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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기브 앤 테이크' 착한 전기차..쉐보레 볼트EV

제갈원 입력 2019.03.30 08: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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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순수전기차 볼트EV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부족과 수리비에 대한 논란이 쏟아져도 아랑곳 없다. 전기차 이야기만 나오면 따라 붙던 ‘전기차는 시기상조다’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됐다.

줄어드는 정부보조금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에도 전기차 인기가 폭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적절한 주행거리 확보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는 최대약점이었던 주행거리를 크게 개선해 상품성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유채가 노랗게 수 놓인 제주에서 쉐보레 순수전기차 볼트EV를 만났다. 최대 주행거리 383km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장해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르노삼성 SM3 Z.E와 함께 국내 전기차 보급률을 크게 끌어올린 모델이다.

쉐보레에서 출시된 볼트는 두 가지다. Volt와 Bolt다. 하나는 먼저 출시 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의 볼트(Volt)이고, 다른 하나는 전기차 Bolt다. 영어권에서는 두 차량을 구분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두 알파벳 모두를 ‘ㅂ’으로 발음하는 한국어 특성 상 둘 다 ‘볼트’가 되는 터라 순수전기차를 의미하는 ‘EV’를 붙여 공식 차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렬로 길게 늘어서 맞이하는 볼트EV

제주공항 부근 주차장에 볼트EV가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있다. 멀리서 봤을 땐 몰랐는데 앞으로 다가서니 생각보다 차가 크게 다가온다. 한국GM  디자인 연구소가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가한 볼트EV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볼트와 달리 한 눈에 봐도 실용성이 강조된 MPV 형태다. 쉐보레 특유의 ‘듀얼 포트’ 그릴을 시작으로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가 사이드 벨트 라인과 이어지며 날렵한 인상을 준다. MPV에서 흔히 느껴지는 둔하거나 지루해보이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실내로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놀라는 부분은 공간이다. 아담해보이는 외관과 달리 실내 거주성이 넉넉하다. 처음부터 볼트EV를 위해서 설계된 BEV-II 플랫폼과 엔진과 변속기가 없는 전기차의 특성 덕이다. 통상 내연기관 차량은 2만개 부품이 들어간다. 전기차는 10분의1인 2000여개가 사용되기 때문에 엔진룸 설계를 최소화해 전장 대비 휠베이스를 길게 늘여 넉넉한 실내공간 확보에 유리하다.

뒷좌석 거주성은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수준

특히 뒷좌석 공간이 압권이다. 센터터널은 평평하고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중형 SUV 수준으로 넓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충전용 USB포트와 2열 열선시트까지 갖춘 것은 한국에서 설계한 노하우가 반영됐다. 트렁크 공간 역시 일반적인 소형 SUV수준이다. 뒷좌석 시트를 6:4로 접어 적재공간을 늘릴 수 있다.

1열 시트는 상당히 얇다. 볼보의 얇으면서도 상당히 편안한 시트가 떠올랐지만 볼보 시트만큼 편안하지는 않다. SUV 못지 않게 시트포지션이 높아 운전시야가 상당히 쾌적하다. 다만 앞쪽에 쪽창까지 뚫려있지만 정작 시야가 필요한 곳은 두툼한 A필러가 가려 종종 불편을 겪었다.

​조작편의성이 뛰어난 센터페시아

전원 버튼을 누르자 디지털 계기판과 중앙의 거대한 10.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끈다. 쉐보레 답지 않게 깔끔한 그래픽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에너지 흐름도나 차량설정,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등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후방카메라 화면도 시원시원해서 좋다. 애플 카플레이 같은 최신 폰 커넥티비티 시스템도 빼먹지 않았다.

쉐보레 차종에 두루쓰이는 스티어링 휠은 볼트EV의 차체에 비해 직경이 조금 큰 편. 직관적인 버튼 배치로 조작편의성은 높으나 학창시절 쓰던 MP3를 떠올리게 만드는 멤브레인 버튼은 재질감이 떨어진다.

쉐보레 차에서는 보기 힘든 전자식 기어레버가 적용됐다. 조작방법은 BMW를 비롯한 여느 전자식 기어레버와 비슷한 방식이다.

