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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 신은 핫해치, 인피니티 QX30

조회수 2019. 1. 2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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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끝에 시승 영상이 있습니다.)


재작년 봄, ‘리퀴드 코퍼’ 색을 칠한 인피니티 Q30을 만났다. 치켜뜬 눈매가 매서웠고, 탄탄한 몸매 위로 넘실대는 곡선이 역동적이었다. 해치백치고 파격적인 디자인이라 길거리에서 많은 이목을 끌었다. 독특한 컬러 탓도 있지만, 외모도 분명 큰 이유였을 터다.


Q30

운동성능도 생긴 대로였다. 2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제법 재미있는 달리기 실력을 뽐냈다. 그래서였을까? 작년 8월 인피니티는 Q30의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5% 상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만난 차는 QX30. 차고를 높이고, 네 바퀴 모두를 굴리도록 한 Q30의 SUV 버전이다. Q30의 좋은 기억 덕분인지, 요즘 SUV의 인기 때문인지 QX30와의 만남도 기대가 컸다.



여전히 아름다운지


QX30은 한눈에도 Q30보다 키가 크다. 분명 같은 차체를 사용했을 텐데, 좀 더 큰 차처럼 보인다. 문득 ‘나도 키만 좀 더 컸으면……’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곧이어 줄임표에 들어갈 말로 ‘달라질 것 없음’이 떠올랐다. Q30에는 없던 루프레일도 커진 키를 한몫 거든다.


당연히 최저지상고(노면과 차체 사이)도 높아졌다. 가장 낮은 앞 차축을 기준으로, Q30보다 30mm, 스포츠 서스펜션이 들어간 Q30S보다 47mm 올라갔다. 에어서스펜션 달린 차들이 주행모드를 오프로드로 설정하면 변하는 정도다. 신호 대기 중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일반 세단과 중대형 SUV 중간쯤 눈높이가 걸쳐 색다르다.


앞뒤 범퍼에 추가한 금속 느낌 스키드플레이트는 SUV 요리에 빠지지 않는 양념. 차체 하단과 휠하우스를 따라 두른 검정 플라스틱은 험로주행에서 생길 차체 손상을 줄이기 위한 요소다. 날개라고 불러도 될 만큼 날렵하게 튀어나왔던 Q30의 사이드스커트가 치마 끝 레이스였다면, QX30의 검정 플라스틱은 등산복 바짓단인 셈이다.


Q30의 사이드스커트

휠은 18인치를 신었다. 쌍둥이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과 해외시장에 팔리는 QX30의 일부 트림에 19인치 휠이 적용되지만, QX30의 성격으로 미루어 아쉽지 않다. SUV 치고 크지 않은 덩치 덕에 18인치가 작아 보이지도 않는다.


다른 부분은 Q30과 차이가 없다. 시장에 나온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신선하다. 비록 최신은 아닐지라도 데뷔 당시의 디자인 언어를 워낙 강하게 구현한 덕분이다. 기본이 됐던 ‘Q30 컨셉트’ 혹은 ‘QX30 컨셉트’와 얼마나 닮았는지가 이를 증명한다. 실용성이 우선시 돼야 하는 SUV임을 감안하면 과감한 결정이었다.



고급 소재 듬뿍


‘역시……’ QX30이라고 다를 리 없었다. 인피니티 시승차를 탈 때마다 예외 없이 드는 생각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니터 크기와 해상도, 그래픽 세련미, 조작 버튼이 너무 구식이다. 이렇게나 업데이트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지경. 까닭이 무엇이든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소비자들이 회사 사정 봐 줄리 없지 않나.


7인치 터치 스크린

반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고급스러운 소재가 아쉬움을 달랜다. 금속 장식은 반짝임을 줄여 경박스럽지 않고, 말랑말랑한 마감재의 적용 면적이 넓어 프리미엄 브랜드 출신임을 알 수 있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중앙, 시트를 감싼 베이지색 가죽(윗 레더, Wheat Leather)은 실내를 한층 화사하고 우아하게 만든다. 물론 마음 놓고 쓰기 편한 검정 가죽도 선택할 수 있지만, 이성적이고 현실적일수록 떨어지는 멋은 어쩔 수 없다.


