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특별함과 보편성의 공존, 닛산 엑스트레일

모터트렌드 입력 2019.02.11 18:20 댓글 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특별함과 보편성은 자동차 흥행의 중요한 공식이다. 하지만 흥행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흥행 공식을 잘 따른 닛산 엑스트레일은 과연 국내 소비자의 코드라는 변수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흥행 대박을 터뜨리는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적재적소에 배치한 알찬 요소들이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가운데 보편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흥행의 기본 공식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관객이 “이 영화는 꼭 봐야 해!”라며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특별함도 빠지지 않아야 한다.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한 영화. 언뜻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지닌 영화를 만드는 건 당연히 어렵다. 상영관 확보나 마케팅, 언론 플레이 같은 꼼수나 허수의 영향이 없지는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한 해 개봉하는 수많은 영화 가운데 1000만 관객이 드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블록버스터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한국닛산이 새해 벽두에 굵직한 새 차를 한국에 들여와 팔기 시작했다. 2015년 이후 세계 시장에서 닛산 브랜드로 가장 많이 팔린 SUV, 엑스트레일이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익숙한 차이기도 하다. 엑스트레일은 북미에서 로그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즉 한동안 국내에서 팔렸던 닛산 로그의 계보를 잇는 모델이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장르에 속하는 만큼 세계 여러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북미에서 팔리는 로그는 르노삼성 부산 공장에서 생산되지만, 국내에 팔리는 엑스트레일은 일본 규슈 공장에서 생산된다.

엑스트레일이 닛산 라인업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0년. 이미 그 뒤로 세대가 두 번 바뀌었고, 이번에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은 2013년에 나온 3세대 모델을 2017년 페이스리프트한 최신 버전이다. 점점 치열해지는 소형과 중소형 크로스오버 SUV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숙성 과정을 충분히 거친 셈이다.

하지만 몇몇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도 그랬듯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모델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반드시 대박을 터뜨리라는 법은 없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 아니 차가 지니고 있는 매력이다. 이미 시장에 많이 나와 있는 동급 차들 속에서 엑스트레일을 돋보이게 만드는 특별함, 그러면서도 다수의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보편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핵심은 그런 특성들이 얼마나 국내 소비자의 코드와 맞게 구현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이제부터 엑스트레일을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초대 모델 때에는 당시 닛산의 정통 SUV에 속했던 패스파인더의 이미지를 빌려 조금 투박했던 겉모습이 3세대에 접어들면서 도심형 SUV에 어울리도록 승용차에 가까운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페이스리프트와 더불어 닛산의 최신 디자인 특징들로 업데이트되며 표정에 개성을 더했다. 특히 닛산이 V 모션 그릴이라고 부르는 이등변 사각형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검은 바탕과 뚜렷하게 대비를 이루는 굵은 크롬 선을 더해 보는 이에게 또렷한 인상을 남긴다. 개성 넘치는 얼굴에 비해 옆모습은 은은한 곡면과 자연스럽게 흐르는 캐릭터 라인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차에 올랐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대시보드는 닛산 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모습이다. 엑스트레일에 앞서 국내에 들어왔던 캐시카이와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차는 같은 뼈대로 길이를 달리해 만든 형제 차다. 캐시카이가 운전자 중심의 소형 SUV라면, 엑스트레일은 긴 휠베이스와 차체를 바탕으로 온 가족이 탈 수 있는 중소형 SUV로 역할을 나누어 맡고 있다. 그래서 흔히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차들보다 실내 공간의 여유가 좀 더 크다. 2열 5인승 구성을 고집한 동급 다른 모델들과 달리, 엑스트레일은 7인승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중소형 SUV 플러스 알파’ 개념의 공간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셈이다.



무난한 수준의 여유 공간을 갖추고, 편의장비가 집중돼 있는 앞자리보다 뒷자리와 짐 공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2열 자리는 등받이가 4:2:4, 앉는 부분이 6:4의 비율로 나뉘어 있고 양쪽 모두 거리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덕분에 뒷자리에 탄 사람들은 등 뒤에 꽤 많은 짐이 실려 있어도 무릎이 답답하지 않다. 앞으로 내리면 컵홀더가 있는 팔걸이 역할을 하는 등받이 가운데 부분에서도 알 수 있듯, 좌석 너비는 어른 두 명과 어린이 한 명이 나란히 앉기에 모자라지 않지만 어른 셋은 조금 버겁다. 좌석 굴곡도 어른 두 명이 앉기 좋게 되어 있다.



