜'을 추진했다.

800여명에 달하는 희망퇴직, 고임금, 고직급 위주의 인력 구조를 개선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플랜이지만 노조는 회사를 살려야 한다며 이를 전격 수용한다. 덕분에 르노삼성 출범 이후 닥친 최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회사가 추진한 대규모 구조 조정은 아무런 잡음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르노삼성 노사는 2013년 흑자 전환 이후, 국내 완성차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상생의 행보를 걸어왔다. 회사는 프랑스 르노의 선진적인 공장 작업환경을 도입해 직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 노사가 함께 닛산 큐슈 공장을 찾아가 자동부품공급 장치 등을 벤치마킹하고 부산 공장에 도입하면서 생산성이 대폭 향상된 것도 이 때다.

생산성 향상은 르노가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을 주목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그리고 2019년까지 연간 8만대 규모의 닛산 로그 생산을 부산공장에 위탁하는 성과로 이어진다. 전 세계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 46개의 공장 가운데 부산공장을 낙점한 것은 뛰어난 생산성과 함께 2011년 위기 때 노사가 보여준 협력 관계를 높이 평가한 때문이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닛산 로그는 전량 북미 시장에 공급됐고 반응도 뜨거웠다. 까다로운 북미 소비자들로부터 '메이드인 부산' 닛산 로그가 높은 품질 만족도를 얻으면서 2015년 8만대였던 공급량을 11만대로 늘려 달라는 증산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부산공장을 증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다.

닛산 로그의 부산 공장 생산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직원들은 초기 품질수준, 원가경쟁력, 목표 달성 등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노조가 적극 협조하면서 2014년 9월 첫 선적이 이뤄졌다.

르노삼성차는 닛산 로그는 부산 공장의 안정적인 가동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전체 사기를 올려주고, 노사가 협력하면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데 더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한다. 이 때부터 직원들은 "우리의 경쟁 상대는 국내 자동차사가 아니라 전세계 46개 얼라이언스 공장"이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추가 생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품질, 원가, 생산성의 종합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형성됐고 이는 2015년 임금 협상에도 영향을 준다. 당시 협상에는 통상임금에서 정기 상여금을 제외하고 호봉제 폐지 등 민감한 이슈가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노조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이었지만 임금협상은 단 1개월 만에 끝이 났다.

노조 지도부가 한 달여 동안 퇴근을 미루고 사무실 숙박을 하면서 임금피크제, 호봉제 폐지 등 과거와는 다른 변화된 제도를 현장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93%라는 압도적인 찬성을 끌어냈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던 임금 피크제를 완전하게 해결한 것은 당시 르노삼성뿐이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2011년 그때는 회사가 당장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이 컸다. 그걸 다시 살려 놓은 건 노조, 직원이었다. 많은 걸 양보하고 희생했다. 회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고민했고 얼라이언스의 다른 공장보다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경쟁 의식 같은 것들이 부산공장을 살려놨다"라며 그 때를 돌아봤다.

르노삼성차가 내수 시장에서 고전을 하면서도 그 동안 안정적인 경영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처럼 노사가 협력해 위기를 극복했고 이를 계기로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 물량이 고정적으로 확보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은 39명의 금속노조 조합원이 주도하는 임금협상과 부분파업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부산공장의 생명줄과 다름없는 닛산 로그의 생산 물량 배정이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이후 사실상 어렵게 됐고 모두가 기대했던 소형 SUV XM3의 국내 생산도 가물가물해지면서 2011년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해있다. 지금 이 위기는 누가 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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