QX30 실내 소재의 백미는 천장이다. A필러와 천장을 덮은 알칸타라가 차값을 곱절은 비싸 보이게 한다. Q30에서도 똑같이 칭찬했던 부분. 비슷한 아니 더 높은 가격표를 달고 있는 프리미엄 모델들 중에도 알칸타라로 천장을 덮었던 예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을 틀면 스피커 10개로 구성된 보스(BOSE)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귀를 즐겁게 한다. 보스 특유의 단단한 중저음이 한국인 취향과 잘 맞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 나 역시 예외가 아닌 데다, 보스의 고음도 나쁘지 않아서 충분히 즐거운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내 차가 트위터도 없는 ‘똥 오디오’라서 대부분의 시승차를 탈 때마다 오디오 튜닝 충동에 사로잡히곤 한다.


2열과 트렁크 공간은 ‘SUV 치고’ 넓지 않다. 애초 Q30이 SUV가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QX30이 공간에 많은 가산점을 주는 장르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졌다. 네모 반듯한 SUV보다 공간을 손해 봤지만 날렵한 스타일을 얻었으니, 일수가방 대신 클러치백을 들었다. 참고로,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는 골프의 트렁크 공간이 380리터, QX30은 430리터다.



가속은 역시! 승차감은 정말?


주변 친구들 중에는 성격이 둥글둥글해 이래도 웃고 저래도 좋다는 녀석이 있다. 너그럽고 여유 있는 품성에 마음이 편하다. 역치가 높아 불안하지 않으니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 QX30 하체가 그렇다.


QX30을 타고 오프로드 코스로 향하는 길, 흥부 무릎처럼 너덜너덜 기워지고 움푹움푹 파인 국도를 ‘동동동’ 의연히 넘는다. 반응이 기특해 일부러 과속방지턱을 과속으로 넘어도 꿀꺽 삼키고 만다. 높아진 차체와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일상에 도사린 연석과 포트홀, 과속방지턱의 공격을 막아준다. 차체 손상을 방지하고, 엉덩이를 보살펴 마음까지 편하다. 오프로드 서스펜션은 온로드부터 능력을 발휘한다.


(이미지: 인피니티)

그렇다면 온로드 주행성능이 낮아졌을까? Q30과 견주면 분명 민첩함에서 손해를 봤을 터. 하지만 하체 설정의 중심을 오프로드 쪽으로 조금 옮겼을 뿐, 여전히 일상 주행 환경을 망라하고 남는다. 출퇴근, 주말 나들이, 국도, 고속도로에서는 충분히 안정적으로 달리고, 돌고, 설 수 있다는 뜻이다.


고속주행 안정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가 묵직한 운전대다. 다른 닛산, 인피니티 모델들도 대체로 무거운 편. 주차 중에는 한 손으로 휙휙 돌리지 못해 번거로울 수 있겠으나, 막상 달리기 시작하면 이 편이 한결 믿음직하다.


QX30은 Q30과 동일한 엔진과 변속기를 얹었지만, 힘을 네 바퀴 모두로 전달하게 됐고, 그 결과 몸무게도 73kg 늘었다. QX30의 공차중량은 1,610kg. 211마력, 35.7kgm를 발휘는 엔진이 짊어지기에는 여전히 충분한 수치다. 200마력대에 어울리는 시원한 가속을 연출한다. 다만, ‘액티브 사운드 크리에이터’가 있음에도 엔진음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Q30과 QX30의 차이는 급가속에서 드러난다. 앞바퀴만 굴렸던 Q30은 토크스티어가 도드라졌지만, QX30은 네 바퀴에 안정적으로 힘을 쏟으며 똑바로 달려나간다. 꼭 험로 탈출이 아니라도 사륜구동 시스템의 장기가 드러나는 좋은 예다. (토크스티어: 급발진 시 좌우 바퀴의 토크 배분이 달라 슬쩍 옆으로 미끄러지면 직진하는 현상, 가로 배치 엔진의 전륜구동 차량에서 발생)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도 Q30에서 경험했던 그대로다. 따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아주 빠른 일반 자동변속기로 여길 만큼 동작이 자연스럽다. 패들로 기어를 오르내리며 운전 재미를 추구하기 충분한 반응 속도를 보이는가 하면,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 시 엔진회전수를 약 1,500rpm에 묶어 연비도 챙긴다.