뒷자리 이상으로 넉넉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적재공간이다. 너비보다 길이가 돋보이는 공간은 넓게 열리는 테일게이트와 더불어 짐칸의 쓰임새를 넓히는 중요한 특징이다. 앞뒤로 나뉘어 있는 바닥판은 7인승을 고려해 만들었다는 흔적이다. 두 개의 바닥판을 놓는 위치와 방법에 따라 공간은 자유롭게 변신한다. 바깥쪽 판은 2단으로, 안쪽 판은 3단으로 높이를 달리할 수 있고, 안쪽 판을 비스듬히 기울여놓고 해치를 열면 뒤쪽을 보고 앉을 수도 있다. 게다가 판마다 바닥과 연결된 띠를 빼면 완전히 떼어낼 수도 있어, 쓰는 사람의 재치를 자극한다. 상위 모델에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개방 기능도 있어 편리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쉽게 알아보고 쓰기 편한 위치에 놓인 계기와 장비가 운전자를 맞는다. 차의 성격이나 크기에 비하면 지름이 작게 느껴지는 운전대는 아래쪽을 직선으로 다듬어 스포티한 분위기를 낸다. 높이 솟은 기어 레버는 조작성을 염두에 둔 전형적인 SUV 스타일이다. 대시보드 가운데 놓인 스크린에 표시되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아틀란 내비게이션과 DMB 기능이 있는 것을 비롯해 완전히 국내 맞춤형 시스템을 쓴 것이 눈길을 끈다. 덕분에 모든 기능이 한글화돼 있고, 목적지 검색을 위한 입력도 편리하다.

달리는 느낌에서는 비슷한 성격의 여느 차들과 구별되는 엑스트레일만의 특징이 있다. 도심형 SUV를 지향하면서도 구석구석 오프로더의 특성이 배어 있다는 점이다. 요철을 지날 때나 커브를 돌 때 차가 기우는 정도에서 지상고와 무게중심이 높은 차의 특성이 드러난다. 운전대는 돌리는 만큼 차의 앞부분이 고르게 움직이면서도 반응이 아주 민감하지는 않다. 운전대로 전달되는 진동이 비교적 잘 억제돼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 승차감은 노면 변화를 읽기 좋을 정도의 탄탄함과 큰 요철을 지날 때 출렁거리지 않을 정도로 절제된 너그러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동감은 깔끔하고 고른 편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운전하기 좋은 주행감각을 뒷받침한다.



동력계와 구동계는 엑스트레일이 특별함과 보편성을 모두 갖고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직렬 4기통 2.5ℓ 휘발유 엔진과 엑스트로닉 CVT(무단 자동변속기), 인텔리전트 AWD라고 하는 네바퀴굴림 장치로 이뤄진 이 구성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계열의 차에 두루 쓰여 충분히 검증된 것이다. 최고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4.2kg·m의 성능은 이 정도 덩치와 무게의 차에서 초반에는 그리 아쉽지 않으면서 중반 이후로는 꾸준한 가속을 이끌어내기에 무난한 수준이다. 잘 억제된 엔진 진동에 차분한 수준으로 걸러져 들어오는 엔진 소음, 하체나 다른 부분에서 들어오는 소음도 고속도로 제한속도 범위 안에서는 운전자에게 크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자극만 전달한다.

대시보드 왼쪽 아래에 몰려 있는 주행 관련 각종 기능 버튼은 필요할 때 차의 달리기 특성에 알맞게 변화를 이끌어낸다.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스포트와 에코 버튼이 대표적이다. 스포티한 성격의 차가 아닌 만큼 변화의 폭이 크지는 않지만 스포트 모드에서는 추월 가속 때의 부담이 줄어들고, 에코 모드에서는 연료 소비도 줄지만 좀 더 부드럽게 달릴 수 있다.

AWD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앞바퀴에 구동력을 100% 전달하다가 차의 움직임과 노면 상태에 따라 뒷바퀴로 보내는 구동력 비율을 능동적으로 조절한다. 다양한 조건에서 작동 상태를 확인해보니 구동력 조절이 꽤 영리하고 매끄럽게 이뤄진다. 일반 도로에서는 구동력 변화에 따른 위화감이 적어 부담 없이 운전할 수 있으면서 필요할 땐 순간적으로 확실하게 뒷바퀴로 힘을 보낸다. 4×4 록(잠금) 버튼도 있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시속 40km 이하에서 앞뒤 구동력 배분 비율을 50:50으로 고정해 까다로운 노면에서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ADAS 기능은 드러나지 않으면서 안심하게 만든다. 흔히 이야기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하는 인텔리전트 차간거리 제어, 코너링 때 제동력을 바퀴마다 개별 조절해 차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돕는 인텔리전트 트레이스 컨트롤을 비롯해 전방 충돌 경고, 사각지대 경고, 후측방 경고, 긴급 제동 등 주요 기능은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들어가고, 최상위 4WD 테크 트림에만 인텔리전트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차로 이탈 방지 기능)이 추가된다.

두루 살펴보면 닛산 엑스트레일은 크게 튀지는 않아도 딱히 흠잡을 곳을 찾기 어려운 성능과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소비자를 설득할 만한 보편성을 확실히 갖추고 있다. 여기에 동급의 다른 차와 차별화된 적재공간 중심의 공간 활용성이라는 특별함으로 매력을 더했다. 다만 소비자를 설득하는 방식은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포장으로 가치를 부풀리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직설적으로 호소하는 스타일이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의 흥행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엑스트레일처럼 흥행 공식을 잘 따랐으면서도 솔직한 차들은 차 이외의 변수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익사이팅 SUV’라는 한국닛산의 슬로건처럼, 신나는 무언가가 양념으로 더해진다면 엑스트레일은 더욱 재미있는 차가 될 것이다.

글_류청희(자동차 평론가) 



CREDIT

EDITOR : 서인수    PHOTO : 최민석

이 시각 추천뉴스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