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풀 모델 체인지된 1세대 전기차의 비전

오토티비 입력 2019.05.16 10:06 수정 2019.05.16 18:49 댓글 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닛산 2세대 리프 시승기

닛산의 전기차 리프(Leaf)가 7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를 거쳐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2010년 세계최초로 시판되어 양산 전기차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선구자이자, 단일 모델로는 처음으로 40만 대를 돌파한 세계 최대 판매량의 전기차다. 국내 시판된 2세대는 차별화된 전기차로서의 존재감보다는 자동차 본연의 모습에 좀 더 집중한 모양새다.

7년 만에 풀 체인지된 신형 리프

닿을 듯 닿지 않은 첫사랑 전기차

수없이 많은 차를 갈아타는 자동차 저널리스트의 일상에서도 가끔씩 소유욕을 자극하는 차가 나타날 때가 있으니 리프가 그러했다. 2011년 2월 제네바 모터쇼, 이제 막 유럽 판매를 시작한 리프를 몰고 제네바 시내를 달렸을 당시의 충격이 생각난다. 다른 회사들이 아직 연구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 가장 먼저 양산을 선언한 전기차의 완성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1세대 리프(2010~2017년)
1세대 리프는 양산 전기차의 시작을 알린 경이로운 차였다

하루 빨리 이 차를 한국에서 만나고 싶었지만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2013년 여름, 한국에서의 인증과 시험을 위해 막 반입된 인증용 리프를 타고 드디어 서울 시내를 달릴 수 있었다. 변변한 충전 인프라조차 없던 시절, 쪄죽지 않을 정도로만 에어컨을 켠 뒤 시내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만들기빠듯한 일정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1세대 리프의 심플한 실내

2014년 드디어 리프의 한국 판매가 결정되었지만 제주도에만 한정되었다. 한국닛산은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졌다고 판단되는 곳에만 리프를 시판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다림을 접고 다른 전기차를 샀다. 그리고 전기차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듬뿍 경험한 뒤, 2017년 도쿄에서 2세대 리프를 만났다. 국내 인증과 판매까지 꼬박 1년 반을 다시 흘려 보낸 뒤 비로소 이 차를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2017년에 나온 닛산의 2세대 리프

처음 만났을 땐 그저 경이로운 존재였었지만, 수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리프를 바라보는 시각은 전과 다르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가득한 한국에서 심기일전을 노리는 2세대 리프의 실제 달리기 실력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전기차지만 전기차처럼 보이지 않는다

얼핏 보면 평범한 준중형 해치백처럼 보인다

가격과 생산성을 위해 리프는 카본파이버 같은 신소재를 쓰지 않고 전통적인 강판 프레스 모노코크 방식을 사용했다.  풀 모델 체인지이긴 하지만 1세대의 플랫폼을 개선해 쓰기 때문에 휠베이스를 포함해 자동차 전체의 사이즈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기본이 되는 플랫폼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쓰는 소형차용 B플랫폼. 이것을 EV에 맞도록 플로어 부분을 변경해 사용한다. 1세대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바꿨다. 준중형 클래스 해치백의 포맷을 그대로 유지한 공간 배치, 내연기관차와 다를 바 없는 조작 방식이 그러하다.

엔진처럼 자리잡은 EV 전용 파워트레인

보닛 안에는 구동 모터와 감속기, 추가 고전압 장치와 충전기를 일체화한 EV 전용 파워트레인이 자리하고 있다. 엔진 차량과 함께 쓰는 모듈러 플랫폼이 바탕이므로 파워트레인도 앞 본네트 속, 엔진베이에 자리잡도록 모여 있다. 마치 커버를 씌운 엔진 헤드처럼 보이는 이 파워팩은 닛산의 자회사인 아이치(Aichi) 기계에서 생산한다. 교류모터 방식은 선대부터 사용해온 것으로, 회생제동 시 모터가 발전기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별도의 변속기는 없고 오직 감속기만 있다. 모터의 회전범위가 넓고 바로 최대토크가 나오는 특성 때문에 시판 전기차는 모두 변속기가 없다. 고속 주행시의 전비를 감안해야 하는 나중에는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공기저항계수 0.28의 날렵한 스타일을 자랑한다
외관에서 이 차가 전기차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오직 Zero Emission 로고 뿐이다

