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토피아를 꿈꾸다, 인피니티 QX50

모터 트렌드 입력 2019.01.23 13:28 수정 2019.01.24 10: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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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X50으로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꾸는 인피니티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의 프리미엄 중형 SUV 세그먼트는 2017년 대비 14%가량 성장했다. 판매량으로는 2017년 1만8296대에서 2018년 2만940대로 2644대 늘었다. 지난해 한 달 치(12월) 판매량을 제외하고도 이만큼이었다. SUV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는데도 아직 성장판은 닫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활황인 시장이지만 무슨 수를 써도 나아질 조짐 없는 제품은 있었다. 인피니티 QX50이 대표적이었다. 지난 2017년 판매량은 101대가 고작이었다. 지난해는 더 떨어져서 27대에 그쳤다. 시장에서 거의 존재감이 사라진 제품으로 봐도 무리 없었다. 그럴 만했다. 제품 수명이 다한 차였기 때문이다.

QX50은 2007년 선보인 EX35를 전신으로 하는 차였다. 2013년 QX50으로 개명하고, 2015년 중국 시장을 겨냥해 휠베이스를 늘린(2880mm) 모델을 내놓는 등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첫 출시 이후 10년가량 지난 차에 회춘까지 바라는 건 누가 봐도 무리였다. EX35, 아니 QX50이 제자리걸음 하는 사이 SUV 시장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달라졌다. 전 세계 SUV 판매량은 매년 급성장해 지난 2017년 2785만여 대 수준까지 확대됐다. 미국은 아예 경트럭(픽업트럭과 SUV) 판매 비중이 67%에 다다른 상황이다. 초호화 대형 SUV, B 세그먼트 SUV 등도 더해졌다. 시장의 확장과 함께 SUV라는 장르도 세분화되고 정형화됐다. 예컨대 C, D 세그먼트 SUV는 최소한의 차체에서 최대한의 객실 공간을 갖추는 게 과제다. BMW다움(?)을 살리기 위해 구형 3시리즈 플랫폼으로 빚어졌지만 최근 미니 컨트리맨과 공유하는 공용 아키텍처로 바뀐 X1이 대표적이다. QX50도 뒤따라 시대적 조류에 합류했다. EX35 이래 근 10년 만에 풀 체인지한 QX50에 G35·G37의 뒷바퀴굴림 FM 플랫폼은 자취 없다. 대신 완전히 새로운 가로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 설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본으로 삼은 설계의 변화는 QX50의 모양을, 자세를, 공간을, 나아가 주행질감을 바꿨다. 차체는 이전 롱 휠베이스 모델에 비해 길이가 50mm가량 짧고 지붕은 90mm 가까이 높다. 아울러 차체 너비는 1905mm로 이전보다 한층 넉넉하게 챙겼다. 노면에서 차 바닥까지 거리는 218mm. 덕분에 지상고가 조금 높은 스포츠 왜건 같았던 구형과 달리 신형은 풍만한 크로스오버 느낌이 진하다. 날렵하고 늘씬한 느낌보단 양감 가득한 분위기인데, 차체가 그리 짧아 보이진 않는다. 조개껍데기 형태로 덮여 있는 보닛, 앞 펜더로 파고든 날카로운 눈꼬리, 그리고 헤드램프 끝에서 뒷문이 끝나는 지점 가까이 길게 이어지는 선명한 수평의 캐릭터라인 덕분이다.

테일램프 근처까지 뻗어 나간 창문턱, 캐릭터라인을 한층 강조하는 보디 패널의 뚜렷한 음영, 면적을 최대한 넓힌 더블아치 그릴이 더해져 차체는 실제보다 더 길고 큼직한 느낌을 준다. 보닛 좌우로 솟은 두 가닥의 뾰족한 등마루, 옆구리와 보닛과 테일게이트 등 근육질 표면도 차체의 양감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여기에 가파르게 내려앉는 위쪽 창틀과 초승달 모양으로 힘차게 꺾여 내려온 쿼터 글라스, 앞을 보고 적극적으로 누운 D 필러 등 차에 역동감을 더하는 디자인 트릭도 적절하게 섞여 있다.

