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정의하기 어려운 SUV..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조회수 2019. 4. 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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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도대체 이 폭군같은 차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솔직히 ‘무지막지하다’란 표현 외엔 별다른 표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판매 규모가 덩치에 비례하지는 않지만, 영화에서, 뮤직비디오에서, 뉴스에서 비춰지는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 만은 상당하다.

이 보다 비싼 SUV는 있지만, ‘덩치’ 만으로 보여지는 존재감은 레인지로버, 메르세데스-벤츠 G바겐, 벤틀리 벤테이가 그 이상이다. 아. 서너 배는 비싼 롤스로이스 컬리넌 정도가 있다.

■ 지금도 과한데..더 과해졌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시승 차량은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에스컬레이드의 고급 트림이다. 에스컬레이드에 프리미엄 사양을 더한 모델이라는 게 캐딜락 측의 설명.

충분히 고급스러운 모델이어서 그럴까. 사실 이 설명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지금도 충분히 과한 구성 같은데, 여기에 뭔갈 더 넣을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

에스컬레이드의 첫 인상은 그랬다. 팔뚝만한 헤드램프, 성인 남성의 상체만한 라디에이터 그릴, 가슴 인근까지 솟아 오른 보닛 높이, 성인 남성의 머리 하나가 꽉 찰만한 휠하우스 공간 등 모든 디자인 요소들이 벅찰 정도로 크다.

이런 와중에 화려하기까지 하다. 좌⋅우 총 10개의 광원을 갖춘 풀 LED로 구성된 헤드램프는 미래 지향적인 감각과 럭셔리함을 모두 담아낸 느낌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숄더 라인을 따라 곧게 뻗은 캐릭터 라인과 사각형으로 디자인된 휠 아치 디자인은 투박한 인상을 강하게 주지만, 선이 굵직한 탓에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에스컬레이드가 한층 더 커보이게 하는데에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꽉 찬 느낌에 다소 낮게 깔린 인상의 전면부는 속에 감춰진 V8 엔진의 존재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지만, C필러 뒤로 이어지는 3번째 창과 기교 없이 곧게 뻗은 리어 오버행은 안정감과 넉넉함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다.

“이보다 짧았으면 어쨌을까” 하는 안도감이 들 정도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는 오직 에스컬레이드에만 어울릴 듯 한 디자인이다. 후면부에서의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존재감을 한껏 키워주는 모습이다.

테일램프가 다소 껑충한 인상을 배가시킨다면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크롬 바는 안정감을 더한다.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 차에는 그게 미덕이라는 생각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 여유 넘치는 실내 공간

도어를 열면 차체 하단에서 전동식 사이드스텝이 내려온다. 키 181cm 정도의 성인 남성도 차에 오르려면 조금 애매한 게 사실. 숙녀 분들을 에스코트 하기엔 좋은 기능이다.

내장재도 업그레이드 됐다.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콘솔 및 도어 상단 등의 가죽 소재는 수작업 방식으로 가공됐고, 시트는 촉감이 뛰어나면서도 내구성이 높은 세미 아닐린 가죽이 적용됐다. 가죽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촉감과 착좌감 등의 만족도는 높아진 게 사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무려 18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롤링, 주무르기, 피로회복 모드가 포함된 마사지 기능도 더해졌다. 고속도로에서 여유롭게 크루징을 하며 만끽하기엔 제격인 기능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2열엔 두 개의 모니터가 더해졌다. 그러니까, 에스컬레이드에 있는 디스플레이는 운전석 클러스터를 포함, 총 네 개나 된다.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DVD와 블루레이는 물론, USB를 지원한다.

이 세상 모든 물건을 다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센터콘솔. 쿨링 기능이 적용돼 음료를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다. 500ml 크기의 병 6개가 담기는, 이해할 수 없는 수납 능력은 덤이다.

■ 의외의 운전 재미

‘에코’라는 키워드가 이 차와는 정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에는 6.2리터 에코텍3 V8 엔진이 자리잡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최고출력은 426마력. 토크는 62.2kg.m에 육박하며, 여기엔 10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이 궁합을 맞춘다. 이 쯤 되면 연비가 궁금할 만한데, 국내를 기준으로 하는 복합연비는 6.8km/L,

시동을 걸고 잠자는 V8 엔진을 깨우면 특유의 으르렁대는 엔진음과 함께 차가 깨어난다. 쉐보레 카마로와 같은 큰 소리는 아니지만, V8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한 수준의 절제된 엔진음이다.

당초 외형만 보면 탱크를 움직이는 듯 한 묵직함을 기대하지만, 에스컬레이드의 거동은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모습이다.

이런 가벼운 움직임과 웬만한 자동차의 천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시야 탓에 운전은 결코 어려운 수준이 아니다. 어라운드 뷰 카메라, 후측방 경고 시스템,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등의 주행보조장치들의 도움이 더해진다면 운전이 미숙한 사람이라도 무리 없이 운전할 수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차량의 무게 탓인지 속도가 붙으면 이후 가속에도 거침이 없다. 에스컬레이드의 V8 엔진은 2.6톤에 육박하는 덩치를 끌고 나가는데에 아무런 무리가 없다. 넘친다는 느낌은 없지만, 충분한 수준의 출력이다.

노면의 충격을 잘 거슬러 주는 탓에 승차감은 제법 만족스러운데, 이는 운전자가 아닌 동승석의 탑승자들에게서 더 잘 느껴진다.

다만 브레이크는 이 차의 무게감을 온전히 다 받아내는데에 다소 버거운 모습이다. 제동력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충분한 제동을 주지 않는다면 예상한 수준 이상으로 차가 밀려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차체의 폭이 워낙 큰 탓에 한 번에 유턴을 하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운전이 결코 어려운 차는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 마주하게 되면 운전자는 스스로 ‘내가 큰 차를 운전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실 주행 연비는 ‘의외로’ 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시내 주행만을 중심으로 주행할 경우 복합연비는 5.5km/L 수준으로, 인증 받은 연비와 유사한 수준을 보인다. 고속 연비는 이 보다는 조금 나은 편으로,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두 자릿수 연비를 달성하는 것 도 어렵지 않다.

■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의 시장 경쟁력은...

과거 수입차 시장에서 에스컬레이드의 경쟁 차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제는 점차 맞먹을 만한 SUV가 많아지는 추세. 그럼에도 에스컬레이드가 지닌 가치는 독보적이다.

굳이 꼽는다면 메르세데스-벤츠 GLS 정도를 꼽을 수 있겠지만, ‘존재감’으로 따진다면 에스컬레이드를 이길 수 있는 SUV는 롤스로이스 컬리넌 정도가 아닐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1억3817만원 이라는 가격은 생각보다는 저렴한(?)축에 속한다. 가격 이상의 보여지는 가치는 에스컬레이드가 지닌 분명한 매력일 것이다. 비슷한 가격대에서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선택할 수 있지만, 가격을 놓고 본다면 에스컬레이드가 더 ‘있어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차를 상징하는 V8 엔진의 가치도 기여한다. 사견이지만, 현 세대의 에스컬레이드는 순수 V8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마지막 에스컬레이드일 확률이 높다. 환경 규제를 생각한다면, 다음 에스컬레이드는 다운사이징 터보 혹은 하이브리드일거다.

국내 시장에선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덩치, 그에 상응하는 연비는 사실 단점이 아닐 수 있다. 그 외적인 것들로도 에스컬레이드는 충분히 멋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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