전기차 특유의 시원스런 가속으로 운전이 즐겁다

간단히 차를 둘러보자마자 편도 55km의 시승이 이어졌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한라산 자락인 1100고지를 경유하는 코스다. 차를 받을 당시 주행가능거리는 310km. 앞선 브리핑에서 볼트EV의 회생제동능력을 상당히 강조했기에 도착지에서 얼마나 남아있을지 궁금했다. 회생제동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 소모되는 마찰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배터리 충전하는 기능이다. 내리막에서는 엔진브레이크처럼 사용할 수 있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자 아무런 소음 없이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나간다. 제주도만큼 전기차가 잘 어울리는 곳이 없다. 아름다운 풍경을 아무런 소음 없이 감상할 수 있어서다.

섬 안 쪽으로 진입하면서 속도를 올려봤다. 가속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발생시키는 전기 모터 특성으로 상당히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다. 볼트EV에 탑재된 모터의 출력은 204마력이다. 아반떼 스포츠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토크는 36.7kg.m로 말리부 2.0L 터보에 버금간다. 또한 무거운 배터리팩이 차체 하부에 깔려있다. 무게중심이 낮아져 주행안정성이 뛰어나다.

​내리막을 만나면 다른 의미로 즐겁다 

중간 경유지인 1100고지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주행가능거리를 살펴보니 211km로 꽤나 큰 폭으로 감소해있었다. 전기차도 연속된 오르막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스트레스 없이 주행하다 보니 내연기관 차 처럼 효율이 많이 떨어졌다.

다시 최종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오를 때와 반대로 내리막이 계속되자 보상이라도 해주듯 빠른속도로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따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감속과 동시에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시스템’ 덕분이다. 엔진브레이크와 비슷한 원리로 겨울철 빙판길 주행 등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장치다. 주는 만큼 보답(기브 앤 테이크)을 하는 기능이라고 할까.

기어레버를 ‘L’모드로 움직이자 가속페달 하나로 가감속이 가능한 ‘원페달 드라이빙’이 활성화됐다. 가속페달 하나로 밟는 양에 따라 감속부터 정차까지 모두 가능한 장치다. 회생제동으로 인한 감속 시에도 제동등은 당연히 점등된다. 단 제동을 위해 가속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면 울컥임이 심해 동승객에게 멀미를 선사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내리막에서 적극적인 회생제동을 이용해 주행거리가 늘어났다(왼쪽부터 출발지-경유지-도착지)

또한 볼트EV에는 ‘RoD(Regen on Demand)’로 명명된 독특한 장치가 적용됐다. 필요 시 마다 스티어링 휠 왼쪽 뒤편에 위치한 시프트 패들을 당겨 회생제동량을 늘릴 수 있고 보조 브레이크로 활용할 수도 있다.

급제동이 필요한 상황이 없다 보니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리지 않고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회생제동을 통해 주행가능거리가 무려 50km나 늘어나 261km가 됐다. 회생제동시스템을 적절히 이용하면 지형 특성과 운전 습관을 통해 볼트EV의 최대 주행가능거리인 383km 그 이상도 운행할 수 있겠다.

​전기차는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한 때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이었던 전기차는 카셰어링을 중심으로 일반인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모빌리티 생활의 일부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보조금 덕분에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 또한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볼트EV는 최대 약점이었던 주행가능거리까지 극복하면서 상품성도 높였다. 제주도같이 고저차가 심한 주행환경에도 물론 적합하지만 이동거리가 짧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 제격이다. 매일 막히는 동부간선도로에서 매섭게 떨어지던 평균연비가 기자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던’ 볼트EV는 다행히 수입물량이 늘어나면서 고객에게 빠르게 인도되고 있다. 높은 가격과 부족해진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걸림돌이지만 그것을 감수할만한 매력을 갖춘 차임은 분명해보인다.

볼트EV의 가격은 4,593만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차등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900만원과 지자체별 보조금 최소 45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을 지원받으면 2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제갈원 에디터 won.jegal@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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