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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통 엔진 품은 말리부, 알고 보면 트렌드세터?

이정현 입력 2019.01.11 18:20 수정 2019.01.11 19:5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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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실린더(기통) 수는 차를 판가름하는 척도처럼 여겨졌다. 예컨대 고급 세단은 6기통이었고 중형차는 4기통 엔진을 썼다. 이처럼 실린더 개수는 그 차의 '급'을 암시한다. 하지만 반대 쪽 세력도 있다. 바로 ‘다운사이징’이다. 다운사이징은 엔진 배기량 내지 실린더 수를 줄이는 대신 과급기를 붙여 다운사이징 이전의 엔진과 비슷한 힘을 낸다. 3기통 터보 엔진도 그 예 중 하나다. 경차에서나 쓰이던 3기통 엔진이 이제 중형차까지 쓰이기 시작했다.

3기통 엔진은 4기통 엔진에 비해 실린더 수가 적어 엔진의 크기가 작다. 배기량이 작아 연비가 좋은 건 당연하다. 실린더의 마찰 저항도 4개였다가 3개가 되니 더욱 줄어든다. 부족한 힘은 터보차저나 직분사 기술 등으로 끌어올린다. 다만 3기통 엔진은 진동이 상대적으로 큰 게 단점이다. 제조사들이 선뜻 3기통 엔진을 쓰지 않았던 이유다.

3기통 엔진이 진동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 예를 들어 살펴보자. 100마력의 힘을 내는 4기통 엔진은 단순 계산 상 실린더 하나에서 25마력의 힘을 낸다. 하지만 3기통 엔진이라면 각각 33.3마력의 폭발력을 내야한다. 실린더가 내는 힘이 늘어나니 그만큼 진동도 따라서 커지는 것이다.

아울러 4기통 엔진은 크랭크축의 비틀림과 진동을 낮추기 위해 1→3→4→2번 순으로 움직인다. 엇박의 움직임으로 서로의 진동을 상쇄해준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3기통 엔진은 상쇄해줄만한 대칭 실린더가 없다. 따라서 1번과 3번 실린더가 폭발할 때 좌우 진동이 4기통보다 크다.

그럼에도 3기통 엔진은 효율 면에서의 장점으로 인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럽 포드는 3기통 1.0L 중형차 만든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3기통 엔진 단 자동차가 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출시된 쉐보레 말리부는 3기통 1.35L 터보 엔진을 단다. 국내 판매 중인 중형차로서는 처음으로 3기통 엔진을 얹은 것이다.

말리부에서 ‘E-TURBO’로 이름 붙인 1.35L 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3.6kg·m의 힘을 낸다. 기존 1.5L 엔진에 비해 수치 상 힘이 조금 줄었다. 하지만 전자식 워터펌프와 전자식 웨이스트게이트, 전자 유압식 브레이크 부스터 등을 적용해 엔진의 부담을 덜었다. 이로 인해 기존 모델 대비 가속력이 좋아졌다. 엔진은 작아졌지만 실용 영역에서 가속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진동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쉐보레는 “소음 및 진동 저감을 위해 12가지 핵심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지만 라이벌 대비 진동이 크다. 4기통 엔진에 익숙하다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친환경과 고효율은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에 여러 제조사들이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전기차를 만드는 데에는 큰 비용(배터리 값)이 든다. 아직 친환경차 시장이 수소차로 갈 지 전기차로 갈 지 하이브리드에서 머물지 확신할 수도 없다. 실린더를 줄이는 일은 이러한 문제로부터 한층 자유롭다. 상대적으로 개발비 적게 들이면서도 빠른 시간 안에 친환경 엔진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쉐가 718을 선보였을 때 6기통 엔진을 포기한 것에 대해 실망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718은 전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운사이징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되었다. 그동안 경차는 3기통, 중형차는 4기통이라는 공식이 있었을지라도 이제 선입견을 깰 차례다. 어쩌면 미래에는 3기통 말리부를 두고 ‘트렌드세터’로 평가할 날이 오지 않을까?

이정현 기자 urugonza@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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