트릭은 겉모습까지다. 공간은 좌우, 위아래로 여유가 더해진 차체와 2799mm까지 커진 휠베이스의 이점이 고스란하다. 객실의 경우 앞뒤 좌우 승객 모두에게 공간이 충분하고 뒷자리는 특히 더 여유롭다. 뒤 시트는 등받이 각도는 물론 앞뒤 거리 조절도 가능하다. AWD 방식을 쓴 설계답게 바닥 가운데도 평평한 편이라 어린아이를 사이에 두고 성인 두 명이 앉더라도 큰 불편 없다. 트렁크는 풀 사이즈 슈트케이스 두 개를 너끈히 담는다. 공간이 깊어 가방을 돌리고 세우는 등 진땀 흘릴 일 없이 그대로 들어간다. 뒤 시트를 앞으로 바짝 밀면 적재함 길이는 114센티미터까지 늘어난다. 뒷자리 등받이까지 접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적재용량은 최대 1823리터까지 확장된다.

공간을 극대화한 차답게 승객을 위한 편의장치도 충분히 갖췄다. 운전석과 조수석 온도를 개별 제어하는 자동 에어컨이 기본이고 최상급 모델(에센셜 트림)엔 뒷자리 전용 공조장치가 더해진다. 에센셜 트림 기준으로는 앞자리 통풍과 열선 시트가 들어간다. USB 연결 포트는 앞자리에만 3개가 있고 뒷자리용으로 여분의 한 개가 추가된다. 물론 앞뒤에 하나씩 별도의 파워 아웃렛도 챙겨두었고. 사운드 시스템은 보스 퍼포먼스 시리즈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다. 스피커 16개가 그럴싸한 소리를 만들어내지만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인테리어 분위기는 그럴싸하다. 원목 색상과 질감을 살린 오픈 포어 무늬목, 촉촉한 세미 아닐린 가죽과 부드러운 스웨이드를 아낌없이 쓰고 가죽과 스웨이드는 둥그스름한 테두리(파이핑)로 마감하는 등 소재는 최근 프리미엄 모델의 동향을 잘 따랐다. 센터콘솔 윗부분과 대시보드 앞쪽까지 스웨이드로 덮은 마감 센스는 특히 돋보인다. 완전히 닫히고 열릴 때 속도를 늦추는 창문, 호를 그리며 도어트림과 대시보드를 아우르는 은은한 LED 무드 조명 등 고급스러운 터치도 곳곳에 배어 있다. 반면 조명 색깔이 똑같은 열선과 통풍 스위치, 헐겁게 까딱거리는 기어 시프터 등 일부 장치는 프리미엄 모델의 그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직렬 4기통 2.0ℓ 엔진은 회전이 부드럽고 높은 출력(272마력)을 낸다.

시동은 가볍게 걸리고 공회전하는 엔진의 소음과 진동은 적다. 딱히 특별하지 않은 얘기를 하는 건 이 차에 조금 특별한 엔진이 실려 있어서다. QX50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변 압축비 엔진을 얹은 양산 자동차다. 인피니티-닛산이 VC 터보 엔진으로 부르는 이 기기는 실린더 내의 기체를 최저 8:1에서 최대 14:1까지 압축한다. 8:1의 낮은 압축비는 퍼포먼스를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14:1의 고압축비 상태에선 열효율을 극대화한다. 파워와 효율이라는 이율배반적 속성을 함께 구현한다는 얘기다. 원리는 간단하다. 피스톤의 이동거리를 조절하는 것이다. 물론 작동 원리는 간단하지 않다. 피스톤 링크는 크랭크샤프트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멀티링크 기구와 연결돼 있고, 멀티링크는 다시 컨트롤 샤프트와 액추에이터 암을 통해 하모닉 드라이브라 부르는 전동 감속기어와 이어진다. 하모닉 드라이브가 회전해 멀티링크를 돌리면 자연스럽게 피스톤 이동거리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VC 터보 엔진 배기량은 1970cc(14:1)에서 1997cc(8:1) 사이에서 수시로 바뀐다.

VC 터보 엔진에 들어간 기술은 이 밖에도 다양하다. 연료 직분사와 포트 분사 장치가 함께 쓰이고, 전자식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는 앳킨슨 사이클과 오토 사이클 모두를 구현한다. 오일펌프는 엔진 속도와 압축비에 따라 오일 압력을 2단계로 조절하며, 액티브 토크 로드라 부르는 액티브 엔진 마운트가 밸런스 샤프트를 대신해 진동과 소음을 정리한다. 인피니티는 지난 1996년부터 VC 터보 기술 연구를 시작했고 가변 압축비 기술의 핵심인 멀티링크 구조를 1998년에 고안했다. 개발을 마친 엔진은 100기 이상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3만 시간 이상, 322만 킬로미터 이상의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이는 통상적인 엔진 개발의 몇 배에 달한다. 생소하고 복잡한 엔진의 내구성을 미리부터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주행 중 보여주는 성능은 음, 우선 퍼포먼스만큼은 제대로 챙겼다. 최대토크 38.7kg·m가 1600~4800rpm에서 나와 속력을 높이는 데 무리 없고, 최고출력(272마력)을 내는 5600rpm을 넘어 회전 한계(6000rpm)까지도 가볍고 매끈하게 올라간다. 가속페달을 단숨에 끝까지 밟으면 잠시 숨을 고른 뒤 부드럽게 출력을 끌어올린다. 터보차저는 최신 유행인 트윈스크롤 방식은 아니지만 출력을 선형적으로 올리려 갖은 노력을 다한다. 아이들링에선 조용하지만 2000rpm 무렵부터는 엔진 소리가 살아나고, 4000rpm을 넘기면 좀 더 스포티한 소리를 낸다. 진동에 대한 우려는 덜어내도 좋다. 엔진 회전 전 영역에 걸쳐 차분하고 가볍다.

