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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브렉시트 공포, 영국 자동차시장 이대로 무너지나

이완 입력 2019.02.07 10:16 수정 2019.02.07 10: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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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부터 재규어랜드로버까지, 영국 자동차시장에 드리운 그림자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영국 국민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투표 후 EU와 영국은 탈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 현재 수준의 통상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광범위한 합의안을 2년여 진통 끝에 만들었다. 하지만 계획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1월 영국 하원이 합의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될 당시, 영국과 EU 모두에 경제적 타격은 있겠지만 그 여파가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론도 만만치 않았다. 합의안이라는 안전망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노딜 브렉시트, 영국과 EU 모두 어떤 합의도 없이 완전히 갈라서는 공포에 직면했다. 이런 현실이 적나라하게 반영된 것은 자동차였다.

사진=픽사베이

◆ 성장하던 영국 자동차 시장, 모든 지표 한순간에 마이너스로

영국 신차 시장은 2016년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프랑스를 따돌렸고, 유럽 1위 시장 독일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하지만 브렉시트 투표 이후 판매량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여기에 영국 자동차 산업의 투자액 역시 매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불확실성이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와 소비자 모두를 움츠리게 만든 것이다.

<최근 4년 영국 신차 판매량 변화> (자료 : 유럽자동차공업협회)

2015년 : 2,633,503대 (전년 대비 6.3% 성장)
2016년 : 2,692,786대 (전년 대비 2.3% 성장, 브렉시트 국민투표 6월 23일 실시)
2017년 : 2,540,617대 (전년 대비 -5.7% 감소)
2018년 : 2,367,147대 (전년 대비 -6.8% 감소)

2017년 EU의 신차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평균 3.4% 성장했지만 영국은 5% 이상 줄었다. 2018년의 경우 유럽연합 신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0.1% 성장했지만 영국은 7% 가까이 줄었다. 그리고 올 1월 신차 판매량 역시 2018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해가 바뀌었지만 마이너스 성장 분위기는 계속 되고 있다.

영국 자동차 제조 무역 협회(SMMT)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투자 또한 얼마나 줄었는지 보여줬다. 지난해 자동차 관련 영국 내 투자액은 약 5억 9천만 파운드 수준. 이는 2017년 11억 파운드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또 있다. 수출을 포함한 자동차 생산량 역시 약 152만 대로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어떤 자동차 관련 지표도 웃을 수 없었다.

사진=벤틀리

◆ 혼다, 닛산, 토요타의 선택은?

이처럼 시장이 위축된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진다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특히 기업의 영국 탈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미 청소기로 유명한 가전업체 다이슨이 본사를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할 것임을 발표했다.

브렉시트 지지자였던 다이슨 최고경영자의 선택이라 영국에 주는 충격은 더 컸다. 브렉시트와 무관한 결정이라고는 했지만 누가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까? 그런데 다이슨보다 더 큰 문제는 영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의 움직임이다. 영국 제조업, 특히 자동차 업계에 이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닛산은 영국에서 재규어랜드로버 다음으로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토요타 역시 영국에만 9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혼다 역시 자동차 생산량 기준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일본 제조사들이 만들어 내는 자동차가 영국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영국을 거점으로 유럽에서 자동차 사업을 펼치던 이들이 만약 노딜 브렉시트로 인해 관세 장벽을 맞이한다면, 통관의 어려움을 겪고, 유럽 전역에 걸쳐 거래하는 부품 업체들과 지금처럼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면, 과연 이전처럼 영국에 머물며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불안감을 보여주는 단적인 일이 닛산에서 일어났다.

닛산은 2016년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투표 결과가 나왔을 때 SUV 엑스-트레일의 영국 선덜랜드 공장 생산 계획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원에서 합의안이 부결된 후 닛산은 엑스-트레일의 영국 생산 계획을 취소했다. “영국과 EU 관계의 불확실성은 기업이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영국 정부로부터 수천만 파운드의 지원금을 받기로 했다는 문서가 공개되는 등, 닛산의 이번 결정에 따른 파장은 예상 외로 컸다. 혼다는 1월 10일 영국 공장을 6일간 가동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 합의안이 부결되기 전의 결정이었다. 브렉시트 이후 부품 관련 물류, 그리고 국경을 통과하는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라고 혼다 측은 밝혔다.

부품을 쌓아놓고 차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주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일본 제조사들에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도요타 역시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 내 버나스톤 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더 문제는 이 중단 시기를 그들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토요타 자동차의 90%가 EU 수출용이다.

엑스-트레일 / 사진=닛산 

◆ 미니와 재규어랜드로버에 드리운 그림자

이런 공장 가동 중단은 비단 일본 제조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BMW는 미니의 옥스퍼드 공장 연례 유지보수 기간에 맞춰 약 1달 동안 가동을 멈출 계획이다. 독일 아우토모빌보헤와 같은 언론은 미니 생산량 일부가 네덜란드 공장으로 옮겨올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미니는 영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만들어지는 모델이다.

재규어랜드로버 그룹 역시 연례적으로 실시하던 1주일가량의 공장 가동 중단을 연장할 계획에 있다. 브렉시트가 가져올 혼란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회사는 분명하게 밝혔다. 특히 중국에서의 고전, 디젤차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반디젤 정서에 따른 판매량 감소까지 겹치며 재규어랜드로버는 일자리를 줄이면서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애스턴 마틴, 벤틀리 등 전통적인 영국산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영국인들이 자국 브랜드처럼 아끼는 포드 역시 일부 공장의 인원 감축을 예고했다. 한때 유럽 완전 철수 방안까지 검토했을 정도로 포드 상황도 좋지 않다. 폭스바겐과의 동맹은 시장 철수 대신 선택한 생존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노딜 브렉시트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나기 직전에 와있다. 포드가 과연 영국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한때 포드 공장의 전기차 생산 기지화를 요구했던 영국 노조는 이제 포드가 감원만 하고 공장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영국에서 완전히 발을 뺄 것인지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미니 옥스퍼드 공장 / 사진=미니

◆ 최악의 상황으로 달려갈 것인가

현재 영국의 앞날은 시계 제로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브렉시트, 아니 노딜 브렉시트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과학계에 몸담은 학자들도 EU 이탈에 반대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도대체 무엇을 위해 브렉시트에 찬성한 것인지 영국인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 재정 분담금 문제가 표면적으로 영국의 EU 탈퇴론을 부추겼고, 이후 불거진 이민자 문제 등이 겹치며 대영제국 출신이라는 국민 자존심은 상처를 입었다. 이런 여론을 본 보수당은 브렉시트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캐머런 당시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하며 브렉시트 찬반 투표가 이뤄졌다. 결국 브렉시트는 사회, 문화, 정치적 이유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너무나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실제로 브렉시트 반대론자들의 우려는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자동차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혹 철수하게 된다면 당장 실업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국가적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 국민총생산 감소나 파운드화 약세 등, 경제력 저하는 어렵지 않게 예상된다. 과연 영국은 이대로 혼돈의 노딜 브렉시트로 계속 달려갈 것인가? 반전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영국인들은 영국의 날씨처럼 우울한 날을 오래도록 경험할지도 모른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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