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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QC, 전기차의 간지러운 특성까지 잡아내다니

김태영 입력 2019.05.21 13:13 수정 2019.05.21 13: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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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순수 전기차는 무엇이 다른가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전기차의 천국’이라 불리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메르세데스-벤츠 EQ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 EQC를 장시간 테스트했다. 차를 만나기 전에 많은 것이 궁금했다. 자동차 기술과 트렌드의 선두주자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왜 이제야 순수 전기차를 양산하는지. 그리고 전기차 시장에 (약간은) 뒤늦게 등장한 EQC가 다른 전기차에 비해 기술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지 말이다.

기본 개념이란 관점에서 EQC는 기존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차의 중심, 가장 낮은 부분에 배터리를 배치하고 앞뒤 구동축에 모터가 달린다. 앞뒤 모터의 시스템 출력은 408마력(78.0kg·m).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5.1초를 기록한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약 450km(유럽 기준)을 달릴 수 있다. 수치적인 결과만으론 이전에 등장한 전기차와 비교할 때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기술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분명 다르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현재의 전기차보다 한걸음 진보한 모습이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는 EQC가 ‘성숙한 기술’이라고 표현한다. EQ 브랜드 입장에선 첫 순수 전기차이지만, 전기차 시장에 존재하는 타사의 제품들과 비교할 때 성숙할 만큼 발전한 기술이라는 의미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무슨 기준으로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모든 의문의 끝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한결같이 답한다. ‘EQC는 메르세데스-벤츠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EQC는 내연기관 자동차 제작 노하우가 130년이 넘는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순수 전기차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면서 고민한 결과이다. 여기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찾은 해답은 시장의 기준에 맞춘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준에 맞춘 결과물이었다. 이전 메르세데스-벤츠 제품이 만족시켜야 할 여러 기준에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실현한다. 그리고 이전과 비슷한, 즉 이질감을 줄인 주행 감각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EQC의 기술적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배터리, 구동 시스템, 주행 모드, 주행 감각이다. 배터리는 80kWh 리튬 이온을 쓴다. 72개 셀로 구성된 모듈 네 개와 48개 셀로 구성된 모듈 두 개를 결합한 형태로 다임러의 자회사 도이치 어큐모티브의 최신 기술이 사용됐다. 배터리의 무게는 650kg으로 다른 전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다. 그런데도 한 번 충전으로 약 450km(유럽 측정 방식 기준)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배터리는 전류 안전성을 포함해서 모든 부품이 시장의 충돌 안전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졌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는 외부 온도에 영향이나 주행 상황에 따른 성능 변화를 줄이기 위해 수랭식 구조로 만들어진다. 배터리 모듈 안쪽에 얇은 판으로 냉각수가 통과한다. 더불어 한 개의 히트 펌프와 두 개의 전기 히터 부스터를 통해 저온 상태에서도 빠르게 예열할 수 있다. 배터리는 높은 충전 효율성도 자랑한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가 EQ 브랜드에서 강조하는 핵심 요소다. 가정에서 7.4kW의 완속 충전을 기본으로, 전용 월 박스를 사용하면 220V 소켓보다 세 배 빠른 속도로 충전이 가능하다.

CCS(유럽과 미국) 방식이나 차데모 모두를 지원하다는 것 외에도 110kW급 급속 충전이 가능하는 것도 특징이다.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약 40분이 걸린다. 실제 테스트 결과 배터리 용량 35%에서 78%까지 약 17분 정도가 걸렸다. 배터리 용량 78%에서 계기반상 주행 가능 거리가 약 320km 이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EQC가 제안하는 배터리 충전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다섯 가지 드라이빙 모드도 EQC만의 특징이다.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맞춤형 설정)은 설명하지 않아도 이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모드다. 주목할 부분은 에코와 맥스 레인지다. 에코는 높은 주행 효율성과 낮은 배터리 소모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맥스레인지는 최대 주행거리를 달성하기 위한 주행 모드다. 각 기능에서는 운전자가 임의로 회생 제동 사용 여부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으며, 햅틱 페달이라 불리는 가속 페달 피드백을 통해 운전자에게 일정 수준의 주행 가이드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에코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천천히, 깊게 밟으면 최대 가속력의 70% 수준에서 페달 조작에 경계가 느껴진다. 이 경계는 가속 페달을 더 세게, 혹은 깊게 밟으면 사라진다. 페달을 놨다가 밟으면 다시 나타나면서 배터리 사용을 일정 이하로 효율적으로 쓰도록 가이드 한다.

