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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중국산 수입업체 배만 불리는 전기스쿠터 보조금

최홍준 입력 2019.05.20 13:12 수정 2019.05.20 13: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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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스쿠터의 보조금,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

[최홍준의 모토톡] 전기스쿠터나 전기자동차를 구입할 때면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환경부가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 해결과 연료비 절감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산업 모델’ 등의 이유로 전기차의 보급에 앞장서면서 고가의 전기차 구매를 돕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부터 전기 자동차를 비롯해서 전기 모터사이클에도 보조금 지급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림 오토바이의 재피

국내에는 전기 모터사이클보다는 전기 스쿠터가 주로 유통되고 있다. 배터리나 최고속도 등의 형식에 따라 보조금은 차등 지급되며 정부 보조금과 지방비 등을 모두 받을 경우 많게는 350만원까지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조금보다 더 싼 수입 원가를 가진 저렴한 중국산 전기스쿠터들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보조금을 받고 살 수 있는 전기 모터사이클은 몇 종류가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많지 않다. 국내 모터사이클 브랜드도 자체 개발을 하기도 했지만 상품성이 약해 현재는 모두 단종됐고 군소 업체에서만 자체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내 유통되고 있는 제품 중 저가 중국산 제품이 현지 소비자 가격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고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종이 대림오토바이의 재피(Zappy), 인에이블인터내셔널의 NIU N프로, 한중모터스의 야디 Z3 등이다.

국산 브랜드인 대림 오토바이에서 판매하고 있는 재피의 경우 소비자 가격은 394만원이다. 정부 보조금 145만원을 받게 되면 249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지방 보조금까지 받으면 가격은 더 내려간다. 그러나 재피는 중국 업체인 종쉔의 T3를 수입해 배터리용량만 키우고 이름을 바꾼 모델이다. 대림은 개발단계부터 협력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간다. 정부로부터 수십억의 배터리 개발 보조금을 받았지만 정작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에는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가고 있는 것. 게다가 중국에서 T3의 소비자 판매가격은 177만원. 결국 수입 비용은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높은 유통마진을 챙겼다는 얘기다. 여기에 출시 초기에는 중국산을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지만 국산인 것처럼 의도적으로 속였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NIU프로의 경우도 중국 현지 가격은 173만원. 국내 출시 가격은 보조금 미포함시 369만원이다. 야디 Z3의 중국내 가격은 149만원, 보조금을 포함하지 않은 국내 가격은 385만원이다. 수입원가에 운송비용과 각종 세금을 포함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국내 소비자 가격이 높아질 수 있을까?

KR모터스가 유통하고 있는 NIU의 N프로 모델

때문에 수입업자들이 전기이륜차 보조금을 이용해 저가의 중국산 저가의 전기 스쿠터를 들여와 매입비용을 보조받고 과도한 마진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 보조금은 세금, 즉 세금이 중국으로 흘러가고 소비자들은 비싸게 물건을 사고 있다는 것.

이렇게 중국 현지 판매가 보다 높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 주체인 환경부는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생산 원가를 고려해 보조금을 차등지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운송비나 세금 등을 고려한다고 해도 보조금이 원가에 가깝게 책정된 것은 환경부의 안일한 행정에서 오는 결과로 보인다.

전기 이륜차에 대한 보조금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군소 업체도 아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터사이클 제조 브랜드인 대림 오토바이에서 조차도 이런 방법으로 중국산을 수입해 자신들의 이름만 달고 보조금과 유통마진을 늘려 많은 이득을 취했다는 건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림 오토바이는 2010년에는 우체국의 집배용 모터사이클을 전기 스쿠터로 전환하는 사업자로 선정되어 3년간 78억 4100만원의 사업비도 지원받았던 전력도 있다. 그러나 자체 제작한 전기스쿠터는 현재 우체국에서 만날 수 없다.

2017년부터 정부는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총 1351대에 해당하는 33억 7500만원의 전기이륜차 보조금을 지원했다. 2018년부터는 예산을 125억으로 늘려 5000대까지 보조받게 하고 있다. 예산은 계속 늘어 올해엔 1만대를 지원할 수 있는 250억이다. 이 돈의 상당부분이 수입, 유통업체의 구매비용 보전과 함께 중국으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가뜩이나 국내 이륜차 생산업체들은 중국산 저가 브랜드의 공세와 수입 고가 브랜드의 득세로 산업 기반 자체가 약화돼 있다. 군소 업체 일부가 전기 스쿠터를 생산하기 위해 준비했지만 정작 보조금은 이렇게 흘러나가 버리고 있다며 업체 관계자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전기 스쿠터는 차세대 운송수단이다. 널리 보급해 환경 보호와 경제적인 운송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수입업자들의 주머니만 불려주고 있는 보조금 제도라면 차라리 없는 상태에서 성능으로 경쟁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 보조금은 정말 눈먼 돈인 것인가?

칼럼니스트 최홍준 (<더 모토> 편집장)

최홍준 칼럼니스트 : 모터사이클 전문지 <모터바이크>,<스쿠터앤스타일>에서 수석기자를 지내는 등 14년간 라디오 방송, 라이딩 교육, 컨설팅 등 여러 활동을 했다. <더 모토> 편집장으로 있지만 여전히 바이크를 타고 정처 없이 떠돌다가 아주 가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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