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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와이즈오토 스프린터 유로스타 VIP..다른 세계의 자동차

조회수 2019. 2. 2. 23: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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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원이 훌쩍 넘는 부가티를 소유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3대의 소형 비행기와 1대의 요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평균적으로 자동차는 80여대를 더 소유하고 있다고 하니, 그 부의 규모가 머릿속으로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들은 완성된 자동차를 자신의 취향대로 주문하거나 꾸미기도 하는데, 이 행위에는 끝이 없다.

겉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기본이고, 더 비밀스럽게 자기만족을 추구하기도 한다. 보기에는 영락없는 상용차인데, 속은 지중해를 유람하는 요트가 부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유럽의 코치빌더들은 이렇게 아주 오랫동안 까다로운 부유층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며 발전했다.

코치빌더 혹은 카로체리아, 바디빌더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마차의 시대’부터 존재했다. 오히려 유럽의 완성차보다 역사가 긴 셈이다. 벤틀리 같은 경우도 벤틀리의 개별주문을 담당하는 브랜드 ‘뮬리너(Mulliner)’가 알고보면 벤틀리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고귀한 귀족들을 위한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 마차나 말의 안장을 만들었다.

스타렉스, 포터 등을 캠핑카로 개조하는 것도 일종의 ‘바디빌더’라고 할 수 있다. 또 구급차를 비롯한 특수목적을 가진 차도 바디빌더들이 제작한다. 워낙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기 때문에, 차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창작자들의 자유도도 높아진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제작하는 스프린터는 많은 바디빌더들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뮤즈’다. 스프린터를 새롭게 만드는 회사만 우리나라에 대략 예닐곱개쯤 된다. 이들은 ‘깡통’ 스프린터를 셔틀, 럭셔리 리무진, 의전 차량, 모바일 오피스, 캠핑카 등으로 바꿔놓는다. 와이즈오토홀딩스(WiseAuto) 같은 경우는 국내 최초로 메르세데스-벤츠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스프린터를 기반으로 제작한 컨버전 모델을 자체 브랜드로 수출까지 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부분도 컨버전 모델 제작에 큰 도움이 된다.

와이즈오토는 우리나라에서 스프린터를 일곱가지 트림으로 판매하는데, 시승한 ‘유로스타 VIP’는 이들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비싸다. S클래스를 사고도 남을 가격이지만, S클래스의 편안하고 안락한 뒷좌석을 여럿이 함께 즐긴다고 생각하면 부자들에게는 그리 부담되는 것도 아니다.

유로스타 VIP를 특별하게 만드는 몇가지 요소들 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자동으로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네개의 VIP 시트다. 이 시트는 와이즈오토가 직접 연구하고 설계했다. 화려함이나 고급스러움은 메르세데스-벤츠를 전문적으로 튜닝하는 ‘브라부스’가 부럽지 않다. 가죽은 부드럽고 쿠션은 편안하다. 꼼꼼한 바느질로 이들을 잘 밀착시켰다. 등받이, 높낮이, 발받침 등은 전부 전동으로 조작되고, 통풍시트는 물론이고 마사지 기능까지 있다. 그리고 시트마다 별도의 테이블, USB 포트 등도 마련됐다.

유로스타 VIP에 오르면 천천히 달리는 것이 ‘죄악’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는게 달갑지 않을 정도로 시트는 편안하다. 집에 도착해서도, 천장의 은은한 조명을 켜놓고 JBL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시트에 누어있게 된다. 천장 중앙에서는 전동접이식 23인치 모니터가 펼쳐지고, LTE 스카이라이프 셋탑을 옵션으로 설치하면 한가롭게 TV도 볼 수 있다. 시동을 끄고도 히터를 두어시간 정도 틀 수 있으니 오랜 정차도 부담스럽지 않다.

시트에 누어서 천천히 이곳저곳을 살피면 이 차가 생각보다 더 꼼꼼하고 유용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급 보트를 꾸밀 때 사용되는 바닥재가 쓰였고, 모든 유리를 가릴 수 있는 커튼의 질감이나 완성도도 높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이나 전세계 온갖 플러그를 다 꽂을 수 있는 멀티 콘센트도 보인다. 한정된 자동차의 실내에서 더 이상 보여줄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유로스타 VIP는 이름처럼 ‘매우 중요한 사람’들을 위한 차다. 뒷좌석을 위한 자동차란 얘기다. 그래서 운전석이나 보조석은 조금 서럽다. 그나마 운전석은 버스처럼 에어서스펜션 시트가 달렸다. 운전자를 위한 편의장비나 화려한 구성이 없을 뿐이지 장거리 운전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었다. 앉는 자세도 편안하고, 시야도 좋다. 사이드 미러를 통해 앞바퀴와 뒷바퀴를 모두 볼 수 있고, 후방카메라의 위치나 각도도 훌륭하다.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까지 마련돼 있다.

막상 달리면 스타렉스 정도의 크기라고 느껴질 정도로 반응이나 움직임이 좋다. 이건 메르세데스-벤츠의 힘이다. 우리나라의 상용차와 달리 스티어링의 유격도 극히 적고, 3.0리터 V6 디젤 엔진도 3.5톤에 달하는 유로스타 VIP를 경쾌하게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최대토크는 1200rpm에서부터 발휘되고, 7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적극적으로, 또 부드럽게 끌어올린다. 그래서 달릴 때는 이 차의 육중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갑자기 멈출 때는 내가 코끼리 등에 올라탔구나 생각이 든다. 그래도 1종 보통면허만 있으면 스프린터를 몰 수 있으니,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와이즈오토의 스프린터는 지난해 93대가 판매됐다. 2017년에 비해 판매는 2.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와이즈오토는 기업체 고위 임원들의 수요가 급증했고, 연예인들의 이동수단으로 큰 각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6996만원부터 시작하는 실속형 모델인 ‘유로코치’보다 1억2980만원부터 시작하는 ‘유로스타’가 전체 판매의 60% 이상을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시승한 유로스타 VIP의 가격은 1억7930만원부터 시작한다. 

김상영 기자 sy.kim@motorgraph.com<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http://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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