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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릉이의 대항마 카카오T 바이크를 직접 이용해봤습니다

김진석 입력 2019.03.23 13:29 수정 2019.03.23 13: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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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 바이크, 서울에서도 통할까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최근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카오T 바이크 시범 서비스를 성남시와 송도에서 시작했습니다. 카카오T 바이크는 대중교통 탑승 지점과 최종 목적지(집, 사무실 등) 사이의 중단거리(퍼스트/라스트 마일) 해결 수단으로 전기 자전거를 제시하는 서비스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시 따릉이와 비교해보면 이 서비스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가 더욱 명확합니다. 카카오T 바이크는 따릉이와 다르게 대여와 반납을 위한 별도의 스테이션(대여소)이 없이, 서비스 지역 내 어느 곳에서든 대여와 반납을 할 수 있습니다. 따릉이는 대여소가 대부분 큰 길가에 위치해 반납 후에도 다시 최종 목적지까지 걸어서 이동해야 하지만, 카카오T 바이크는 별도로 대여소가 없으므로 최종 목적지 앞에 세워두고 반납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전거 형식 면에서도 따릉이와 달리 전기 모터가 이동을 보조하는 방식(PAS·Pedal Assist System)이기 때문에 이동에 드는 수고가 훨씬 적습니다. 전기 모터가 동력을 보조하지만 최고 속도는 20km로 제한한 것은 이 자전거의 존재 목적이 운동이나 레저가 아닌 ‘이동’에 맞춰져 있음을 의미합니다. 종합해보면 카카오T 바이크는 허브와 최종 목적지 간을 최소한의 수고로 편하고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지향하는 서비스입니다.

◆ 높은 서비스 완성도

지난 주말 판교역 인근에서 카카오T 바이크를 직접 이용해봤습니다. 실제 사용해보니 종합적인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서비스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카카오T 앱에서 탭이 하나 더 추가됐지만 앱은 여전히 버벅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동작했습니다. 다만 주변에 위치한 자전거를 찾을 때 GPS 정확도는 떨어지는 느낌이었지만, 자전거가 멀리서도 눈에 띄는 노란색인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QR코드를 활용해 자전거의 잠금을 해제하는 과정도 복잡하거나 어려울 점이 없이 단순해서 바로 사용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전기 자전거인 만큼 비용은 최초 15분은 1,000원 이후는 5분당 500원으로 따릉이에 비해 훨씬 비싼 편입니다. 가격을 감안하면 레저용으로 장시간 타기보다는 자전거를 통해 15~20분 이내 이동 가능한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데 적합해보였습니다.

*주변에 위치한 자전거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포켓몬고를 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해서, 카카오 IP를 활용해 AR과 결합한 게임으로 만들어도 재밌겠다는 상상이 들기도 했습니다.

◆ 신도시에 적합한 교통수단

카카오T 바이크를 이용하고 판교 인근을 돌아보면서 분당, 판교, 송도와 같은 신도시들에서는 매우 유용한 퍼스트/라스트 마일 해결 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공유 자전거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일정 규모 이상의 인구 밀집 지역이 존재해야 합니다. 자전거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지나치게 멀면 사용자는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포기하고 다른 서비스로 이탈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철역, 아파트 단지 등 인구가 밀집하는 지역이 있어야 이 곳에 공유 자전거들을 집중 배치해 이용자들이 자전거를 이용할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사람들 간 이동의 흐름을 발생시키는 전철역, 대규모 주거 밀집 지역(아파트), 오피스, 상업 지구가 한 지역 내에 동시에 존재해야 합니다. 공유 자전거도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야 하며, 자전거당 이용 횟수가 많을수록 더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 지역 내에서 사람들의 1일 평균 이동 빈도가 높은 것이 당연히 유리합니다. 지역 내에서 사람들의 이동을 유발하는 주요 시설들은 오피스, 백화점, 유흥가 등 상업 지구, 공원, 전철역 등입니다. 이 중에서 오피스 밀집 지역은 출근과 퇴근이라는 매일 2회의 확실한 이동을 유발하므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자전거가 다른 교통수단 대비 경쟁력 있는 이동 수단이어야 합니다.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더라도 빠르게 이동할 수 없고 위험하므로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또한 좁은 골목길이 많을수록 자전거가 속도를 내기 어려워 좁은 골목들 위주가 아닌 처음 형성될 때부터 대로를 중심으로 반듯하게 설계된 도심 구조가 유리합니다.

또한 퍼스트/라스트 마일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교통 대안이 적을수록 자전거에게 유리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퍼스트/라스트 마일 교통수단은 마을버스입니다. 지역 내에 마을버스 노선의 숫자가 적고, 배차 간격이 길수록 자전거가 마을버스의 대안 교통수단으로써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들은 계획적으로 형성된 신도시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유사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성남(분당, 판교)과 송도는 공유 자전거 사업을 시작하고 테스트해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산, 평촌 등 다른 수도권 신도시들도 비슷한 조건을 지니기는 하였으나, 성남과 판교는 이들에 비해 더 규모가 큰 오피스 밀집 지역을 보유하고 있어서 다른 신도시들에 비해 훨씬 유리한 조건을 지녔습니다.

◆ 서울은 어떨까?

그렇다면 인구의 밀집 정도나 이동의 흐름 측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서울에서 카카오T 바이크같은 자전거 공유 사업은 어떨까요?

서울은 신도시보다 골목이 훨씬 더 많고, 자동차의 통행이 많아 자전거 이동의 효율성이 신도시에 비해 떨어집니다. (위험하기도 하고요) 거기다 서울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촘촘한 대중교통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시에서 시비를 투입해 직접 운영하는 따릉이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서울에 카카오T 바이크가 진출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카카오T 바이크가 서울에 진출한다면 서울 전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보다는 도시의 인프라와 주요 시설물들의 위치를 바탕으로 서울 내 지역을 구분해 판교와 송도와 유사한 요소를 지닌 곳을 찾아내고, 이 지역들 먼저 진출하는 것이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상암, 구로/가산 디지털 단지는 오피스 밀집 지역이라는 점에서는 강남, 광화문 일대와 유사하지만 도로의 인프라 측면에서는 명확히 차이가 납니다.

또한 강남처럼 자동차 위주로 설계된 지역에서는 라스트마일 수단으로 자전거를 고집하기보다는 인도를 활용할 수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를 개발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동 킥보드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들로 인도를 주행하는 것은 불법이고 운전면허를 소지한 사람이 차도를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퍼스널 모빌리티의 안전 문제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법규 상 인도를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가 등장하고 보험 등 안전 관련 제반 여건이 갖춰진다면 몰라도 강남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는 이동을 위한 목적으로는 큰 호응을 얻기 어렵다고 봅니다.

판교에서 만나본 카카오T 바이크는 분명 신도시 환경에서는 매력적인 교통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 특히 강남처럼 차량이 많은 지역에서 라스트 마일을 해결하는 데는 적합한 교통수단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서울 시민에게 매우 친숙해진 따릉이조차도 대여소 별 평균 이용 시간을 따져보면 상위권은 여의도, 뚝섬, 서울숲 등 나들이나 외국인들의 관광 수단으로 주로 사용되는 걸 고려했을 때 자전거는 서울에서 적합한 이동 수단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카카오 혹은 다른 모빌리티 기업들은 서울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라스트 마일 해결에 도전할까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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