맥스 레인지에서는 내비게이션의 맵 데이터를 비롯해 각종 주행 센서/운전 보조 기능을 동원한다. 차의 모든 기능을 활용해 주행 가능 거리를 최대한 길게 만들어낸다는 컨셉트이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경로에서 내리막길이나 코너 같은 다음 상황에 등장할 주행 환경을 미리 파악하고 모터 출력 혹은 전기 에너지 사용을 스스로 줄이면서 효율적인 주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컴포트, 에코, 맥스 레인지에서는 회생 제동도 다섯 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 뒤에 좌우에 달린 버튼으로 에너지 회생 수준을 높이거나 낮춘다. ‘D 오토’는 주행 상황과 운전자 패턴에 맞춰주는 최적화된 수준의 회생 제동이다. 이때 주행 감각은 일반 가솔린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D+’는 관성 주행을 목적으로 회생 에너지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D’는 회생 에너지 낮음, ‘D-’는 회생 에너지 중간, ‘D--’는 회생 에너지 높음이다. D부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놨을 때 자동차가 버려지는 운동 에너지를 즉각적으로 모터로 전환해 재충전하는 것이 느껴진다. ‘D-’는 일반적인 전기차의 회생 제동 정도이지만 ‘D--’는 원 페달(브레이크 페달 없이도 주행 가능) 수준으로 가속을 멈춘 이후에 제동이 급격하게 이뤄진다. 글로 설명은 복잡하지만 모든 조작은 두어 시간이면 익숙해질 만큼 직관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런 기능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전기차 플랫폼의 가능성 확장이다. 회생 제동 범위를 이전보다 폭 넓게 실현해서 다양한 주행 상황과 운전자의 요구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대부분의 소비자가 ‘D 오토’를 주로 사용할 것을 예상한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전기 모터도 흥미롭다. 앞뒤 차축에 각각 모터가 달리는 듀얼 모터 구성. 모터의 시스템 출력은 300kW(408마력) 수준이다. 앞 모터는 저 부하와 중간 부하 범위에서 효율성을 발휘하고, 뒤 모터는 역동적인 주행 환경에서 특성을 발휘한다. 쉽게 말해 앞뒤 구동계는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지만, 주행 상황에 따라 동력을 분산하는 형태다.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졌지만 결국 이전의 지능형 네바퀴 굴림(AWD)처럼 작동하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급가속 및 급제동(비행기 활주로 공간에서 테스트)과 완만한 산길 코너링 테스트를 통해 느낀 것은 차의 움직임이 대단히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엔진이 내는 소리만 없을 뿐, 이전 메르세데스-벤츠의 3.0L급 가솔린 엔진처럼 자연스러운 반응이 돋보인다. 특히 순수 전기차라는 한계에서 등장하는 부족한 주행 감각(이질감)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전기차의 간지러운 특성을 이전 메르세데스-벤츠의 풍요로운 주행 감각으로 꽉 채웠다. 실제로 차의 세팅만 봐도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EQC는 앞뒤 무게 배분이 49대 51이다. 움직임 특성을 원하는 수준으로 조율하기 위해 앞뒤 모터 특성을 변화했을 뿐 아니라 트랙 너비(1625/1615mm)나 앞뒤 타이어 폭도 다르게 세팅한다(235/255mm).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차를 경험한 후 느낀 것은 작은 차이가 모여서 큰 변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EQC는 메르세데스-벤츠다’라는 주장은 아주 작은 차이에서 시작된다. 완전히 다른 자원을 사용하면서도, 브랜드가 그동안 추구한 감각의 연장선을 자연스럽게 구현하고 있다. 가끔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EQC가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살필 때는 보였다. 급가속 중 가속 페달에서 갑자기 발을 뗐을 때, 달랐다. 모터 출력이 갑자기 끊기면서 차체가 울컥거리는 여느 전기차와 달랐다. EQC는 그런 기분 나쁜 울컥거림이나 진동/소음이 없이 부드럽게 가속을 줄였다. 이런 작은 차이가 EQC에 곳곳에 존재했다.

“EQC가 이전 메르세데스-벤츠의 감각을 충실히 구현하는 데 힘썼다면, 앞으로 나올 EQ 브랜드의 제품들은 서서히 미래적인 새로운 감각을 구현하는 쪽으로 변할 겁니다.” 만프레드 슈타이너, e드라이브 전략 담당의 짧은 설명에서 EQC의 마지막 모든 의문이 풀렸다. 짧은 시간 EQC를 탐구하며 확인한 것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로 급변하는 시장에 흐름에 휩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꾸준히 준비해오면서 시장의 변화를 지켜본 상황이랄까. 많은 이들이 EQC를 전기차 시장의 후발주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기술이 없어서거나 준비가 부족했다는 추측과는 얘기가 다르다. EQC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생각하는 완벽한 기준에 맞춰서,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한 제품이다. 한 브랜드의 철학에 어울리는, 그런 기준으로 제시한 차세대 전기차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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