압축비의 변화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그래프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프의 바가 에코 레벨(14:1)에 머무는 시간은 많지 않다. 정차해 있거나 고속도로를 일정한 속력으로 달릴 때 또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뺐을 때인데, 말하자면 엔진이 거의 일하지 않는 상황에 해당한다. 압축비 변화를 보여주는 바는 가속페달에 발을 얹는 순간 곧바로 게이지 중간까지 올라가고, 언덕이거나 조금이라도 힘찬 가속을 필요로 할 때는 단숨에 파워 레벨까지 솟구친다. 좀더 오랜 시간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비슷한 파워를 지닌 동급 배기량의 4기통 터보 엔진들보다 더 나은 효율을 보인다고 말하긴 어려울 듯하다.

과거의 인피니티가 뾰족하게 날을 세우는 차였다면 요즘 인피니티는 다양한 성격의 사용자와 승객을 편안하게 품는 차로 변모해가고 있다. 패밀리 크로스오버인 신형 QX50도 예외가 아니다. 차의 움직임은 크고 여유롭다. 노면을 압도하기보다 낭창낭창한 몸짓으로 자연스럽게 도로에 녹아드는 쪽에 가깝다. 운전 역시 힘껏 몰아붙이기보다는 차의 무게와 높이를 감안해 최대한 부드럽게 다루는 쪽이 더 어울린다. 파워트레인이 간헐적으로 굼뜬 반응(압축비와 터보 부스트압, 무단변속기 기어비가 동시다발적으로 변해야 하는 급격한 추월가속 상황 등)을 보이지만 전반적인 주행품질은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시장 수준에 걸맞다.

가변 압축비 엔진은 자동차 엔지니어들의 꿈, 내연기관의 유토피아였다. 48볼트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기술의 전동화 엔진과 비교해 무엇이 더 나은지는 당장 결론 내리기 어렵지만 이걸 완성한 인피니티 엔지니어들에겐 박수갈채가 쏟아져 마땅하다. 그들 스스로도 뿌듯함에 가슴 벅차했을 게 분명하다. QX50은 이처럼 진지한 기술을 담고 있는 크로스오버다. 진지한 기술이 우리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느냐고? 그렇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다.

실상 프리미엄 브랜드의 패밀리 크로스오버에 관심 갖는 이들이 먼저 살피는 건 보다 실질적인 내용들이다. 남다른 스타일, 고급 인테리어, 다양한 편의 및 안전사양, 어린 자녀들이 꿰차고 앉을 뒷자리와 골프백 3개가 들어가는 넉넉한 트렁크 같은 것들 말이다. 새로운 QX50의 경쟁력도 여기서 시작한다. 이 차가 경쟁상대로 지목한 렉서스 NX의 공간 이모저모가 어떤지 생각하면 그 가치는 더 올라간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진지한 기술, 가변 압축비 터보(VC-T) 엔진은 구매자에게 자긍심을 더해주는 한 수단뿐일 수도 있다. 렉서스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그런 것처럼.

내연기관 가솔린 엔진의 꿈을 얹은 QX50은 새 판을 짜고 싶어 하는 인피니티에도 유토피아다.

글_김형준(자동차 칼럼니스트)


2019 인피니티 QX50

가격 5000만원 중후반(예상)

레이아웃 앞 엔진, FWD/A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직렬 4기통 2.0ℓ, 16밸브 터보

압축비 8~14:1

최고출력 272마력/5600rpm

최대토크 38.7kg·m/1600~4800rpm

변속기 CVT

휠베이스 2799mm

공차중량 1740~1870kg(예상)

길이×너비×높이 4695×1905×1680mm

연비(복합) 9.8~10.3km/ℓ(예상)

CO₂ 배출량 167~176g/km(예상)


CREDIT

EDITOR_이진우   PHOTO_인피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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