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 '끝판왕' 우리나라 스트레치드 리무진 역사

조회수 2019. 2. 24. 02: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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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 L

1억5,855만 원. 지난 19일 출시한 우리나라 최고가 세단 제네시스 G90 리무진 가격이다. 이렇듯 플래그십 세단 허리를 늘린 국내 스트레치드 리무진은 항상 당대 최고가를 자랑했다. 문득 궁금했다. 우리나라 리무진 역사는 어땠을까? 시간순으로 가볍게 살펴봤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각 제조사

현대 다이너스티. 왼쪽 위 사진이 리무진이다

현대 다이너스티 리무진 (1997년 2월 출시)

우리나라 첫 리무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B 필러(앞 문짝과 뒤 문짝 사이 기둥)를 늘린 방식이 아닌 뒤 문짝을 키운 롱 휠베이스 스타일. 일반 현대 다이너스티보다 길이를 150㎜ 늘려 당시 가장 긴 5,130㎜ 전체 길이와 2,100㎜ 실내 길이를 자랑했다. 특히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센서로 노면을 미리 읽고 대응하는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이 달려 승차감이 좋았다. 출시 가격은 당시 쏘나타3 1.8 모델(1,110만 원) 네 대를 사고도 남는 4,950만 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마지막 차로도 유명하다.

쌍용 체어맨 리무진 후기형

쌍용 체어맨 리무진 (1997년 10월 출시)

다이너스티 리무진 등장 후 단 8개월 만에 쌍용 체어맨 리무진이 국내 최장 세단 타이틀을 빼앗는다. 보닛이 긴 후륜구동 비율과 함께 B 필러를 늘린 본격 리무진으로 전체 길이가 5,355㎜에 달했다. 당시 선망의 대상이었던 수입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 플랫폼을 바탕으로 직렬 6기통 3.2L 벤츠 엔진을 얹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선보이는 신기술이 18가지에 달했을 정도. 당시 가격은 5,850만 원이다.

2018 부산모터쇼에 등장한 SM 530L

삼성 SM 530L (미출시)

이차는 ‘자기들끼리’ 타려고 만든 차다. 야심 차게 SM5를 만든 삼성자동차는 삼성그룹 VIP가 타기 위한 더 특별한 차를 만들었다. SM 525V를 바탕으로 길이를 100㎜ 늘리고 실내를 고급스럽게 꾸민 SM 530L이다.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V6 2.5L VQ 엔진을 3.0L로 바꾼다. 실내도 고급스럽다. 부드러운 가죽과 나무 무늬 장식을 뒤덮고 뒷좌석엔 전용 테이블과 모니터를 심었다. 생산 대수는 단 10대. 지난해 부산모터쇼에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기아 엔터프라이즈 홍보 이미지(일반 모델)

기아 엔터프라이즈 리무진 (미출시)

현대차가 기아차 인수를 마무리 지은 1999년 3월 29일, 고(故) 정주영 회장이 생전 처음 보는 차를 타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기아 엔터프라이즈를 바탕으로 300㎜ 길이를 늘린 엔터프라이즈 리무진. 그러나 출시 계획이 있었음에도 빛을 보진 못했다. 당신 언론 보도 내용을 엿보면 V형 6기통 3.6L 엔진을 얹으며 뒷좌석 냉장고와 테이블 등을 갖출 예정이었다. 1997년 11월에 시험 삼아 만든 11대 리무진을 등록한 기록이 있다.

현대 에쿠스 리무진

현대 에쿠스 리무진 (1999년 4월 출시)

현대 에쿠스 리무진은 많은 수식이 따라붙는다. 최초의 V8 엔진, 역대 최장 5,335㎜ 길이 앞바퀴 굴림 세단, 마지막 정통 세단 스타일……. 이후 대형 세단은 모조리 뒷바퀴 굴림으로 바뀌는 바람에 아직도 앞바퀴 굴림 중에서는 가장 긴 차로 남았다. 물론 속은 화려하다. 좌우가 나뉜 2인용 최고급 뒷좌석과 뒷좌석 전용 모니터, 냉장고 등이 들어간다. 다이너스티를 통해 선보였던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도 ECS 3으로 개량해 성능을 더욱 높였다. 값은 7,950만 원. 당시 가장 비싼 EF 쏘나타 가격이 1,980만 원이었다.

