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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로고를 단 BMW를 싸게 살 수 있게 됐다

모터 트렌드 입력 2019.01.23 13: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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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피와 살을 나눈 것 이상으로 똑같은 차다

1세대 BMW Z4(2002년)는 서스펜션이 정말 단단해서 운전자의 허리를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 노면 충격도 여간 아니었지만 운전대로 전해지는 충격도 상당했다. 하지만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던 건 이 차의 달리기 성능이 말 그대로 ‘끝내주기’ 때문이었다. 노면에 착 붙어서 운전대를 돌리는 대로 돌아가는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너무 짧아 중력이 위로 솟구칠 때는 마치 차체가 노면과 작별을 한 것만 같은 아찔한 느낌을 주고는 했다. 당시 BMW는 다이내믹을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던 브랜드다. 그들에게 유일한 2인승 로드스터를 하드코어 스포츠카로 만들고 싶어 했을 것이고, 많은 이들이 이런 BMW를 사랑했다.

하드톱을 씌운 2세대(2009년)는 1세대에 비해 매우 순해졌다. 노면 충격을 잘 걸러내면서 부드러워졌다. 1세대가 마니악했다면 2세대는 “이제는 대중을 위해 달리겠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부드럽고 편하고 안락하고 하드톱을 씌워 훨씬 조용해졌다. 이 차를 타고 하루 만에 서울에서 전라도 광주를 다녀왔는데도 허리가 아프지 않았다. 그렇다고 주행성능이 떨어진 건 아니다. 1세대에 비해 더 빠르고 강력해졌다. 하지만 감성적인 부분에선 이전 세대에 미치지 못했다. BMW의 모든 모델이 부드러워지는 시점에서 Z4도 브랜드 변화와 함께한 것이다.

한때 토요타는 젊은이들이 동경하는 브랜드 중 하나였다. 그 이유는 셀리카와 수프라라는 멋지고 훌륭한 뒷바퀴굴림 스포츠카가 있었기 때문이다. 셀리카는 나중에 앞바퀴굴림으로 바뀌면서 뒷바퀴굴림 특유의 주행감을 상실했지만, 수프라는 1978~2002년까지 4세대에 걸쳐서 꾸준하게 뒷바퀴굴림을 유지했다.

내가 타본 4세대 수프라는 정말 짐승 같은 차였다. 직렬 6기통 3.0ℓ 터보 엔진은 낮은 rpm에선 힘을 내지 못하다가 rpm을 5000 이상으로 올리면 전혀 다른 차가 됐다. 324마력의 출력이 뒷바퀴로 쏟아져 들어가면서 슬립을 일으키거나 뒤가 옆으로 흐르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게 좋았다. 전자장비 개입 없이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차였다. 이런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감각과 움직임으로 수프라는 피가 들끓는 스트리트 파이터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4세대 수프라는 아직도 드리프트 대회에 모습을 보이곤 한다.

BMW Z4와 토요타 수프라. 단종됐던 두 모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까지는 둘 사이에 연결고리가 전혀 없었지만, 이번엔 잘 알려졌다시피 피와 살을 나눈 형제가 됐다. BMW와 토요타는 두 차를 같이 개발했다고 밝혔다. 우선 섀시는 BMW의 CLAR 플랫폼을 사용한다. 7, 5, 3시리즈와 X5, X3 등에 두루 쓰이는 알루미늄과 강철 복합구조의 뼈대다. 이미 여러 모델에서 그 견고함을 인정받은 섀시로 뛰어난 주행성에 큰 몫을 차지한다. 엔진은 직렬 6기통 3.0ℓ 트윈 스크롤 터보가 들어가고 ZF제의 8단 자동이 짝을 이룬다. 이미 BMW 여러 모델에 두루 쓰이는 엔진, 변속기 조합이다. BMW와 토요타가 같이 개발했다고 했지만, 실상은 토요타가 BMW의 섀시와 동력계를 가져다 쓰는 방식이다. 서스펜션(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도 같이 쓴다. 물론 섀시를 만든 BMW의 서스펜션이다.

BMW의 섀시와 서스펜션, 엔진, 변속기를 모두 가져다 쓴 토요타.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실내에서도 BMW의 냄새가 솔솔 풍긴다. 기어노브 구조와 그 옆의 조그 다이얼(i드라이브), 각종 버튼을 비롯한 컨트롤러가 BMW의 것이다. 더불어 플로팅 모니터와 디스플레이 구성도 단박에 BMW가 떠오른다. 운전대에 토요타 로고가 없다면 새로운 BMW 모델이라 해도 될 듯하다.

수프라의 열성적인 팬들이 차를 보면 속상해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하지만, 크게 상심하지 말았으면 한다. 주행특성이 약간 다를 수 있다. 토요타는 자사의 레이싱 팀인 가주 레이싱에서 서스펜션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Z4 M40i는 BMW의 고성능 디비전 M의 손길을 거친다. 많은 부품을 공유하는 두 차의 특성상, 성격을 달리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서스펜션 조율이다. 그런데 여러 단계로 댐핑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비싼 어댑티브 서스펜션을 같이 사용하는 두 차가 다르면 또 얼마나 다를지 의문이기도 하다.

두 차의 가장 다른 점은 디자인이다. Z4는 이전 세대에 비해 직선을 훨씬 많이 사용했다. 동글했던 키드니 그릴도 날을 세웠고 보닛과 사이드에 깊고 날카로운 직선을 과감하게 그었다. 반면 수프라는 어디에도 직선이 없다. 온통 울퉁불퉁하다. 이전 세대 수프라 디자인의 전통을 이어받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곡면을 극단적으로 많이 사용한 것이 Z4와의 차별화를 위한 발버둥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사이드미러까지는 등한시했나 보다. 완벽히 똑같다.

위에서 두 차는 피와 살을 나눈 형제라고 했지만 그 이상으로 이란성 쌍둥이와 같은 차다. 중요 부품 대부분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외장재도 같이 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토요타가 BMW의 것을 가져다 쓰는 형국이다. 토요타의 색깔이 BMW로 하여금 많이 희석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두 자동차 회사는 2011년 스포츠카와 연료전지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BMW는 토요타에게 새로운 스포츠카를 선물하고 토요타는 그들의 수소연료전지를 BMW에 제공하는 협력이다. 이미 BMW는 지난 2015년에 토요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넣은 i8을 선보인 바 있다. 이렇게 Z4와 수프라는 기술개발 비용을 줄이면서 새로운 기술을 취득해 서로 도움이 되는 아름다운 기브&테이크의 결과물이다. 아름답다고 표현한 것은 소비자들이 토요타 로고를 단 BMW 차를 더 싼 값에 탈 수 있게 됐으니 아름답지 아니한가.

TOYOTA SUPRA

레이아웃 앞 엔진, RWD, 2인승 2도어 쿠페

엔진 직렬 6기통 3.0ℓ 터보, 340마력, 51.0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541kg

길이×너비×높이 4381×1854×1293mm

휠베이스 2470mm

0→시속 97km 가속 4.1초


BMW Z4 M40I

레이아웃 앞 엔진, RWD, 2인승 2도어 로드스터

엔진 직렬 6기통 3.0ℓ 터보, 340마력, 51.0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610kg

길이×너비×높이 4324×1864×1304mm

휠베이스 2470mm

0→시속 97km 가속 4.4초


CREDIT

글_이진우 사진_BMW, 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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