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롱텀 ①] '각쿠스' 왜 샀니?

조회수 2019. 4. 19. 13: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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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살 때 중고차 가격부터 걱정하고 있는 내가 싫었다. 새로운 만남에 앞서 이별부터 생각하다니, 이 얼마나 비극인가. 그래서 ‘평생 간직하고 싶은 차’를 고르고 골랐다. 그 차가 내겐 1세대 현대 에쿠스다.

글, 사진 윤지수 기자

왜 에쿠스일까? 주변 시선 곱지 않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허세만 가득한 차,’ ‘실속 없는 선택’ 등 이제 막 서른을 넘어선 기자가 타기에 눈치 보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평생 타려면 주변 시선보다는 내 진심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번 주말 목표는 JS330 주제에 380을 달고 있는 엠블럼 복원이다

에쿠스로 마음을 굳히는 데는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았다. 잘 다린 정장처럼 반듯하게 각진 스타일이 좋았고, 길이 5,120㎜ 넉넉하게 뻗은 여유로운 덩치에 반했다. 각진 스타일은 몇십년 뒤에도 가치 있어 보일 듯했다. 큼직한 차체에 앉아 부드러운 승차감과 6기통 가솔린 엔진 풍부한 회전 질감을 누리는 상상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장장 8개월을 에쿠스를 들이기 위해 준비하며 보냈다. 에쿠스로 출퇴근하다간 통장이 뚫릴 듯해 출퇴근용 작은 바이크를 마련했고, 에쿠스 결함 등 정보를 긁어모았으며 중고차 매물을 수시로 뒤졌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지난 2월 2007년식 7만2,000㎞를 달린 1세대 에쿠스를 시세를 훌쩍 뛰어넘는 값에 가져왔다.

순정을 유지해 다행이다

일단은 만족이다. 연식 대비 주행거리 짧은 만큼 어디 하나 고칠 구석이 없다. 특히 대부분 순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다. 내비게이션을 애프터마켓 제품으로 바꿨으나, 순정 시스템 화면을 한 화면에서 그대로 쓸 뿐 아니라, 버튼과의 호환까지 제법 꼼꼼히 맞춰 놨다.

수동 기능이 있는 'H매틱' 때문에 JS330을 골랐다

등급은 3.3L 가솔린 엔진에 5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린 JS330 럭셔리. 사실 소장용으로는 V8 엔진 얹은 VS450이 제격이지만 동호회를 통해 들은 여러 골치 아픈 고질병이 맘에 걸렸다. 또 VS450과 JS380 모두 변속기에 수동 변속 기능이 없어 JS330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사실 최고출력 247마력이면 이미 충분한 출력이다. 실제로도 그렇고.

최고출력 247마력 성능을 내는 3.3L 람다 엔진. MPI 방식이다

어느덧 차를 가져온 뒤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콩깍지를 벗지 못했다. 파워트레인이 무척 맘에 든다. 상상했던 6기통 풍부한 회전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고, 변속기도 예상외로 무디지 않다. 특히 수동으로 조작할 때 반응은 요즘 차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 3.3L 넉넉한 배기량은 저속이든 고속이든 1,965㎏ 덩치를 가뿐히 내몬다.

승차감은 예상 밖이다. 한없이 물렁거릴 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제법 단단히 맞선다. 과거 기자의 아버지 차였던 현대 다이너스티와 비교하면 확실히 단단하다. 차를 가져온 후 굽잇길도 달렸는데, 무르지 않은 서스펜션 덕분에 쏠림이 크지 않다. 물론 2t에 가까운 무게로 바닥을 꾹꾹 짓누르기에 승차감은 대형 세단다운 여유를 품는다.

부모님 마음에 쏙 든 뒷좌석
열선 기능과 전동 슬라이딩 기능이 들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편안한 뒷좌석과 공간이다.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감싼 폭신한 뒤 시트는 편안하기 그지없다. 가운데 팔걸이와 문짝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있으면 거만하지만 모든 힘을 빼고 늘어져 있을 수 있다. 거울로 편안히 주무시는 부모님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LPG 개조 차 아니다. 안쪽에 사물함을 설치했다

트렁크는 열 때마다 뿌듯하다. 얼마나 넓은지 전 차주가 안쪽에 사물함을 넣어놨는데도 공간이 남아돈다. 지난달 4인 가족여행 갈 때도 이 트렁크를 모두 채우지 못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떠오르는 모니터 시작 화면

물론 불편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특히 음악 듣기가 너무 불편하다. 블루투스 기능은커녕 USB 단자도 없다. 요즘 컴퓨터는 CD 라이터 기능도 없어 음악 CD 듣기도 힘들다. 덕분에 생전 산 적 없던 정식 앨범을 구매해 듣는 중이다. 이 밖에 JS330에 없는 운전대 텔레스코픽 기능, 평평한 운전석 사이드미러 등이 불편하다. 그래도 최대한 순정을 유지하며 개조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게임 '바람의 나라'가 떠오르는 트립 컴퓨터 화면. 연비는 L/100㎞로 표시한다

연비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2달간 차를 타며 기록한 트립컴퓨터 상 연비는 L당 7.35㎞. 6기통 대형 세단답다. 그래도 고속주행할 때는 L당 11㎞ 넘는 효율을 보이기도 했다. 연비는 조만간 장거리 주행을 통해 더 자세히 살펴볼 생각이다. 참고로 에쿠스는 연료 탱크 크기가 무려 80L에 달해 한 번 기름 넣을 때마다 거의 10만 원 가까이 든다.

차를 산 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지하주차장에 서 있는 에쿠스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앞으로 이차를 오래도록 관리하며 클래식카로 간직하려 한다. 그리고 <로드테스트>를 통해 복원 및 유지 과정과 구석구석 에쿠스를 소개하는 내용을 연재할 계획이다. 다음 ‘올드 롱텀’ 내용은 에쿠스로 서울과 광주광역시를 왕복하며 느낀 장거리 시승기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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