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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사도 될까요? 사면 안 될까요?

전승용 입력 2019.04.18 09:59 수정 2019.04.18 10: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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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구매를 보는 양극단의 시선에 대하여

[전승용의 팩트체크] 매주 주말이 되면 팩트체크 칼럼을 쓰기 위해 다음자동차에 오른 인기 기사를 둘러봅니다. 한 주 동안 어떤 기사가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았는지, 그 기사에는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요즘 부쩍 눈에 띄는 기사가 있더군요. 아, 기사라기보다는 특정 자동차 기사에 달린 댓글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댓글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논쟁을 벌이고 있더라고요. 뭐,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정작 이런 논쟁 때문에 기사 내용이 묻히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괜히 죄 없는 기사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아예 판을 벌이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싶어 이번 팩트체크를 쓰게 됐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일본차, 사도 될까요? 안 될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일본 자동차 기사에는 어김없이 이런 댓글 전쟁이 펼쳐집니다. 새로 나온 신차 기사든, 시장 점유율 기사든, 하이브리드 기사든 일본 브랜드가 등장하는 기사에는 ‘일본차는 사면 안 된다’는 댓글이 달립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일본차를 사도 된다’는 댓글이 뒤를 잇습니다.

꽤 민감한 주제입니다. 어떤 의견을 내세우든 반대편에 많은 욕을 먹을 게 뻔합니다. 저 역시 뭔가 건드리면 안 될 금기를 건드리는 게 아닐까란 생각에 손가락이 자꾸 멈칫거립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매우 긍정적인 희망’을 안고 글을 이어나갑니다.

일본차를 사면 안 된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대략 정리를 하자면 ‘일제, 그 치욕의 역사를 잊었는가’와 ‘일본 사람은 우리나라 차를 안 산다’ 정도네요.

많은 피해를 남긴 일제 강점기, 그리고 청산되지 않은 과거를 둘러싼 갈등.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둘러싼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기는 커녕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주장하는 등 하루가 멀게 망언을 쏟아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차를 사는 게 말이 되냐는 의견입니다. 댓글을 살펴보니 ‘역사를 잊고 이렇게 일본차를 사주니 멸시당하지’, ‘이거 사주면 독도 침공 군자금 한텐데’, ‘일본차는 타지 말자, 조상님들께서 저 세상에서 피눈물을 흘리신다’, ‘옹졸하다 해도 일본 만큼은 싫다’, ‘기자들 돈 받았냐, 일본차 광고 좀 그만해라’, ‘글 쓴 기자는 친일매국노인가? 민족반역자인가?’ 등 많은 독자분들의 분노가 느껴집니다.

이런 분위기는 우리나라 차가 일본에서 팔리지 않는 아쉬움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 신차 소개도 안 해준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나라 차 사지도 않는데 왜 우리나라만 일본차를 사냐’, ‘일본은 차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제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자존심도 없냐’라는 댓글이 인상적입니다.

일본차를 사도 된다는 이유도 만만찮습니다. 대략 ‘다른 건 다 되는데, 왜 자동차만 안 되냐’와 ‘좋은 제품을 사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다, 차가 좋아서 사는 걸 왜 뭐라고 하냐’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유독 자동차에만 이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억울함을 나타내는 독자들이 꽤 많았습니다. ‘연간 800만명이 일본으로 관광을 가는 상황에 자동차만 사지 말라는 것은 무슨 억지냐’, ‘일본 게임기나 카메라 안 쓰는 사람만 나에게 돌을 던져라’, ‘○○○○○이랑 ○○○○ 등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는 일본 브랜드가 얼마나 많은지 알고 이러는 거냐’, ‘그럴 거면 야구동영상도 보지 마라’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런 억울함은 일본차가 좋으니 잘 팔리는 게 아니냐는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본차 내구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건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일본차는 10년을 타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일본 하이브리드 타보면 연비 좋은 거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냐’, ‘우리나라 차가 일본에서 안 팔리는 건 일본차보다 경쟁력이 없어서 그런 거지 다른 이유 있냐’, ‘우리나라 차가 일본차보다 좋으면 사라고 해도 안 산다’라는 절절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얼핏 봐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대결입니다. ‘감성 vs 이성’의 싸움으로 보이는 이 구도에서는 상대방의 어떤 논리적인 설득도 통하지 않을 듯합니다. 뭐, 이런 논쟁과 관계없이 살 사람은 계속 사고, 안 살 사람은 계속 안 사겠죠.

일본 자동차 관련 기사마다 이런 댓글 다툼이 벌어지는 현상이 안타깝습니다. 앞서 말했듯 기사의 본질은 사라지고 논쟁만 남으니까요. 자동차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제품은 제품으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에 대한 반감이 오죽했으면 이럴까.. 그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다만 지금 같은 소모적인 대결은 끝났으면 합니다.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성 표현들은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상처만 남길 뿐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려면 조금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차를 산다고 ‘개념 없는 매국노’로 몰아버리고, 사지 말라 한다고 ‘가식적인 꼰대’라고 폄훼한다면 그들이 좋아할 ‘내부 분열’만 일어날 뿐이죠. 우리에게 좋은 점은 없습니다.

일단은 이번 팩트체크만이라도 냉철하게 건설적인 댓글로 이야기 해봅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본차, 사도 될까요? 안 될까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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