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쉐보레 말리부 2.0T, 만릿길도 말리부 부터

자동차생활 입력 2019.01.09 15: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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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VROLET MALIBU 2.0 T

만릿길도 말리부 부터



쉐보레가 신형 말리부를 출시했다. 내홍을 겪는 한국GM은 출시하는 모델마다 회사의 분위기 쇄신이라는 중책을 부여 중이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다. 

신형 말리부 시승 행사는 기존 2.0L 모델과 더불어 새로 선보이는 1.3L 터보 엔진, 1.6L 디젤 엔진을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말리부 2.0 터보를 타고 서울 잠실을 출발, 강원 인제 스피디움까지 달리며 주행감을 느꼈다. 이어 1.3L 터보와 1.6L 디젤을 타며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가능성도 체크해 봤다.

진화를 잠시 멈춘 두뇌

홍천 철정휴게소까지 달리는 직선 구간에서는 보조석에 앉아 각종 조작 편의성과 주행 시 승차감을 느껴봤다. 가장 먼저 내비게이션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애플 카 플레이에 내장된 구글맵 내비게이션이 현재 기자의 위치를 알리고 있었다. 다만, 올림픽대로 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가로수 건너 아파트단지로 인식해 있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이 정도 오류는 국산 내비게이션에서도 종종 일어나기에 큰 감점 요소는 되지 않았다. 다만, 주위 풍광을 다채롭게 묘사하는 국산 내비게이션에 익숙했던 탓일까. 너무 휑한 주위 지형 묘사가 안 그래도 추웠던 시승날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신형 말리부에 장비된 주행보조 기능은 이전과 비교해 새롭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첨단을 향해 달리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을 수 있으려면 믿음직한 차로 유지 기능이 우선이다. 차선을 양옆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달리는 것까지 바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신형 말리부는 바퀴가 차선에 다가갈 때까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닿을라치면 그제야 운전대를 움직여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넉넉한 출력, 편안한 하체

이윽고 도심 속 혼잡한 상황을 벗어나니 마음 놓고 밟을 수 있는 구간이 나타났다. 6단 자동변속기를 물린 2.0L 엔진은 253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별로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도움닫기를 시작한다. 기자의 차가 고작 100마력대의 최고출력을 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파워에서 동급 라이벌 중형세단들을 웃도는 게 분명하게 느껴진다. 1차로에서 정속 주행하는 답답한 차를 추월하기가 세상 쉽다. 2.0 터보는 패밀리 세단과 스포츠 세단의 경계를 허문다. 한국GM은 신형 말리부 2.0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데 불과 6.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국산 중형 세단으로는 이례적인 성능이다. 한국GM은 이에 최소 5초는 스킵할 수 있는 동영상 광고에 착안, ‘광고 스킵보다 빠른’이란 문구를 내걸었다. 다소 억지스럽지만 아예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었다.

중간 기점인 휴게소에서 운전석으로 옮겨 탔다. 운전석에 앉자 눈에 들어온 건 8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한 계기판. ‘Sport’란 글자가 떡하니 박혀 있기에 드라이빙 모드까지 고를 수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그저 계기판 모드 중 하나였다. 투어링 모드와 함께 두 가지를 지원한다. 스포츠 모드는 아날로그 미터 형태로, 투어링 모드는 숫자로 주행 관련 정보를 알린다. 인제 스피디움으로 향하는 길은 빠른 길 대신 곡선 구간 위주여서 또 다른 주행감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언덕 구간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자 ‘휘리릭’ 하는 소리와 함께 슬립이 날 정도로 힘이 넘쳐났다. 스티어링을 급하게 좌우로 꺾어보니 하체 감각이 조금은 더 부드러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100여 km에 달하는 시승 코스를 재미있게 달리고 난 말리부의 평균 연비는 L당 11km대. 고속 주행 연비 13.2km/L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페이스리프트의 좋은 예

출발을 서둘렀던 탓에 신형 말리부를 꼼꼼히 살핀 건 인제 스피디움에 도착하고 나서였다. 쉐보레 모델들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건 크롬 장식이다. 지난 여름 선보인 신형 스파크의 경우는 기존의 간결한 인상에 크롬을 더하자 어딘가 부자연스러워졌다. 이를 두고 메기 수염을 닮았다는 둥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이었다. 신형 말리부는 그럴 걱정이 없다. 담백한 디자인의 기존 듀얼 포트 그릴을 그대로 잇되 LED 주간주행등과 조화롭게 결합해 세련된 인상을 더하기 때문이다. 이전 말리부가 모난 데 없이 정갈한 외모였다면, 이번 말리부는 ‘신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잘 생긴 얼굴이다. 테일램프는 기존의 알파벳 ‘L’자 형상에서 이번엔 화살촉 모양으로 한층 더 스타일을 살렸다. 실내는 계기판과 센터패시아에서 가장 큰 변화를 찾을 수 있다. 8인치 디스플레이를 도입해 계기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센터패시아는 큰 틀은 유지하되 버튼 구성에 변화를 주어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입맛 따라 골라 타는 말리부

트랙 출발선에 두 줄로 나란히 선 1.3 터보와 1.6 디젤에 올라탔다. 6단 변속기가 물려있는 1.6 디젤은 ‘위스퍼 디젤’이라 불릴 정도로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세팅된 게 특징이다. 긴가민가한 탓에 rpm 게이지를 봐야 디젤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1.6L 디젤은 이전 말리부가 그랬듯, 탄탄한 하체를 기반으로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강력한 토크를 내뿜으며 남다른 등판력을 선보였다. 엔진 사운드가 두드러졌던 건 오히려 1.3L 터보였다. 3기통이라는 출신 성분 상 어쩔 수 없는 회전 질감도 있었지만,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저배기량에서 억지로 힘을 쏟기 위한 분투가 실내에서도 느껴졌다.

이어서 진행된 기존 1.5L와 1.3L 터보의 가속력 비교 테스트. 1.3L 터보가 같은 자리에 놓인 러버콘을 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1.5L가 가속 초반에서 약간 앞서는가 싶다가도 이내 1.3L 터보에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배기량에서는 밀리지만 터보차저가 만들어 내는 강력한 토크와 기어비 세팅이 주효했다. 1.3L 터보의 공식 명칭은 1.35 ‘E’ 터보다. 배기량 뒤에 굳이 효율성(Efficient)과 친환경(Eco)의 E를 갖다 붙인 건 그만큼 존재 이유를 어필하고 싶어서일 테다. 연료 효율성과 친환경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배경에 대해 쉐보레는 “경량 알루미늄 소재를 기반으로 한 엔진 블록과 초정밀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로 불필요한 연료 낭비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앞서 출시된 쉐보레 중형 SUV 이쿼녹스는 부진한 판매량으로 분위기 쇄신에 일조하지 못했다. 안팎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한국GM이 올해 기대를 걸 만한 모델은 사실상 신형 말리부 뿐이었다. 그리고 이날, 신무기를 장착한 신형 말리부의 비장한 각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만릿길을 가야 하는 한국GM의 발걸음이 말리부 덕에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다.



글 김민겸 기자

사진 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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