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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트 없이 질주하는 자동차, 꿈나라 이야기 아니다

김태영 입력 2019.02.12 08:58 수정 2019.02.12 08:5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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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눈으로 적외선 카메라가 다시 주목 받는 까닭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심해(深海)나 깊은 동굴에는 빛이 없다. 여기서 사는 생물은 눈을 사용하지 않으며, 일부는 눈이 완전히 퇴화해서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런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눈을 대체할 수 있는 발달한 감각 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세상에서 빛으로 얻을 수 있는 사물의 정보는 극히 일부분이다.

출처: 폭스바겐 / 폭스바겐 올 뉴 투아렉에 달린 나이트 비전

우리의 눈은 사물에 반사된 빛의 가시광선을 식별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따라서 빛이 없는 어둠에 취약하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은 지난 수십 년간 헤드램프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백열전구에서 시작해 할로겐, HID, LED 타입을 거쳐 최근엔 레이저 기술까지도 사용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헤드램프라도 어둠 속에서 시야를 100% 확보하긴 어렵다. 빛을 아무리 멀리, 정확하게 쏘더라도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는 여전히 한정적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한 ‘나이트 비전’ 시스템이다.

나이트 비전이 자동차업계에 등장한 것은 약 20년 전이다. 그 후로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최근까지도 투자 대비 효율성이 그렇게 높은 편의/안전 장비는 아니라는 평가다. 그런데 이 기술이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 기술이나 디지털 콕핏과 접목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가치 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어서다.

관련 기술은 본래 군사용으로 개발된 것이다. 전투기나 탱크를 밤에 이동시키고 보이지 않는 적군을 식별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GM이 2000년에 캐딜락 드빌에 적외선 카메라 기술을 달아 실용화했다. 적외선 카메라 이미지를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마치 전투기를 운전하듯 한 경험을 선사했다. 물론 당시에 선보인 기술은 시야각이 좁고 주변 환경 인식률에서 개선이 필요했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3∼5배 멀리 있는 대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로 업계에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2년 토요타 랜드크루저, 2004년엔 혼다 레전드에 관련 기술이 달렸고, 2005년부터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출처: BMW / BMW 나이트 비전 기술의 광고

적외선 카메라 기술은 근적외선과 원적외선 방식으로 나뉜다. 적외선 방사기를 통해 방사된 적외선이 물체에 도달한 후 이를 근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감지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원적외선은 온도(열)가 높은 물체가 발산하는 파장을 감지해 물체를 식별한다. 최근에는 이 두 가지 방식을 조합한 구조를 사용한다. 센서나 카메라가 감지한 적외선 신호를 디지털 신호 처리 장치로 명암이나 밝기를 조절한 후 자동차와 보행자, 차선과 표지판을 나눠 운전자가 보기 편한 형태로 만들어준다. 각 자동차 회사마다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론 디지털 방식 계기반 중앙에 적외선 영상을 띄워주고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연동해 필요한 정보를 부가적으로 제공한다.

출처: DS / DS7 크로스백에 달린 나이트 비전은 야간 주행 시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전방 위험 요소를 발견할 때 적외선 화면을 보여주며 경고한다.

나이트 비전이 자동차에 처음 접목될 당시엔 안전장비보다는 고급 편의 장비에 가까웠다. 그만큼 사용하는데 제약이 많았다. 반면 최근에는 정보를 분석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와의 결합으로 훨씬 능동적인 안전 체계를 구현하게 됐다. 얼마 전 국내에 등장한 DS 브랜드의 7 크로스백(일부 트림)의 경우도 자동차 전방 상황(최대 100m)을 적외선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다. 계기반 중앙에 나타나는 적외선 카메라 영상에 보행자나 동물을 노란색으로 표시해줘서 운전자가 위험 요소를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별도로 나이트 비전을 켜지 않아도 오토 헤드램프처럼 야간 주행 시 스스로 작동하는 것이 특징. 보행자나 동물과 추돌 가능성을 판단하면 운전자에게 강하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출처: 포드 / 적외선 카메라와 라이더 스캐너를 이용한 방식으로 포드는 이미 2016년부터 헤드라이트 없이도 달릴 수 있는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BMW 나이트비전과 메르세데스-벤츠의 나이트 뷰 어시스트도 기본 원리는 비슷하다. 반면 이들은 적외선 카메라가 식별하는 범위가 훨씬 넓고 멀다. 더불어 보행자뿐 아니라 동물을 감지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S 클래스에 탑재된 나이트 뷰 어시스트 플러스의 경우 근적외선과 원적외선 카메라로 감지한 동물을 100여 개 이상의 매개변수와 대조해 종까지 구별한다. 기술 자료에 따르면 사슴과 소처럼 도로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동물부터 말, 낙타, 멧돼지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아우디나 BMW 나이트비전의 경우는 주행 중 동물이나 보행자를 감지할 때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도 한다. 헤드라이트(LED)를 빠르게 깜빡이거나 부분적으로 상향등을 쏘아 차가 접근하고 있다고 미리 경고하는 것이다.

분명 나이트 비전은 아직은 흔한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과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외에도 최근엔 일본이나 유럽 대중 차 브랜드에서도 종종 사용되면서 보급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더불어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과 접목되면서 인식률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증강 현실 윈드실드 디스플레이 같은 차세대 기술과 접목하면 발전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기술과 접목 가능성으로 고려할 때 가까운 미래엔 주간 주행등만 달린(헤드램프가 없는) 자동차가 세상에 등장할 수도 있다. 상상하기 어렵다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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