투톤 루프를 적용한 2세대 리프는 선대에 비해 날렵해진 이미지가 강점으로, 실제 공기저항계수 또한 0.28의 뛰어난 수치를 자랑한다. 전기차임을 과시하는 듯한 전위적인 디자인 대신 닛산의 패밀리룩인 V모션 그릴을 채용한 모습은 그냥 닛산의 준중형 해치백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 세그먼트의 장점을 그대로 지킨 공간 배치나 엔진 승용차와 다를 바 없는 조작방식도 그러하다. 특별함을 덜어낸 대신 전기차를 처음 모는 사람도 위화감 없이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한 닛산의 바람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 이 차는 닛산의 준중형 라인업을 대표할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미래차처럼 보여야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일상의 차의 모습에 집중했다. 그래서 1세대와 접점은 적다. 선대 디자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은 공조컨트롤과 변속 시프트 정도다
앞바퀴굴림이지만 뒷좌석 바닥의 센터 터널이 튀어나온 것은 역시 배터리 때문. 여길 빼면 배터리가 공간을 차지하는 부분은 따로 없다

외관의 친숙함은 실내에도 이어진다. 그냥 시판 내연기관차라 해도 믿을 정도로 위화감이 없는 인테리어다. 계기판은 완전한 디지털 클러스터로 이행하는 대신 속도계에 원형 게이지를 남겨 놓았다. 내장재의 품질감은 대중차로서는 수준급이며 한급 아래 소형차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1세대보다 크게 좋아졌다. 그나마 1세대의 흔적이 남은 부분은 공조컨트롤 스위치와 변속 노브 정도. 텔레스코픽 기능이 여전히 지원되지 않는 스티어링 휠은 의외다. 선대의 플랫폼을 그대로 썼기 때문일까?

계기판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만 지원한다
트렁크 용량은 기존의 370L에서 435L로 크게 늘었다

한글화가 이루어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달리 계기판의 정보는 한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어와 불어, 스페인어만 선택 가능한 옵션을 보니 북미형 모델이 들어온 것 같다. 대부분의 주행관련 정보 표시는 계기판에서만 이루어진다.

“전기충전소 찾아줘”라는 말 한마디에 척척 안내를 해 주는 네이버 클로바는 운전할 때 정말로 요긴했다
한국에서 개발한 9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어라운드뷰도 탑재

닛산 본사의 지원 없이 만들어낸 9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LG U+와 국내 중소 업체가 개발한 제품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호환성을 보여준다. LTE 모뎀을 내장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기기는 상시 인터넷은 물론 사용자가 직접 앱을 설치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네이버 클로바 기반의 음성인식 기능은 길안내부터 키워드 검색까지 사용자의 음성요청을 수월하게 처리해내며, U+ 홈 가입자라면 홈 IoT(가정 내 스위치, 플러그, 가스 전원 등) 제어 명령까지 화면상에서 내릴 수 있다. LG U+ 드라이브 앱을 설치하면 남은 주행거리나 현재 충전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도어 잠금 해제나 냉온방 제어 같은, 전기차에서 활용도가 높은 원격제어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것은 아쉽다.

높은 운동성능과 좋은 승차감

하체를 단단하게 세팅했지만 승차감은 무척 편안하다

300kg에 이르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1.5톤이 넘는 준중형차가 되어버렸지만 2세대 리프의 운동성능은 기대해도 좋다. 모터는 큰 폭의 출력 개선이 이루어졌다. 150마력의 출력과 32.6kg·m나 되는 토크 덕에 경쾌했던 1세대의 몸놀림을 넘어서는 운동성능을 보여준다. 무거운 배터리와 늘어난 무게는 분명 운동성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 희한할 뿐이다. 앞머리가 가벼이 움직이는 차는 아니지만 막상 차를 던져 넣으면 진득하게 코너를 돌아 나간다. 배터리가 아래로 깔리면서 낮아진 무게중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쉽사리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도록 하체를 단단하게 세팅했음에도 승차감은 편안하다. 전기차 특유의 육중한 주행감 속에 진동 없고 조용하며 매끄러운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평범한 사이즈의 미쉐린 에너지세이버 타이어를 달았다

타이어는 215/50 R17의 평범한 사이즈로, 친환경차에서 곧잘 만나게 되는 미쉐린 에너지세이버를 달았다. 마찰저항이 낮고 소음도 적지만 그만큼 접지력도 낮다. 조금만 하중을 주면 곧장 비명을 질러댄다. 효율을 우선시한 결정이겠지만, 이 하체에 이런 타이어는 좀 많이 아깝다는 생각이다. 

e-Pedal 기능이 활성화되면 가속 페달 하나만으로 가감속을 제어할 수 있다

회생제동 기능은 전기차의 이질감을 대표하는 단점 중 하나이지만, 닛산은 이를 전기차를 모는 특별한 즐거움으로 바꾸었다. 처음에는 가속페달에서 발만 떼면 바로 속도를 줄이는 차가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오른발을 옮길 필요가 없는 편안한 운전이 가능해진다. 운전 브레이크 페달을 쓰는 일이 90%는 줄어들어 버린다. 장담하건데 리프의 브레이크 패드는 정말 오래 갈 것 같다. 