쌍용 체어맨 W 리무진

쌍용 체어맨 W 리무진 (2008년 2월 출시)

드디어 2008년 국산차가 1억을 넘는다. 쌍용 체어맨 W 리무진 값은 1억200만 원. 비싼 값만큼 많은 부분이 화려하다. 전체 길이 5,401㎜, 휠베이스 3,270㎜로 1세대 에쿠스 리무진을 웃돌며, 메르세데스-벤츠 V8 5.0L 엔진을 얹는다. 당시 첨단 기술이었던 알아서 앞차와의 간격을 조정해 달리는 ‘와이드 스캐닝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들어갔다. 이후 2011년에는 국내 리무진 최초로 사륜구동 파워트레인을 추가한다. 다만 5.0L 모델은 공간이 부족해 사륜구동을 넣지 못했다.

현대 에쿠스 리무진 2세대

현대 에쿠스 리무진 2세대 (2009년 9월 출시)

2세대로 거듭난 현대 에쿠스는 국내 최장 세단 기록을 거머쥔다. 전체 길이 5,460㎜로 체어맨보다 59㎜ 더 길다. 이토록 길어지기 위해 에쿠스는 B 필러와 함께 뒤 문짝까지 늘렸다. 물론 세로 배치 파워트레인도 한몫한다. 1세대 에쿠스와 달리 후륜구동으로 바뀌면서 파워트레인이 차지하는 공간이 늘어나 길쭉해질 수밖에 없었다. 독자 개발 V8 5.0L 타우 엔진은 체어맨 V8보다 94마력 강력한 400마력 최고출력을 냈다. 출시 가격은 1억3,500만~1억4,600만 원이다. 한편, 길이를 6.7m로 늘린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는 대통령 의전차로 쓰이기도 했다.

어울림 뱅가리

어울림 뱅가리 (미출시)

길이만 무려 5,600㎜다. 기존 미드십 스포츠카 스피라를 바탕으로 2개 시트를 더 넣고 길이를 늘려 어마어마한 크기 미드십 세단을 만들었다. 옆모습은 충격과 공포다. 현대 투스카니 문짝을 앞뒤 데칼코마니같이 붙여놨다. 덕분에 롤스로이스 코치도어처럼 문이 양쪽으로 열린다. 당연히 출시하지 않았지만 가격표는 있다. 총 세 가지 트림으로 값은 1억3,200만~1억9,500만원이다.

제네시스 G90 L

제네시스 G90 L (2016년 3월 출시, 부분변경 전 EQ900 L 기준)

어느덧 우리나라 유일한 스트레치드 리무진으로 남은 제네시스 G90 L이다. 부분변경 전 이름은 EQ900 L. 현역인 만큼 당연히 가장 길고 강력하다. 길이 5,495㎜로 35㎜ 더 길고 V8 5.0L 직분사 타우 엔진은 425마력 최고출력을 낸다. 특히 원래도 길었던 G90 뒷문을 무려 40㎜나 더 늘려, 뒤 문짝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크다. 오늘날 현대차가 내놓은 편의 장치는 모두 들어간다. 이 중 G90 L만의 특징은 세미 애닐린 가죽과 독서, 영상 시청, 휴식 등 다양한 모드를 갖춘 뒷좌석이다. 가격은 1억5,511만 원. 하나뿐인 선택사양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를 더한 풀 옵션 가격은 1억5,855만 원이다.

한편, 우리나라 땅을 최초로 밟은 자동차도 리무진이었다. 1903년 고종 황제 즉위 40주년을 기념해 수입한 포드 A형 리무진이 그 주인공. 다만 작고 시끄러워 황제의 품위에 걸맞지 않다는 이유로 운행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실물은 역사의 흐름 속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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