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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성공적인 진화, 포르쉐 카이엔

기어박스 입력 2019.02.27 08: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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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훌륭했던 카이엔은 발전의 여지가 희박했다.
 3세대로 거듭난 카이엔은 또 한 번의 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포르쉐 캐시카우가 제대로 자리를 잡은 건 2세대 모델이었다. 1세대 카이엔은 혁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러 면에서 빈틈을 드러낸 게 사실이다.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했지만 멋진 외관이라 말할 수 없었고, 너무 육중한 나머지 SUV와 스포츠카의 모호한 경계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2세대 카이엔은 확실히 달랐다. 탄탄한 몸매는 멋지고 단정한 스타일로 진화했으며, 더욱 단단한 섀시와 건강한 엔진은 이상적인 고성능 SUV를 다시금 정의했다. 성숙한 카이엔은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던 911에 의지하는 형편에서 벗어나 어엿한 포르쉐의 SUV이자 기함 역할까지 도맡았다. 이처럼 완벽했던 카이엔에 발전의 여지가 남아 있을까?

오프로드 능력은 911보다 뛰어나다. 911이 LSD를 가졌다면 카이엔은 디프 록을 갖췄다

모두가 만족스럽게 카이엔을 누리는 동안 포르쉐는 어김없이 신형 카이엔을 내놓았다. 외관부터 속살까지 완전히 새로워진 3세대 카이엔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참 오래도 기다렸다. 신형 카이엔은 이미 작년에 세계 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국내 출시 소식은 하염없이 늘어졌다. 카이엔을 목 빠지게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김빠지는 소식부터 전하자면, 외관에서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 최근 포르쉐가 큰 변화 없는 신형 911을 공개하듯, 카이엔 역시 보수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실루엣은 전형적인 포르쉐 SUV 모습으로 남아있으며, 풍만한 볼륨감과 팽팽한 비례가 여전히 유효하다. 얼핏 봐서는 이차가 신형인지 구형인지 알아보기 힘들다는 점은 포르쉐의 소심한 행보를 탓하게 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누구나 카이엔을 한눈에 알아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카이엔은 기존 휠 베이스(2895mm)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길이(전장 4925mm)는 늘이고 높이(전고 1700mm)는 낮췄다. 풍만한 휠 아치는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20″ 알로이 휠은 당당한 스포츠카 자세를 연출한다. 헤드램프는 포르쉐 특유의 4포인트 주간주행등으로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외관에서 가장 큰 변화는 거대한 트렁크를 가로지르는 LED 테일램프다. 이는 파나메라부터 911까지 최신 포르쉐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으로, 시각적인 안정감과 포르쉐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한몫한다.

파나메라에서 경험했던 디지털 혁신을 여기서도 만날 수 있다

극적인 변화는 외관이 아니라 실내에서 두드러진다. 포르쉐 어드밴스드 콕핏에 들어서면 세련된 디지털 흐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쾌적한 공간은 여전히 질 좋은 가죽과 소재가 파고들었고, 새로운 디지털 클러스터와 최신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의 12.3″ 터치스크린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파나메라와 같은 장비로 우리는 세련된 조작을 경험한 적 있다. 센터패시아는 버튼 대신 말끔한 패널로 마감되어 있다.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조작감도 매우 훌륭하다.



작은 기어 레버는 다루기 쉽지만 엉뚱한 위치에 P 버튼이 있는 바람에 다소 불편하다. 이점을 빼면 카이엔의 실내는 매우 완벽하다. 잘 그려진 인테리어에 빈틈없는 마감이 빛을 발하고, 세련된 디테일이 한데 모여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파나메라와 많은 걸 공유하지만 여전히 카이엔의 터프함이 남아 있는 점, 또한 디지털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태코미터 바늘이 감성적인 매력을 더하며 스포티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시트는 매우 팽팽하고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시트 형상은 911의 버킷 시트를 연상케 하지만 확실히 그보다 여유롭고 푸근하다. 뒷좌석 또한 겉보기에만 날카롭게 생겼을 뿐 성인 3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다. 캐빈 공간은 이전 카이엔과 큰 차이는 없지만 트렁크 적재 공간은 660ℓ에서 770ℓ 로 100ℓ 늘어났다. 전장이 늘어난 만큼 실내 공간을 알뜰하게 구성한 결과다.



