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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의 몰락, 이대로 쓰러질 것인가

모터트렌드 입력 2019.02.11 18: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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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다시 80%를 넘었다. 현대·기아가 차를 잘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언더독들도 문제다


사회과학 용어 중에 언더독(Underdog)이라는 단어가 있다. ‘싸움에서 상대적 약자’를 뜻하는 말로, 치열한 노력으로 1위를 하는 사람에게 독과점이라는 타이틀을 달거나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이야기로 약자의 편을 들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지 모른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을 둘러보면 딱 그렇다. 수입차를 제외하고 1년 동안 팔린 국산차는 모두 154만5604대로 2017년(155만80대)에 비교하면 근소하게 줄어들었다. 문제는 5개 국산차 회사들의 점유율 변화다. 현대는 72만1078대로 46.65%, 기아는 53만1700대를 팔아 34.4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둘을 합친 숫자는 무려 125만2778대로 국내 판매량의 81.05%에 해당한다. 같은 그룹사인 두 회사가 81%의 새차를 팔았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지엠과 쌍용, 르노삼성을 합쳐봐야 19%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소형 SUV 시장에선 4만3897대가 팔린 티볼리가, 대형 SUV에선 G4 렉스턴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3만9275대가 팔린 현대 코나에 코나 EV(1만1193대)를 더하면 5만468대로 순위가 바뀐다. 게다가 대형 SUV 시장도 현대 팰리세이드가 출시되면서 올해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에서 아예 차를 만들지 않는, 픽업트럭 분야를 제외하면 다른 브랜드의 차가 1위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현대 혹은 기아를 칭찬하거나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 이렇게 점유율이 높아지는 데는 무엇보다도 상품성이 높은 차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 기아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에도 문제가 있다. 우선 한국지엠은 본사의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1년 전 군산 공장 폐쇄에서 시작해 여러 상품의 가격 및 선택 사양 결정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많은 쉐보레의 모델이 차에 쓰인 기술이나 섀시의 기본기 등은 매우 충실한데, 막상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리기에는 경쟁 모델에 비해 높은 가격인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아무리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준중형 세단은 전체 국산차 시장에서 점유율 10% 이상을 꾸준하게 유지하며 10만대 이상이 팔린다. 그런데 공장 철수로 생산이 끊긴 크루즈의 후속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조차 발표가 없다. 물론 크루즈는 미국 본토에서도 단종이 예정돼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많은 차종을 수입으로 대체하고 있으니 다른 차를 들여오거나, 트랙스와 말리부의 상품 구성을 조절해 크루즈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가 과연 그동안 한국지엠을 믿고 있던 고객들에게 할 말인가.

2017년 대비 2000대 정도 판매량이 늘어난 쌍용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그래도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기 높은 티볼리는 가솔린과 디젤, 쇼트 보디와 롱 보디 등 구성이 다양하지만 실제 기술적인 면에서 시장을 이끄는 건 아니다. 특히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주행보조 기능(ADAS)이 그렇다. 흔히 말하는 자율주행 2단계가 되기 위해서는 앞뒤 주행과 차 간격을 스스로 제어하는 스마트 크루즈컨트롤과 좌우 차선을 유지하는 차로 이탈 방지 보조가 함께 연동돼야 한다. 그런데 쌍용엔 이 두 가지 기능을 함께 제공하는 차는 없다. 결국 다른 경쟁사들이 모두 2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이미 선보이고 데이터를 쌓아가는 입장인 것과 비교하면 뒤처진 것이 분명하다. 초보적인 경고 기능만으로 계속 소비자를 붙잡을 수는 없다.

르노삼성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모그룹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2018년 전 세계 판매 1위에 올랐고 그룹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를 국내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인색하다. 최근 SUV 시장에서 가솔린 엔진의 인기가 높다는 것은 누구보다 르노삼성이 잘 아는 사실일 것이다. QM6가 중형 SUV에서, 아니 르노삼성 전체에서 판매 1위에 오른 이유였으니까. 그렇다면 QM3는 어떨까? 아무리 도입 모델이어서 상품 구성의 자유도가 낮고 국내 배출가스 인증 기준이 다르다고 해도 왜 이렇게 가솔린 엔진 추가가 어려운지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디젤은 유럽, 가솔린은 미국과 가깝기 때문에 미국에 판매를 하지 않는 르노 입장에서 새로운 엔진 제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WLTP(국제표준 배출가스 시험방식) 체제와 맞물려 개발팀에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QM3가 론칭한 시점부터 고민했어야 했다. 비용과 시점 등에서 힘들다는 말은 ‘때를 놓쳤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SM3, SM5와 SM7 등 이미 단종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차들이 아직도 가성비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고, 심지어 2018년 4만9240대가 팔린 세단 중에서 2만788대로 비중이 42%에 달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그나마 소형 해치백 클리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시장에서 3652대가 팔리며 업무용 판매 비중이 높은 현대 엑센트에 이어 2위에 오른 것은 고무적이라고나 할까. 도대체 언제쯤 가성비가 아닌 상품성 높은 대형과 준중형 세단이 나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와 기아차 기사에 달리는 악플이나 온라인의 여론을 보면 현대·기아가 이렇게 많이 팔리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한국지엠과 쌍용, 르노삼성은 ‘결국 새차를 살 때는 현대·기아차’라는 자조적인 결정의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현대·기아가 차를 잘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언더독의 책임도 크다. 소비자들은 선택할 준비가 됐다. 좋은 차를 내놓기만 하면 된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CREDIT

EDITOR : 이진우 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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