(이미지: 인피니티)

브레이크 페달 반응도 마음에 든다. 편안함을 추구한 차들일수록 초반에는 쑤욱 꺼지면서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깊이 밟아야 강한 제동력을 끌어내도록 설정한다. 역동적인 운동성능을 강조한 차들이 초반부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다르다.


QX30도 당연히 전자에 해당하기에 별생각 없이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느낌이 색다르다. 앞서 언급한 두 설정의 중간쯤이랄까? 편안함을 추구한 설정과 더 가깝긴 한데, 보다 직관적으로 속도를 줄인다. 페달 조작 범위가 넓고 초반에도 허당이 아니라서, 내가 끌어 쓸 수 있는 제동력이 언제나 충분히 남았다는 풍성함을 전한다.


“길이든, 길이 아니든” 인피니티 홈페이지에 적힌 QX30의 홍보 문구다. 여기서 말하는 ‘길’은 포장도로를 뜻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QX30으로 정말 길이 아닌 곳까지 들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내 해석이 맞다면, QX30은 제법 쓸만한 비포장도로 주행 실력을 보인다.


Q30 혹은 일반 해치백이었다면 차체 바닥이 긁힐까 슬금슬금 지날 길을 잘도 달린다. 우당탕탕거렸을 승차감 때문에 달리지 못했을 곳도 부드럽게 지나친다. 온로드에 이어 다시 한번, 아니 이제야 본격적으로 오프로드 서스펜션의 진가가 나오는 순간이다.


모래밭에서 잠시 한쪽 바퀴가 헛돌아도 비교적 수월하게 빠져나올 수 있다. 할덱스 커플링(Haldex Coupling) 방식의 사륜구동 시스템이 평소 앞바퀴로만 구동력을 보내 연비를 챙기다가,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뒷바퀴로도 최대 50%까지 구동력을 보내기 때문. 물론 사륜잠금이나 지형반응 시스템 같은 본격 오프로드 기능은 없으니 상황 봐가면서 ‘낄끼빠빠’ 하자.



등산화 신은 핫해치


깔끔하고 세련된 Q30의 SUV 버전, QX30. ‘슈트발’만 좋은 줄 알았는데, 등산화도 어울린다. ‘호캉스’만 좋아할 줄 알았더니, 캠핑도 즐긴단다. QX30은 그런 차였다.


QX30은 에센셜(ESSENTIAL)과 프로어시스트(PROASSIST) 두 트림이 있다. 프로어시스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장비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과 주차보조, 어라운드 뷰 모니터, 사각지대 경고 정도다. 두 트림의 가격 차이는 450만 원. 각자 알아서 고를 일이지만, 나라면 에센셜로 만족하겠다. 이미 충분히 편하고, 겉으로 하위트림 티도 전혀 나지 않는다.


배다른 형제,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과 비교해 보자. 둘은 껍데기만 다를 뿐 같은 차로 봐도 무방하다. GLA 220은 출력이 낮고 사륜구동 시스템도 없으니 빼자. 5,350만 원의 GLA 250 4매틱은 프로어시스트 대비 540만 원, 에센셜보다는 무려 990만 원이나 비싸다. 눈부신 삼각별 엠블럼의 후광과 몇몇 QX30에는 없는 장비를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격차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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