현재 국내 출시한 카이엔은 기본형 뿐이다. 카이엔은 V6 3.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는 45.9kg·m를 발휘한다. 이보다 강력한 카이엔 터보와 효율과 성능을 모두 잡은 e-하이브리드도 있지만 사실 카이엔만으로도 성능은 차고 넘친다. 카이엔의 0→100km/h까지 가속은 6.2초(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장착한 경우 5.9초), 최고속도는 245km/h에 달한다. 차에 타는 순간 거대한 몸집을 의식할 필요 없다. 몸에 꼭 맞는 시트 위에서 스티어링 휠에 손을 올리면 마치 스포츠카에 오른 듯 경쾌하고 세련된 감각을 만날 수 있다.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카이엔은 여전히 키가 큰 SUV지만, 마치 낮은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느낌이다. 특히 단단하면서도 안정된 움직임을 느낄 때면 마치 911에 오른 듯 착각에 빠져든다. 매우 기능적인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을 효율적으로 다스린다. 속도에 따라 차체 높이를 조절하고 승하차를 위해 차체를 낮출 수도 있으며, 오프로드 모드에서 총 2단계로 차체를 들어 올리기도 한다.



오프로드 모드에 들어가면 자갈, 진흙, 모래, 바위 구성으로 노면에 따라 스로틀과 변속 로직, 차체 높이를 스스로 조절한다. 또한 센터 디퍼렌셜과 리어 디퍼렌셜을 상황에 따라 잠글 수 있기 때문에 위기 대처 능력도 발군이다. 아, 물론 카이엔을 몰고서 협곡으로 뛰어들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오프로드 모드를 맛보고자 비탈길을 비스듬히 올랐는데, 바위 모드에서 카이엔은 배짱이 두둑했다. 카이엔은 차체 높이를 한껏 높였으며, 한 바퀴가 접지를 모두 잃어도 고민 없이 구동력을 나눠 험로를 기어 올랐다. 별도의 로 기어는 없지만 저속 기어를 물고 늘어져 힘은 충분하다. 카이엔은 그저 아스팔트만 잘 달린다는 편견, 이제 말끔히 지워도 좋다. 도로 위를 오르면 마치 얌전한 GT처럼 순항하다가도 화끈한 스포츠카처럼 실력 발휘에 나선다. 스포츠+ 모드는 카이엔의 한계 성능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마법의 다이얼이다.

거센 LCD 침략에도 태코미터 바늘은 살아 남았다

엔진은 태코미터 바늘을 한껏 띄워 힘을 쏟는다. 8단 팁트로닉 변속기는 바짝 긴장한 채 패들 시프트 명령에 따른다. 에어 서스펜션은 이미 탄탄하게 근육을 부풀렸으며, 카이엔은 쾌속 질주를 즐기는 중이다. 속도가 높아지면 노면 상태, 바람 소리, 엔진 파워, 배기 사운드, 스티어링 반응, 승차감 등 온갖 정보가 운전자를 향해 쏟아지는데, 카이엔은 냉정하게 정보를 분류해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내용만 제공하는 식이다. 덕분에 운전자는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뚜렷한 차체 반응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세련된 방법으로 말이다. 이는 911이나 카이엔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포르쉐는 카이엔이 911처럼 되길 바란다. 강건하고 특별하며 독보적인 고성능 SUV, 카이엔은 911처럼 상징적인 존재로 진화하는 중이다.

Porsche Cayenne
Price 1억180만 원
Engine 2995cc V6 가솔린 터보, 340마력@ 5300~6400rpm, 45.9kg·m@ 1340~53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6.2초, 245km/h, 7.3km/ℓ, CO₂ 235g/km
Weight 2135kg

LOVE 가속력, 핸들링, 탁월한 승차감
HATE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외관 스타일
VERDICT 풀모델체인지 같지 않은 신형 카이엔

 김장원 사진 최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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