아쉽게도 리프의 모든 매력 경험 못해

그나마 차간거리 유지 기능은 있다

리프의 시작 가격은 4,190만원.  이 가격은 옵션을 덜어낸 기본형 S 트림의 가격이며 상위 SL 트림의 값은 4,900만원에 달한다. 동급의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 EV와도 별 차이가 없는 금액이다. 국내 전기차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경을 쓴 것이 역력하게 느껴지긴 하나,  반자율주행 +자동주차 지원시스템 ‘프로파일럿’을 생략한 것은 꽤나 아쉽다. 시판가를 낮추기 위해서였다면 옵션으로라도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보조금을 받으면 엔트리 모델을 3천만원 미만으로 살 수 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이라면, 2019년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인 5만여 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현재는 환경부 지원금 900만원에 지자체 지원금 350만~1,000만원 수준이다. 서울에서 리프의 엔트리 모델을 구입할 경우 3,000만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프론트 커버 속에 자리한 충전포트. 왼쪽이 급속충전용 차데모(CHAdeMo) 포트, 오른쪽은 완속충전용 J1772 타입1 포트다. 리프는 차데모 64kW 충전을 지원하지만 국내 급속충전 환경은 대부분 50kW다

신형 리프는 국내 인증기준으로 한 번 충전으로 231km를 달린다. 60kWh급 배터리를 달고 400km에 가까운 거리를 달리는 ‘국산’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는 마당에 40kWh의 배터리 용량은 애매하게 보일 수 있다. 62kWh의 배터리를 장착한 리프 플러스 모델을 들여올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면 차 값이 크게 오를 뿐 아니라 상대할 적수들이 크로스오버 SUV로 올라가 버리는 문제도 있다. 리프의 시장 포지셔닝이 38.3kWh로 배터리 용량을 키운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맞춰진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도시거주자가 하루 운전하는 평균거리는 70km 안팎. 이론적으로는 3일에 한 번 충전하면 운행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리프의 항속거리는 결코 모자라지 않다. 다만 모든 전기차가 그러하듯 편하게 타려면 완속충전기를 보유하는 쪽이 절대 유리하다. 전기차에게 충전은 어디까지나 밤새 서있을 동안 처리할 이벤트로 보아야 한다.

전기차 전용 요금제를 사용하면 2,000km를 3만원 미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

가정용 플러그에 꽂아 쓰는 모바일 충전기로 리프를 충전할 경우 완충에 16시간 정도 걸린다. 누진세 폭탄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전에서 전기차 전용 충전 요금제를 마련해 놓았으므로 이를 신청하면 된다(별도 계량기 설치가 필요하다). 가정용 완속충전기를 쓰면 빈 배터리를 가득 채우는데 7시간 정도 걸린다. 그동안 아파트 거주자가 설치를 위한 주민동의서를 받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공용충전기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이제 충전기 설치가 한결 쉬워졌다. 종래에는 구입과 설치에 300만원의 국비 지원이 따랐지만 올해부터는 135만원으로 줄어 일부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뛰어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저렴한 충전비용’이다. 전기차 전용 요금제를 사용하면 한 달 2,000km 주행 시 3만원 (!) 미만(!)의 전기세로 운행이 가능하다. 

아래 조건에 맞는다면 리프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4인 이하의 가족과 생활하며 하루 주행거리가 200km 이하, 가정에 완속충전기를 설치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집이나 직장 근처에 차데모 급속충전기가 있다면 리프는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생산 대기의 줄 맨 끝에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곧장 지원금을 받고 출고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기차에 관심있다면,  리프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일어날 지 모를 침수나 대형추돌에 대비해 닛산은 스스로도 병적이라고 할 정도로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쳤다. 8년간 40만대가 팔릴 동안 리프는 누전이나 화재를 일으킨 차가 단 한대도 없었다.  그 안전성만큼은 믿어도 된다.

SPECIFICATIONS

보디형식 5도어 해치백 / 승차정원 5명 / 길이×너비×높이 4,480×1,790×1,540mm / 휠베이스 2,700mm / 무게 1,520kg /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빔 액슬 /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 타이어 앞/뒤 모두 215/50 R17 / 모터형식 AC모터 / 최고출력 150마력 / 최대토크 32.6kg·m / 배터리 타입 리튭이온 / 배터리 용량 40kWh / 구동계 배치 앞 싱글 모터 앞바퀴굴림 / 0→시속 100km 가속 8.0초 / 최고속도 200km/h / 연비 복합5.1(시내5.5, 고속4.7)km/kWh /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231km / 4,190만~4,900만원

변성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관련 태그

이 시각 추천뉴스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